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부 할아버지' 오영수에게 "456억 생기면 뭐하겠냐" 묻자

고석현 2021. 10. 16.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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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은 배우 오영수씨. [사진 넷플릭스]

"나이가 들면 열정이 사라진다는 말이 있어요. 나이가 들면 그렇게 돼요. (촬영장엔) 나만 나이를 먹었고 다 젊더라고요. 그 속에서 내가 존재하려니까 조금 과장되게 젊은 척을 했어요. 그렇게 하면 젊은 친구들과 호흡이 맞을것 같아서."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열연했던 배우 오영수(77)씨가 밝힌 젊음의 비결이다. 58년 차 배우인 그는 '오징어 게임'에서 1번 참가자 역할을 맡아 배우 이정재와 호흡을 맞추며 '깐부 할아버지'란 별명을 얻었다.

오씨는 16일 방송된 MBC '놀면 뭐하니?'의 코너 '뉴스데스크+'의 특별게스트로 출연해 그간 삶의 궤적에 대해 털어놨다. 그의 이야기를 듣던 유재석과 걸그룹 러블리즈의 미주(이미주)는 중간중간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오씨는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화제가 돼서 참 뜻깊게 생각한다"며 "저 또한 국제적인 배우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월드 스타가 되니까 기분이 어떠냐'는 전화가 많이 왔다"며 "붕 뜬 기분이고 지금은 스스로를 정리하며 자제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카페 등을 가도 의식해야 하니 '유명해지는 것도 힘든 거구나' 느꼈다"고 덧붙였다.

[MBC 캡처]


오씨는 '오징어 게임' 출연 배경에 대해 "놀이의 상징성을 통해 사회 부조리함을 찾는 황동혁 감독의 혜안을 좋게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며, 영화 속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장면인 '구슬치기'에 대해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눈물도 났다"고 했다.

그는 우연히 친구 손에 이끌려 극단을 방문한 뒤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오씨는"별로 할 일이 없었는데, 친구가 극단에 다니길래 찾아갔다가 동기가 됐다"며 "시작은 우습게 됐는데, 시대가 안고 있는 것을 관객들에 던질 때 환희가 밀려와 배우로서 긍지를 느꼈다. 인생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일까 하는 생각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MBC 캡처]


그는 '456억원이 생긴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 조금 편하게 해주고, 사회에도 기부하고 싶다"며 "내 나이에 나에게 뭘 하겠느냐. 소유욕은 크게 없다. 다만 딸이 편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아내에게 못해준 것도 해주고 싶고"라고 답했다.

또 "욕심 안내고 사니까 적든 크든 많이 받아왔다. 살면서 이제는 받았던 모든 걸 남겨주고 싶은 생각"이라며 "예를 들면 젊을 떈 산속에 꽃이 있으면 꺾어갔는데, 내 나이쯤 되면 그냥 놓고 온다. 다시 가서 본다. 그게 인생과 마찬가지다. 있는 그대로 놔두는 것, 그게 쉽지 않다"고 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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