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콘서트 '페스티벌 나다' 10주년이 갖는 의미

박정선 2021. 10. 1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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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 24일 성북구 꿈빛극장 개최
"장애인 행사 아닌, 장애인도 당연히 즐기는 행사"

“장애의 유무와 관계없이 문화생활은 누구에게나 열려있어야 합니다.”


크라잉넛과 함께 공연하는 공연수어 통역사 ⓒ페스티벌 나다

해외 및 국내에서는 점차 비장애인과 장애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비단 공연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일찍이 다양한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운동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배리어프리(Barrier Free)다.


국내 문화계에서는 최근 국립극장 등 국공립극장들을 중심으로 배리어프리 공연이 이어지고 있다. 연극이나 무용계 등 공연계 전반으로 배리어프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연극 분야와 달리 대중음악계에선 배리어프리 움직임이 더딘 것이 현실이다.


인상적인 건, 이런 가운데 한 대중음악 페스티벌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는 점이다. 이달 23일과 24일 양일간 성북구에 위치한 꿈빛극장에서 개최를 앞두고 있는 ‘페스티벌 나다’다. 최근 연극계에서 수어 통역사가 무대에 올라 배우와 함께 호흡하며 주목을 끌었던 연극 ‘천만 개의 도시’에서 활약한 통역사 역시 이 페스티벌을 통해 양성된 인재다.


페스티벌의 총 연출을 맡은 독고정은 감독은 “많은 기획자들이 배리어프리 공연 조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관련 강연을 했는데 연극이나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청을 해주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서 “기존엔 배리어프리존과 일반 좌석이 구분되어 있었지만 조금씩 그 장벽이 허물어지는 걸 ‘페스티벌 나다’를 통해 실감하고 있다. 이젠 장애·비장애인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 스마트글래스,진동스피커, 우퍼조끼, 핸드폰 자막서비스 ⓒ페스티벌 나다

‘페스티벌 나다’는 ‘배리어프리 다원예술축제’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다. 말 그대로 장애 당사자가 겪는 문화적 장벽으로 인한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들과 대중음악 콘서트를 접목한 페스티벌이다. 이 행사는 ‘장애인 행사’가 아닌, ‘장애인도 당연히 함께 즐길 수 있는 행사’다.


기획의도를 실행하기 위해선 여러 장치들이 사용된다. 청각장애인이 라이브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장애 작가와 비장애 작가가 협업으로 제작한 사운드 비주얼라이제이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가 뮤지션의 오디오에 실시간 반응하며, 설치미술에 가까운 LED 스크린을 통해 시각화 된다. 우퍼 조끼와 진동 쿠션을 통해 촉각적인 정보를 함께 전달한다.


또 뮤지션의 악기연주와 거친 숨소리까지 역동적으로 전달하는 공연수어해설은 무대의 아래나, 구석진 곳이 아닌 무대 중앙에서 뮤지션과 함께 호흡한다. 실시간 한글·영문 자막서비스는 단순한 가사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음악을 표현하는 다양한 이모티콘을 리듬에 맞추어 삽입하여 청각장애인도 라이브공연의 열기를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도록 한다. 현장에서는 장애인의 접근성을 돕기 위한 AI 로봇 ‘나다랑’이 관객을 맞이한다.


독고 감독은 10년간 행사를 이어오면서 거듭된 모니터링을 통해 지금의 페스티벌 형태를 만들었다. 그는 “(배리어프리 환경을 만드는 건) 뮤지션들은 물론 모든 출연자, 제작자들이 힘든 공연이다. 열의가 있어서 할 수 있는 일이지 손이 정말 많이 간다. 뿐만 아니라 그간 수익금을 모두 기부해오고 있기 때문에 넉넉지 못한 것도 사실”이라면서 “때문에 출연료도 넉넉히 챙겨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아티스트분들이 먼저 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 이번에 출연하시는 분들 역시 그렇다”고 전했다.


올해 공연에는 크라잉넛, 디어클라우드, 위아더나잇, 너드커넥션, 배희관 밴드 등 대중에게 익숙한 뮤지션이 함께한다. ‘페스티벌 나다’에서는 ‘숨겨진 감각 축제’라는 부제로 미디어아트, 라이브공연, 배리어프리 환경이 대등하게 운영되는 독특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공하는데 여기에 ‘페스티벌 나다’의 시그니처 공연인 암전 공연도 포함된다.


참여 뮤지션들은 각각 한 곡씩 암전 공연을 선보인다. 온전히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며, 잠재력과 사회화 기능을 개발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장애에 대한 인식과 편견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암전공연 ⓒ페스티벌 나다

10년간 이어온 ‘페스티벌 나다’의 꾸준한 노력은 업계에도 귀감이 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명 대중음악계에서도 필요한 문제이지만 현실적으로 비용의 문제, 기획력의 문제로 배리어프리 환경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페스티벌 나다’가 10년간 그 역할을 홀로 묵묵히 수행해주고 있는 것 같아 대단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공연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페스티벌 나다’ 역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행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독고 감독은 “그것이 공연을 포기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는 “행사 금액의 40%가 넘는 금액이 제작비용으로 들어간다. 회식비나 티타임 등의 비용을 최대한 줄이고, 제작비 외의 금액을 자원봉사자들 등 스태프들과 뮤지션들에게 지급한다. 예술인들이 제대로 된 처우를 받을 수 있게 최소시급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어떤 공연이든 그렇지만, 특히 배리어프리 공연은 100% 만족이 쉽지가 않다. 하지만 그 몇 프로의 불만족이 공연을 하지 못할 이유가 되진 못 한다”며 “다만 그 부족했던 부분을 다음 공연에서 보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많은 분들이 마음속에 장애·비장애인의 장벽을 허무는 일에 동참하고 싶은데, 어렵다는 생각으로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 “배리어프리 환경은 기회 제공의 문제다. 일반 공연장을 만들었다고 5000만 국민이 모두 오는 게 아니다. 단지 그들에게 문화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처럼 배리어프리 공연 역시 장애인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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