돌부처 43세이브, 6번째 구원왕 눈앞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뒷문을 ‘끝판 대장’ 오승환(39)이 완벽하게 지켜내고 있다.
오승환은 1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 6-3으로 앞선 9회 초 등판, 1이닝 무실점하며 시즌 43세이브째를 올렸다. 1사 3루에서 이용규와 김혜성을 연속 삼진으로 처리한 그는 전날 더블헤더 1·2차전에 이어 3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렸다. 구원 2위 그룹과 격차는 10개 이상으로 벌어졌다. 올 시즌 남은 경기가 팀당 10경기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승환이 개인 통산 여섯 번째로 구원왕에 오르는 건 확실하다. 2위 삼성은 오승환의 활약 덕분에 홈에서 3연승을 질주, 선두 KT 위즈를 압박했다.
오승환은 전반기를 세이브 1위로 마쳤다. 관건은 후반기였다. 그는 전반기를 마치고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 휴식 없는 강행군을 소화했다. 체력을 보충할 시간이 부족했다. 함께 올림픽에 출전한 고우석(LG 트윈스), 조상우(키움)를 비롯한 마무리 투수들은 하나같이 후반기 부진에 빠졌다.
오승환도 7월부터 패스트볼 구속이 소폭 하락했다. 주변에선 나이 탓에 기량이 떨어지는 ‘에이징 커브’를 우려했다. 그러나 스피드 욕심을 버리고 슬라이더, 포크볼, 커브를 적재적소에 섞어 위기를 탈출했다. 거의 던지지 않았던 체인지업까지 9월에는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그 결과 올 시즌 오승환의 블론 세이브는 1개에 불과하다.
삼성 불펜에는 악재가 적지 않다. 베테랑 장필준이 전열에서 이탈했고, 심창민과 최지광의 컨디션은 들쭉날쭉하다. 16일까지 불펜 평균자책점이 KBO리그 9위. 하지만 7회까지 앞선 경기는 승률이 0.949(리그 2위)로 확실하게 잡았다. WPA(Win Probability Added·승리 확률 기여도)가 5.24(리그 1위)인 오승환 덕분이다.
불펜 투수 중 WPA 톱10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오승환이 유일하다. 허삼영 삼성 감독은 “오승환의 강점은 준비 과정이 아닐까 싶다. 마흔 살 나이에도 가장 빨리 (야구장에) 나와 운동하면서 루틴을 꾸준히 지킨다”며 “기복 없는 경기를 펼치기 위해서는 준비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훈련을) 빠지는 날이 거의 없다”고 극찬했다.
영향력이 크다. 오승환은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일본 프로야구(NPB)를 두루 경험했다. 한·미·일 통산 세이브가 460개. 불펜에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선수들은 안정감을 갖는다. 필승조 왼손 투수 노성호는 “승환이 형이 팀에 있다는 거 자체가 큰 힘이 된다. 6, 7회보다 8회 등판하면 더 편안하게 던질 수 있다”며 “승환이 형은 다른 선수보다 더 큰 믿음을 준다. 덕분에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1군에 데뷔한 오른손 투수 문용익은 “승환이 형은 다른 선수들에게 힘이 되고 본보기가 된다”며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믿음’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똑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지난 2019년 8월 오승환은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원정 도박 혐의로 2016년 1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받은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소화하느라 지난해 6월에야 복귀전을 치렀다. 당시 오승환은 “이전에 (KBO리그에서) 뛸 때도 좋은 타자가 많았는데, 지금은 더 많아진 거 같다.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실에 만족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운동화 끈을 고쳐 맸다.
오승환은 지난 1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10년 만에 시즌 40세이브 고지를 재정복했다. 종전 손승락(2013년·만 31세)이 보유하고 있던 최고령 40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우며 리그 역사를 새롭게 썼다. 나이를 잊은 그의 활약 덕분에 삼성은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사실상 확정했다. 오승환은 17일 “마운드에서 올라가선 그 상황에 최선을 다해 집중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구=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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