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빼는 남욱, 부인하는 김만배 ..남욱 귀국 檢 수사 분수령?

하준호 입력 2021. 10. 17. 17:52 수정 2021. 10. 17.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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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48)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가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남 변호사가 숱한 의혹을 밝혀줄 것이란 기대가 있지만, 최근 그의 언론 인터뷰에 나타난 주장을 톺아보면 이 같은 의혹이 전부 해소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관련 의혹이 사건 관계인 간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는 만큼 관계자 진술만으론 의혹의 진위를 가리기가 쉽지 않게 돼서다.

성남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남욱 변호사가 1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국제공항 톰 브래들리 터미널에서 한국행 비행기 탑승수속을 위해 도착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사업설계 때 특혜 있었나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6)씨와 남 변호사는 모두 2015년 대장동 사업 설계 당시의 특혜 여부에 대해 부인하거나, 모른다는 입장이다. 김씨는 지난 12일 중앙일보와 만나 “(지난 3년간 배당수익 중)실제 우리 몫은 세전 420억원에 불과했고, 분양수익이 난 5개 필지도 그중 3개 필지는 투자자들(킨앤파트너스·엠에스비티)의 몫”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가져간 게 없으니 특혜도 없었다는 취지다.

남 변호사는 지난 12일 JTBC 인터뷰에서 “2015년 이후 김씨가 사업에 얼씬도 못 하게 했다”며 “(대장동 사업의)부 사업자로 참여했으나, 화천대유의 토지 수용에 협조하는 것 외에 역할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화천대유·천화동인)지분 구조도 2019년에 배당이 나온 뒤 서로 싸울 때 처음 알았다”고 덧붙였다.

설계엔 관여한 적이 없다는 건데, 그는 같은 인터뷰에서 “(대학 후배인) 정민용 변호사(전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사업팀장)에 성남도시개발공사 취업을 권유했고 들어가면 사업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은 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사업 추진 당시 민간사업자 공모지침서를 만든 뒤 심사에도 관여했다. 그를 통해 남 변호사가 사업 설계와 지분 구조 등을 전해 듣거나 직·간접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은 남는다. 유동규(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경위에 대해 “모른다”(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는 입장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로 호송되고 있다. 뉴스1


유동규 지분 약정설과 ‘그분’ 논란


화천대유가 100% 소유한 천화동인 1호가 사실은 유 전 본부장의 것이라는 ‘지분 약정설’도 대장동 의혹의 한 축이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에 1억465만원을 출자해 약 1206억원의 배당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되는 화천대유의 관계사다. 정 변호사의 자술서에는 “유 전 본부장이 1호가 자기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의 녹취록에는 “1호는 ‘그분’의 것”이라는 대목이 포함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 같은 증언은 유 전 본부장이나 이른바 ‘윗선’이 차명 보유했다는 의혹을 키웠다. 남 변호사도 JTBC 인터뷰에서 “유 전 본부장의 지분이 있다는 얘기를 김씨로부터 들은 사실이 있다”며 “‘그분’이 누군지는 추측성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11일 검찰 소환조사, 지난 14일 구속영장실질심사 출석 등에서 “1호는 의심할 여지 없이 화천대유 소유고 화천대유는 제 개인 법인”이라고 반박했다. ‘그분’의 대해서는 지난 14일 “그런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도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녹취록에 ‘그분’ 표현이 나오지만 정치인 ‘그분’(이재명 경기지사)을 지칭하는 건 아니다”라며 ‘유동규설’에 힘을 실었다.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개발이익의 25%(700억원)를 약정했다는 의혹은 검찰이 김씨에 청구한 구속영장(지난 14일 기각)에도 뇌물공여 혐의로 담겼지만, 김씨는 정 회계사가 녹음을 하는 사실을 인지하고 허위·과장된 이야기를 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유 전 본부장 측도 “농담처럼 한 얘기가 와전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남 변호사는 “배당이 시작된 2019년 김씨가 유 전 본부장에 줘야 할 돈이 400억원부터 700억원까지 조금씩 바뀌었다”고 하면서도 “(관련 발언이 녹음됐던)그 자리에 없었다. 모르겠다”며 명쾌한 답변을 못 하고 있다. 남 변호사가 “2014년에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뺨을 맞은 뒤 멀어졌다”면서도 지난해 6월 유 전 본부장, 올 초 김씨를 왜 만났는지도 아직 의문으로 남아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15일 새벽 경기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밖으로 나오고 있다. 뉴스1


‘350억 실탄’ 정·관계 로비 의혹은


녹취록에는 김씨가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원, 성남시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원”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앞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언급한 6명 몫의 300억원까지 더하면 350억원이 정·관계, 법조계 고위 인사들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씨는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개발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자 투자자 간 이익배분 비율의 우위를 위해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이 녹취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남 변호사는 “50억씩 7명에게 35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얘기는 계속 들었다”며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갈등의 불씨였다고 했다. 남 변호사는 “왜 그 돈을 줘야 하는지 설명도 없었다. 그것 때문에 계속 부딪혔고, 큰일 나겠다 생각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각기 다른 주장에도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50억원,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 딸에게 대장동 아파트 분양권, 박 전 특검의 먼 친척 회사에 100억원이 흘러가는 등 수상한 자금 흐름은 이미 포착된 상황이다. 검찰은 이 중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에 대한 수사에 우선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를 김만배씨 뇌물공여 혐의에 포함한 데 이어 지난 15일 성남시청 문화예술과에서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 재직 중 담당한 업무인 대장지구 매장 문화재와 관련한 문서를 압수했다.

이와 관련, 남 변호사는 16일 오후 10시12분(현지 시간)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톰브래들리 국제공항에서 “검찰과 귀국 일정을 조율 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모든 것은 들어가서 검찰에서 소상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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