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전선언 총력전 나서자 北 "정세 안정 도움 안돼"

정용수 2021. 10. 1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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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6ㆍ25 전쟁의 종전선언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가운데 북한을 대변하는 조선신보 인사가 “(종전선언을)한반도 정세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의 김지영 편집국장(가운데)이 16일 일본 도쿄의 렌고(連合) 회관에서 열린 '동아시아의 평화와 조선반도의 자주적 통일을 위한 국제 심포지엄'에서 기조 발언을 한 후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지영 조선신보 편집국장은 16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 기조 발언에서 “(북한은 종전선언을)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으로 잘못 이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는 점에서 이날 김 편집국장의 언급은 개인적 입장이 아닌 북한의 속내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평양 주재 특파원을 지내며 각종 회담에 북측 대표단 일원으로 취재 활동을 하는 등 북한은 조선신보와 교감해 왔다.

김 편집국장은 “2018년에는 조선(북한)도 종전선언의 필요성과 의의에 공감해 그것을 달성하려고 했다”며 “그때(2018년 6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조미(북·미) 관계의 수립을 종전선언으로부터 시작할 것을 제기했으나, 그 전제는 벌써 무너지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미국이)황금 같은 기회를 날렸다”고 반발했다.

북한은 최근 한국과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 및 이중 잣대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불신과 대결의 불씨로 되고 있는 요인들을 그대로 두고서는 종전을 선언한다 해도 적대적인 행위들이 계속될 것”이라며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나온 김 편집국장의 언급은 이의 연장선인 셈이다.

이를 놓고 종전선언을 비핵화의 입구로 판단한 한국 정부가 미국 설득에 나서자 북한이 ‘종전선언 그 이상’으로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북한은 흥미 없는 사안에 대해선 침묵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북한이 표면적으로는 종전선언에 관심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이지만, 종전선언과 함께 대북제재 완화나 인도적 지원 등 추가로 뭘 더 내놓으라는 뜻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노 본부장은 18일 한미, 19일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를 만나 북핵문제와 대북 정책을 협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대북 정책을 협의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6일(현지시간) “종전선언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중요한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번에도 생산적인, 좋은 협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두 나라(중국, 러시아) 모두 종전선언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으로 파악하고 있다.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제안이라고 좋은 평가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도적 분야의 대북 협력사업은) 한미가 공동으로 하는 것으로 지금 거의 준비가 마무리돼 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편, 지난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장이 각각 워싱턴과 서울을 방문한 데 이어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瀧澤裕昭) 일본 내각 정보관이 방한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금명간 북한 정세 및 대북정책을 협의한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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