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벗고 미스터트롯 공연가면"..대선 앞 백신패스 급한 與

송승환 2021. 10.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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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보호 조치 없이 불편함을 주는 방식으로 '백신 패스' 정책을 추진하면 새로운 차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전달하기 위해 만든 가상의 공중 화장실. 자료: 이제석 광고연구소ⓒ www.jeski.org

더불어민주당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TF’가 13일 ‘한시적 백신 패스’ 도입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백신 패스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경우 식당 등 실내 시설 이용 제한을 풀어주는 제도다. 김성환 민주당 위드코로나TF 추진단장은 이날 “예를 들어 식당, 카페 등의 영업을 자정까지로 늘리고 오후 10~12시엔 백신 패스가 있는 사람만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11월 중 어느 때 적용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지 정부가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 등 경제단체들은 “전 국민의 80%가 접종을 완료할 11월 초 정부가 위드 코로나로 방역 체계를 전환하는 것을 환영한다”(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고 밝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답답했던 시민들도 기대감을 보였다. 리얼미터가 4일 발표한 ‘백신 패스 도입 찬반 조사’에서 응답자 64.4%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안 하거나 못 하는 입장에선 “백신 패스 제도는 미접종자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지난 1일 올라온 “백신 패스 반대합니다” 글은 14일 기준 7만6000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은 “백신 패스 제도를 도입하면 기저질환, 알레르기, 부작용에 대한 걱정으로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이 회사, 학교 등 소속 집단에서 차별을 받게 될 수 있다”며 “접종자와 미접종자를 갈라서 국가가 차별을 두는 것은 개인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방역 당국은 지난 5일 "백신 접종을 안 하거나, 기저질환 등으로 못 한 국민은 약 530만명"이라고 밝혔다.

‘백신 안 맞을 자유’ 관련 이슈는 백신 접종이 먼저 진행된 미국, 유럽 등에선 이미 뜨겁게 논란이 진행중이다. 미국 애리조나주는 지난달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 백신 의무 접종 정책은 헌법상 평등 조항을 심각하게 위반했기 때문에 무효로 해달라”는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호주 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백신 패스 정책은 의학적인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못 하는 사람과 신념 또는 정치적 견해로 거부하는 사람에 대한 차별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냈다.

이런 이유로 김부겸 국무총리는 13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첫 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보다 앞서 일상으로의 복귀를 추진했던 해외 여러 나라의 사례를 냉철하게 성찰하겠다”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갈등조정 역량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 박서준씨가 지난달 27일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손흥민 선수의 축구 경기를 마스크 없이 관람하고 있는 모습. [사진 SPOTV 중계 캡처]


하지만 여당 일각에선 “당정이 다음 해 치를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백신 패스 도입을 서두르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당 경선기획단 소속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 압승의 이유가 방역 성공이듯 내년 대선에서 정권심판론을 덮을 수 있는 유일한 변수는 ‘코로나 종식’이란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를 시도해서 내년 초 집단면역 달성에 성공한다면 국민들은 축제 분위기일 것”이라며 “영국의 축구장처럼 마스크를 벗고 ‘미스터트롯’ 콘서트장에 가게 된다면 어떨 것 같냐”고 말했다.

송영길 대표는 14일 부산 민주공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예비 신혼부부들을 만나서 예식장 문제를 들어보니 규제가 너무 가혹해서 질병청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풀어달라고 전달했다”며 “내년 초까지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도록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매년 결혼을 준비하는 약 50만명의 예비 신랑, 신부의 표심을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당정의 움직임에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드물게 한목소리를 냈다. 신상진 국민의힘 의원(전 코로나19 대책특위원장)은 1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표와 백신 패스 정책에는 동의하지만 이상 반응을 두려워하는 미접종자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설득, 의학적 이유로 맞지 못한 사람에 대한 배려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정부가 방역을 위해 소상공인의 피해를 일방적으로 강요했듯 빠른 일상 회복을 위해 미접종자를 차별하는 정책을 밀어붙일 것 같아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일 서울 동작구 상도1동 주민센터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예방접종스티커를 발급받아 신분증에 부착한 뒤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이동영 수석대변인도 “위드 코로나를 준비해야 한다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백신 미접종자를 범죄화하거나 사회적 차별을 해선 안 된다”며 “정부가 그동안 통제 위주로 시행해온 방역 정책의 득과 실이 무엇이었지 되짚어보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접종자에게 불이익이나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 백신 접종자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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