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너희가 어떻게 그걸.."창업가, 냉소 견딜 맷집 길러야

김진상 입력 2021. 10.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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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김진상의 반짝이는 스타트업(109)

창업을 포함한 모든 것에 있어서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와 존버 정신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존버 정신을 상황에 맞지 않는 것에도 억지로 적용하려다가 불행에 이르는 경우를 많이 목격한다. 성공적인 결혼을 꿈꾼다고 하면서 내 인연이 아니어서 멀리 떠나가버린 상대를 존버 정신으로 기다리는 바람에 겪게 되는 불행을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이 쉽게 이해될 것이다.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은 궁극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달성하기 위해 수시로 많은 것을 실패를 통한 포기를 경험하며 산다. 실패를 통해 잘못된 점이 드러나면 이전의 행동을 포기하고 새로운 행동으로 개선하고 적용해 궁극의 목표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전진한다는 의미다. 결론적으로 성공한 사람은 실패를 통해 수없이 포기한다. 아인슈타인도 실패를 통한 포기를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사람은 미친 사람’이라는 말로 기존 행동을 포기하는 과정을 색다르게 표현하지 않았느냐는 생각도 든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비전과 가치가 아닌 창업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생의 목적을 추구해야 한다. [사진 pxhere]


포기해야 하는 것과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언제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알기는 참 어렵다. 나도 최선의 지혜를 얻게 되기를 간절히 간구하고 있다. 여러 과정을 포기하게끔 한 실패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정리해보면 지혜를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대략 잘못된 비전 그리고 잘못된 방법과 도구가 주로 실패를 유발한다고 생각한다.

창업가 스스로가 “왜 이 사업을 하고 싶은가”라는 물음에 대해 진정으로 원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만든 잘못된 비전은 진정성이 결여된 목표를 설정하게 하여 본인과 주변 사람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비효율적 낭비와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 또한 원하는 비전과 목표를 이루는 데 적합하지 않은 잘못된 방법과 도구의 선택은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진다. 가고 싶은 곳은 바다인데 남들이 산이 좋다 하니 산을 바라보고 있거나, 바다를 건너기를 바라면서 자동차를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거나, 배를 만드는 방법을 선택해놓고 막상 배를 만들기 위해서는 필요도 없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다.

창업가가 지향하는 개인적 인생 목표와 맞지 않는 비전 설정은 잘못된 행동을 낳고 실패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블록체인 기술과 제품을 통해 탈중앙화 세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막상 현재 몰두하고 있는 비전은 특정 집단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하는 자기중심적 행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회사 전체 구성원과 고객에게 혼란을 야기해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돌아봄으로써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의 지향점은 무엇인지 살피는 시간을 먼저 가져 볼 필요가 있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비전과 가치가 아닌 창업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자신만의 인생 목적이 없으면 자칫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해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그것은 진정 바라는 모습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사업은 블록체인 커뮤니티가 지향하는 비전에 강하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 비전과 일치하지 않는 창업가의 비전은 자신을 죽이는지도 모르고 마시는 독이 든 잔과 같다. 나에게 맞지 않음에도 여러 이유로 가족, 친구, 저명인사, 커뮤니티 등의 비전을 내 것인 양 자신과 주변을 기만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불행을 낳을 뿐이다. 내가 무엇을 성취하고 싶고 일상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고찰하는 일은 다른 사람이 대신해 줄 수 없는 임무다.

수많은 비판과 냉소에 직면하는 것은 창업가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사진 iStock]


진지한 자아 성찰을 통해 설정한 비전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될 것이다. 아마존 제프 베조스의 “비전은 불변하고, 각개 사항은 언제든 변화가 가능하다”라는 발언도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명심할 것은 비전을 제외하고 중요 전략을 포함한 거의 모든 것이 언제든 변화가 가능한 각개 사항이라고 여겨 최대한 실패와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덜어야 한다. ‘탈중앙화 환경의 구축’이 비전이라면 이에 반하는 자기중심적 과시욕을 버리기 위해 창업멤버 중 누구라도 버릴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창업가가 흔하게 범하는 치명적 실수 중 하나가 잘못된 방법과 도구로 인해 생긴 실패를 잘못된 비전 때문에 실패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비전을 달성하는 방법과 도구는 얼마든지 다양한 형태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몇 개의 방법과 도구를 잘못 선택하는 바람에 실패하는 것이 반드시 내가 선택한 비전이 잘못되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너희같이 형편없이 조그맣고 미약한 존재가 그런 것을 하겠다고?” 창업가의 비전은 수많은 비판과 냉소에 직면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런 환경은 창업가의 숙명일지도 모른다. 올바른 방향으로 꿈꾸고 사랑하는 것이 비판받을 일인가? 절대 그렇지 않으니 세상 속에 만연하는 근거 없는 비판과 냉소를 넉넉히 품을 수 있도록 공부하고 단련해야 한다.

앰플러스파트너스(주) 대표이사, 경희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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