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선출과 친문의 위기..'제2 후단협 사태' 부를까

정계성 2021. 10.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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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며 여권 내 권력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자타공인 비주류였던 이 지사의 전면 등장은 그 자체로 당내 주도세력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를 대체해 민주당 후보가 되려면 당내 분란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쇠락 위기의 친문 진영이 후보 교체론을 이 지사 견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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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전해철·홍영표, 당내 선거 잇단 패배
'미래 권력' 김경수 수감으로 구심력 상실
이재명, 주도권 잡았지만 불안한 입지
권력구도 혼란 속 '후보 교체론' 주목
15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선 후보가 송영길 당대표등 의원들과 손을 들어 대선승리를 다짐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며 여권 내 권력 지형에 변화가 예상된다. 자타공인 비주류였던 이 지사의 전면 등장은 그 자체로 당내 주도세력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지사와 대척점에서 이낙연 전 대표를 지지했던 친문 주류세력과 그 지지층은 이번 패배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사실 친문 주류의 쇠퇴 조짐은 대선 경선 이전부터 있었다. 21대 국회 출범 후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문 핵심으로 통했던 전해철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태년 의원에게 10표 차 석패한 것이 시작이었다.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서는 당대표에 도전한 홍영표 후보가 송영길 현 대표에게 불과 0.5%p 차이로 패하며 당권을 넘겨줬었다.


친문을 대표하는 차기 대선주자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잠재적 대선주자로 여겨졌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며 낙마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막판 이낙연 전 대표로 결집했으나, 늦은 측면이 있었고 이미 친문 진영 외곽에 있었던 의원들이 떨어져 나가며 분화는 진행되고 있었다.


친문 진영의 한 핵심 인사는 “짧게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계 입문 계기가 됐던 2011년 혁신과 통합, 길게는 노무현 정부까지 친문이 한국 정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며 “이재명 후보 선출로 친문은 역사의 뒤안길로 서서히 사라지게 될지 모르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반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지사가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됐지만, 5년 전 문재인 후보와 비교하면 입지가 탄탄하다고 보긴 아직 어렵다. 당시 민주당 경선이 문 후보의 ‘대세론’을 확인하는 요식행위에 가까웠다면, 반대로 이번에는 3차 선거인단 경선에서 이 지사가 참패하며 ‘불안한 대세론’이라는 게 입증됐기 때문이다.


최근 당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후보 교체론’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장동 게이트 등 의혹으로 이 지사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지지율이 더 빠지면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생겨날 것이라는 게 요지다. 실제 민주당 경선 직후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를 보면. 컨벤션 효과는커녕 이 지사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결과 수용’을 선언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지지층의 반발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친문 지지층은 ‘친이낙연’ 보다 ‘반이재명’ 성향이 강하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해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은 “(이 전 대표가) 선대위원장으로 합류해도 지지층을 다 끌고 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히려 이 전 대표의 ‘수습’이 나중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지사를 대체해 민주당 후보가 되려면 당내 분란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 지사가 낙마할 때 (이 전 대표가) 플랜B가 되어야 하는데, 지지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해서는 못 간다”며 “수용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했었다.


물론 이 전 대표 측은 손사래를 친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호사가들이 전하는 이야기일 뿐”이라며 “원칙을 지키며 살아온 이 전 대표의 행적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고 선을 그었다. 후보 교체론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도 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후보 교체론’이 현실화 여부를 떠나 정치적으로 의미가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지사가 반대파 포용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쇠락 위기의 친문 진영이 후보 교체론을 이 지사 견제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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