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10년 만에 3%대..정부, 유류세 인하 고심

손해용 입력 2021. 10. 18. 00:02 수정 2021. 10. 18.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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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약 10년 만에 ‘3% 물가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17일 기획재정부 등 주요 경제부처에 따르면 최근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은 국제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다. 국제 유가는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이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어서는 등 고공비행 중이다. 국제 유가를 후행적으로 따라가는 국내 휘발유 가격도 이날 기준으로 전국 평균 L당 1720.25원을 기록해 2014년 말 이후 7년 만에 17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12일 1685원에서 5일새 35원이나 올랐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수요가 늘면서 다른 원자재 가격도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달 수입물가 지수는 124.58로, 2014년 2월(124.6)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입에 의존하는 이들의 가격 상승분이 국내 제품에 반영되면 연쇄적으로 가격이 올라간다.

원화가치가 강세(원·달러 환율은 하락)를 보이면 상대적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체감이 덜하다. 하지만 지금 원화가치는 약세로 움직이고 있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그만큼 수입 가격은 비싸지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인상 여파를 추가로 받게 된다. 예컨대 원화로 환산한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두바이유가 지금보다 10달러 이상 비쌌던 2014년 10월(배럴당 90달러대)과 비슷하다. 당시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중반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유가가 오르며 물가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조짐도 국내 물가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여기에 이달 소비자물가 비교 대상인 지난해 10월은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으로 통신비를 2만원씩 지원한 효과로 물가 상승률이 0.1%까지 떨어진 바 있다. 김영훈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15일 ‘최근 경제동향’ 브리핑에서 “10월 물가는 기저효과가 상당히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3%대 상승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3%대 물가상승률은 2012년 2월(3.0%)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마땅한 ‘묘수’를 찾지 못해 고심이다. 국제 유가와 환율 등은 정부로선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변수이기 때문이다.

불붙은 국제 유가, 정부 통제 밖 … 물가 안정 위해 품목별 가격 관리

확장 재정을 거둬들이는 식으로 돈줄을 조여 국내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지만, 정부 지출을 줄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완화해야 해서다. 정부는 이미 총 11조원 규모의 국민지원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연내 추가로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를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 되레 경제위기 국면에서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정부에 남은 선택지는 ‘품목별 가격 관리’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기여도가 높은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개별적 관리를 하는 것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4분기 공공요금 동결, 해외 달걀 수입, 가공식품 담합 모니터링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더해 정부는 ‘유류세 인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휘발유·경유 등에 붙는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해 소비자의 유가 상승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8월 말까지 유류세를 인하해 당시 휘발유·경유값이 L당 100원가량 내려가면서 가계에 부담을 덜어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국정감사에서 홍정민 의원이 유류세를 15% 인하하는 방안을 요구한 데 대해 “기획재정부와 함께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는 유류세 인하 정책이 정부가 강하게 추진하는 온실가스 감축 정책과 상충하고, 재정에 여유가 없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어 의견을 조율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외 유가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그러나 구체적인 유류세 인하 방침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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