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땐 태연의 목소리, '마이 보이스' [진진봐라] 

조혜진 2021. 10. 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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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진봐라]는 진짜 진짜 꼭 (들어) 봤으면 좋겠는 세상의 모든 것을 추천하는 ‘개인의 취향’ 100% 반영 코너입니다. 핫한 가수들의 앨범 혹은 숨겨진 명곡, 추억의 노래부터 국내외 드라마, 예능, 웹 콘텐츠 등 한때 누군가의 마음 한 편을 두드린 선물 같은 콘텐츠가 지닌 특별한 ‘무언가’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엑스포츠뉴스 조혜진 기자) 괜스레 어딘가 시린 이 계절, 귀에 스치기만 해도 마음 깊이 스며드는 태연의 목소리가 반갑다. 10곡 넘게 꽉 채운 태연의 정규 1집을 반복 재생해 듣다 보면 창문도, 시계도 없는 만물잡화점처럼 시간 개념이 사라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태연은 지난 2017년, 소녀시대로 데뷔한 지 10년 만에 첫 솔로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코러스까지 모두 태연의 목소리로만 채운 자신감 가득한 앨범 ‘마이 보이스(My Voice)’는 장르를 타지 않는 태연의 여러 목소리를 듣는 재미로 가득하다. ‘끝내주는 사랑을 했나 본데’ 싶은 감탄을 부르는 가사들 역시 몰입을 배가시킨다.

첫 번째 트랙은 타이틀곡 ‘파인(Fine)’이다. 잔잔한 감성과 감정의 절정을 모두 잡은 이 곡에서 태연은 능숙한 완급 조절로 곡의 스토리를 전한다. 겉으론 ‘하루 한 달 일 년쯤 되면 서로 다른 일상을 살아가’라고 호언하지만 이내 ‘나는 아니야 / 쉽지 않을 것 같아’라고 이별 후 힘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해 공감을 자아낸다. 두 번째 트랙인 ‘커버업(Cover Up)’은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곡으로, 경쾌한 느낌의 태연을 만날 수 있다. ‘난 어지러워 선명한 네 맘을 / 이젠 알고 싶어져’, ‘널 보면 난 웃음이 새어 나와’ 등 설레는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흥미롭다. 

3번 트랙 ‘날개 (Feel So Fine)’에서는 겨울바다를 마주한 듯 시원한 태연의 보컬을 감상할 수 있다. 단숨에 귀를 사로잡는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는 물론, 청량한 느낌의 후렴이 인상적이다. 어반 R&B 장르의 ‘아이 갓 러브(I Got Love)’는 몽환적인 무드와 ‘끊어질 듯한 긴장은, 의심은 사라졌으니 / 어서 와 허니’ 등 직설적이라 더 새롭게 다가오는 가사로 듣는 재미를 안긴다. 

‘마이 보이스’에는 ‘파인’과는 또 다른 쿨한 이별도 존재한다. ‘너 없이도 난 OK’를 외치는 5번 트랙 ‘아임 오케이(I'm OK)’는 묵직한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 브라스 사운드가 조화를 이룬 곡으로, 태연의 시크한 보컬이 매력적이다. 넬의 보컬 김종완이 작업한 6번 트랙 ‘타임랩스(Time Lapse)’에서는 넬의 감성이 더해진 태연의 목소리로 더욱 특별함을 안긴다. 여기에 ‘아직도 너의 그 이름을 떠올리면 / 눈물이 맺히고 잠시만 눈을 감으면 / 니 모습이 보이고 모든 게 변해가도 / 너만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 똑같은 모습으로 계속 날 울려’라는 이별한 모든 이의 마음을 파고드는 후렴, 후반부 휘몰아치는 밴드사운드도 먹먹함을 자아낸다.

팝 R&B 장르의 ‘스위트 러브(Sweet Love)’는 성숙한 사랑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 ‘간절히 서로가 서롤 당겼지 / 사랑이란 게 뭔지 매일 난 배워가’ 등의 애절한 가사와 태연의 폭발적인 고음이 곡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8번에 배치된 ‘웬 아이 워즈 영(When I Was Young)’은 ‘많이 어렸었잖아요 우리 서툴렀잖아요’ 등 감성적이면서도 공감을 부르는 가사와 점점 고조되는 감정 전개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론리 나잇(Lonely Night)’은 제목에 걸맞은 쓸쓸한 감성에 젖어들기 좋은 곡이다. ‘너의 흔적이 없는 세계를 만들래’라 장담하면서도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 가사도 흥미를 더한다. 10번 트랙 ‘수채화 (Love in Color)’는 어쿠스틱 피아노 솔로 반주 곡으로, 미니멀한 반주 덕에 태연의 섬세하면서도 담백한 보컬을 잘 느낄 수 있다.

‘파이어(Fire)’는 인트로부터 강렬한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로 귀를 사로잡는다. 또한 절제된 보컬부터 후반부 거칠게 고조되는 보컬까지 다양한 태연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이레이저(Eraser)’는 스윙 요소가 가미된 팝 R&B 장르의 곡으로, 시원시원하고 파워풀한 태연의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마지막 트랙은 CD로만 들을 수 있는 ‘기억을 걷는 시간’이다. 넬의 원곡을 콘서트에서 커버해 선보인 후 열렬한 반응을 얻어 보너스 트랙으로까지 수록된 태연 버전의 ‘기억을 걷는 시간’ 역시 어마어마한 매력이 담겼다.

태연의 정규 1집은 언제 들어도 좋지만, 찬바람 불 때 들으면 더 이입하기 좋은 목소리의 태연이 여러 가지 사랑의 모양으로 꽉 채운 앨범이다. 찬바람 불기 시작한 이 계절, 태연의 ‘마이 보이스’를 한 번쯤 귀에 꼭 입혀주는 건 어떨까.

사진=엑스포츠뉴스DB, SM엔터테인먼트, ‘마이 보이스’ 앨범 커버

조혜진 기자 jinhyejo@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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