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독립후보 "참정권 달라"..시진핑 "중국식 민주는 위대한 창조"
“인민대표대회(人大·인대) 제도는 중국의 국정과 실제에 부합한다.…인류의 정치 제도 역사상 위대한 창조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10월 14일 중앙 인대 공작회의)
“우리는 일반 백성이 정부·인대·법원·검찰 등과 소통하기 어려움을 절감했다. 여러 채널로 인민 대표를 찾았다. 당국에 현안을 반영해 주기를 바랐지만 인민 대표를 찾을 수 없었다.” (베이징 14인 독립후보, 10월 15일 연합선언)
다음 달 5일 베이징시를 비롯해 중국 각지에서 한창 열리고 있는 기층 인민대표 선거를 놓고 시진핑 주석과 소수 독립후보가 다른 목소리를 냈다.
시 주석은 지난주 13~14일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 인대 공작회의에서 ‘중국식 민주’는 ‘위대한 창조’라며 한껏 과시했다. 회의 이튿날이던 15일 14명으로 구성된 베이징 독립후보는 중국 당국이 차단한 트위터에 “당신을 위해 일하겠다” “나에게 한 표를 투표하기 바란다”라고 적힌 어깨띠를 맨 사진과 함께 ‘연합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2015년 7월 9일 중국 내 인권운동가를 일제히 체포 투옥한 ‘709사건’ 가족들이 주축이 된 독립후보 14명은 “2021년 가을 5년에 한 번 오는 지방 인대 교체 선거를 맞아, 유권자가 언제라도 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출마했다”며 “인민 대표가 될 기회를 준다면, 유권자를 대표해 충실하게 직책을 이행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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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경찰, 2016년 군중이 출마 막아
지난 2011년과 2016년 이미 독립후보로 나섰던 인권운동가 예징환(野靖還) 작가는 16일 트위터에 “2011년 선거는 인민 경찰에 진압당했고, 2016년 선거는 인민 군중에 진압당했다”며 “이번 선거는 경찰과 군중이 연합해 진압할 듯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미 독립후보 몇몇이 지방 파출소로부터 선거 활동 참가 불허 통지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올해 기층 인대 선거에 공식 출마할 가능성이 사실상 ‘0(제로)’이라는 고백이다.
시 주석 “국가 지도층 교체할 수 있으면 민주”
중국식 ‘선량(選良)’ 격인 인민 대표가 명분과 달리 도움이 안 된다는 독립후보의 반박과 달리 시진핑 주석은 인민대표대회 제도를 견지하고 완비해, ‘전과정 인민 민주’를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민주는 전체 인류의 공동의 가치이자, 중국 공산당과 인민이 시종 변치 않고 지켜온 중요한 이념”이라며 중국은 중국만의 민주 이념을 구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나라의 정치가 민주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여덟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첫째, 국가 지도층을 법에 따라 질서 있게 교체할 수 있는지 ▷둘째, 전체 인민이 국가·사회·경제·문화 사무를 법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지 ▷셋째, 인민 대중이 이익과 요구를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지 ▷넷째, 사회 각 방면이 국가의 정치 생활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지 ▷다섯째, 국가의 정책 결정이 과학·민주화를 실현할 수 있는지 ▷여섯째, 여러 분야의 인재가 공평한 경쟁을 통해 국가 지도층과 관리 시스템에 진입할 수 있는지 ▷일곱째, 집권당이 헌법과 법률의 규정에 따라 국가를 다스릴 수 있는지 ▷여덟째, 권력 운용이 효과적으로 제약과 감독을 받을 수 있는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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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식 민주’는 바이든식 압박에 대한 반발
시 주석은 미국을 겨냥한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국제 사회의 어떤 나라가 민주적인지 아닌지는 마땅히 국제사회가 함께 평가해야지 소수 국가가 멋대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월에 소집 예정인 민주주의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첸훙(秦前紅) 우한(武漢)대 법학원 교수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와 달리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이용해 중국을 다른 방식으로 압박한다”며 “민주주의 정상회담과 제재 등 커다란 압박에 직면한 중국 지도자의 대응”이라고 ‘중국식 민주’를 강조한 시 주석의 발언 이유를 설명했다.
유세도 선거운동도 없는 중국식 ‘깜깜이 선거’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헌법 60조에 따라 매 임기는 5년이다. 오는 2023년 3월에 출범할 14기 전인대 구성을 위해 기층 선거가 올 연말까지 완료를 목표로 한창 진행 중이다. 대신 선거 방식은 자유 민주주의 체제인 한국과 크게 다르다. 직접 선거와 간접 선거를 결합했다고 당국은 설명한다. 말단 행정 단위인 도시의 시구(市區), 농촌의 향진(鄉鎮) 선거는 직접 선거를 치르지만, 상부의 성(省)급 대표는 간접 선거로 선출하는 방식이다. 후보자 등록은 정당 혹은 인민 단체가 추천하거나, 선거구 유권자 10명 이상의 서명으로 추천을 받아 출마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독립 후보들은 추천 양식조차 얻을 수 없었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다음 달 5일 선거를 치르는 베이징의 경우 D-19인 17일 지하철 역사 등에 선거 제도를 선전하는 포스터만 보일 뿐 출마자나 투표소, 유세나 선거운동 정보는 전혀 찾을 수 없는 ‘깜깜이 선거’다.
중국의 투표는 투표소, 선거대회, 이동식 투표함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지난 9월 8일자 북경청년보가 보도했다. 명칭이 생소한 ‘선거대회’에 대해 신문은 유권자가 집중된 지방에서 선거대회를 소집해 선거를 진행할 수 있으며 구체적인 방식은 선거위원회가 결정한다고만 보도했다. ‘선거대회’에서 유권자가 후보자를 어떻게 뽑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서도 찾기 어려웠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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