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생각해 온 작가의 꿈을 이루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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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오 기자]
'안녕하세요! 작가님, 한길문고 ○○○ 과장입니다. <그 길에 만난 바람을 기억해> 도서 15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날아든 한 통의 문자에 마음이 바빠졌다. 한길문고에 처음 10권을 입고한 뒤, 이미 31권을 더 입고한 상황이었기에 내게 남아있는 책은 없었다. 마음이 급해진 나는 인쇄소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고, 이후에 35권을 한길문고에 추가로 입고했다.
▲ 작가로서의 영광의 순간 내가 쓴 책이 서점에 놓여있다는 기분좋은 설렘 |
ⓒ 강양오 |
서른여섯, 한 여자에게 불어온 기적의 바람. 그 시간에 대한 진솔한 고백. 책상 뒤쪽에 걸린 가을빛을 담은 현수막에 쓰인 부제가 눈에 들어왔다. 글을 쓰는 내내 많은 눈물을 쏟았고 수없이 흔들렸던 내가 쓴 글. 작가를 막연하게 꿈꿔왔던 내 꿈이 이루어지는 시간. 바로 그 시작을 알리는 날이었다. 한길문고에서 열리는 출판기념회. 나는 독립출판으로 첫 에세이를 출간했다.
진짜 나를 드러내기 시작한 순간. 모든 것이 끝나버릴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꽁꽁 매어 가뒀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 꿈꾸는 것들마저. 더는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바람 한 길도 내 마음에 머물지 못하도록 막아섰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달랐다. 계속해서 진짜 나를 보여주고 있었다. 어느 때보다 스스로에게 애쓰고 있음을 깨달았다.
▲ 출판기념회 진행중 출판기념회의 순서에 따라 사회자의 설명을 듣는 중 |
ⓒ 육성민(기자의남편) |
스물여섯, 내게 원형탈모가 찾아왔다. 주사 몇 번이면 나을 수 있다는 말을 믿었지만 증상은 더욱 악화되었다. 머리는 앞머리 라인을 따라 점점 빠지기 시작했고 넓은 머리띠로도 더 이상 빈 머리가 가려지지 않았다. 탈모를 관리한다는 미용실도 다녀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머리는 전부 빠져버렸고 나는 결국 가발을 쓰기 시작했다.
사실 오랜 시간 나에게는 바람이 불지 않았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 머리 속으로는 바람이 들어오지 못했다. 꽉 막힌 그물구조의 통가발. 그 사이로 촘촘하게 박힌 가모는 바람에 날리지 않았다. 그 어색함이 싫었지만 바람이 부는 날이면 나는 더욱 가발을 눌러써야만 했다.
4년 전, 나는 가발을 완전히 벗었다. 이전의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지금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나 역시 지금의 나를 감히 꿈꿀 수도 없었으니까. 이 책은 그런 내게 보내는 위로이자 첫 용기. 누군가에게는 내 어리석은 날들에 대한 고백일지 모른다. 당연한 것은 하나도 없었던 내게 시린 바람의 계절이 만들어 낸 오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쓰면서도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면 불안했다. 그때마다 할 수 있다고, 계속 써야한다고 배지영 작가님은 나를 격려했다. 함께 글을 쓰던 에세이 4기 선생님들이 나와 함께 울고 웃으며 다독였다. 다양한 문학 강연으로 눈과 귀를 열어준 한길문고 대표님의 지원이 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내가 끝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 내글에날개를달다-출판기념회 배지영작가님과 에세이 4기 선생님들 |
ⓒ 강양오 |
배지영 작가님은 말했다.
"강양오 작가님 책 왜 이렇게 많이 나가냐고 한길문고 과장님이 물었죠. 그래서 알려줬어요. 글을 잘 썼고, 사람이 멋지고 아름답다고요."
▲ 출판기념회 작가 자리에 놓인 내 책 첫 에세이를 출간하는 날 위한 축하 꽃 선물 |
ⓒ 강양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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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인의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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