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에서 청국장 냄새가? 끊을 수 없는 마성의 풍미

백종현 2021. 10.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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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세계여행 - 스위스 퐁뒤


치즈에 와인을 섞어 불에 익힌 다음, 기다란 꼬챙이에 빵이나 감자를 꽂아 치즈를 흥건하게 묻혀 먹는다. 사진 스위스관광청
스위스는 누구나 꿈꾸는 여행지이지만, 스위스 여행에는 의외의 복병도 있다. 음식이다. 비싼 가격이 부담스럽기에(스위스는 세계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나라다. 2020년 통계청 세계 비교 물가 자료에 따르면 한국보다 67%가 높다) 메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예상보다 짜고 느끼한 맛, 지독한 냄새에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스위스는 산악 지형이 많아 예부터 저장에 용이한 염장 식품과 치즈 같은 가공식품이 널리 발달했다. 비교적 간이 짠 편이다.

반면 치즈를 사랑한다면 스위스는 천국이다. 스위스 산간 지역에선 예나 지금이나 목축업이 활발하다. 알프스 기슭마다 소 떼가 풀을 뜯고, 양들이 뛰논다. 덕분에 우유 생산량이 많고, 치즈를 활용한 먹거리가 많다. 스위스 국민 요리 퐁뒤(fondue)가 탄생한 배경이다.

몽트뢰 자만 언덕에서 퐁뒤를 즐기는 연인. 치즈와 빵, 버너와 냄비 따위만 챙기면 어디서든 퐁뒤를 즐길 수 있다. 사진 스위스정부관광청

퐁뒤는 알프스에서 한겨울 치즈를 녹여 먹던 것에서 유래했다. 우리네 김치처럼 스위스에는 다양한 퐁뒤 요리가 있는데, 이른바 치즈 퐁뒤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단단한 치즈에 와인을 섞고 불에 익힌 다음, 기다란 포크에 빵이나 감자를 꽂아 치즈를 흥건하게 묻혀 먹는 방식이다. 좀처럼 한 음식을 공유하는 법이 없는 유럽에서도 퐁뒤는 남다른 존재다. 예나 지금이나 한 냄비 앞에 여럿이 둘러앉아 함께 포크를 넣어 가며 음식을 즐긴다.

녹여 먹기 좋은 치즈와 냄비, 빵과 꼬챙이만 있다면 어디서든 퐁뒤를 해 먹을 수 있다. 스위스 사람이 가장 즐기는 캠핑 먹거리도 퐁뒤다. 일명 ‘퐁뒤 케이블카’ ‘퐁뒤 트램’ 같은 이색 차량도 볼 수 있다. 퐁뒤를 즐기며 도시에서 도시로, 지상에서 알프스 정상으로 이동한다.

빵을 꽂아 먹는 게 일반적이지만, 감자나 피클도 퐁뒤와 잘 어울린다. 사진 스위스관광청

부드럽고 포근한 이미지와 달리 퐁뒤는 퍽 호불호가 갈리는 음식이다. 익힌 치즈가 누군가에겐 고약한 냄새와 느끼함으로 느껴지는데, 또 다른 누군가에겐 엄청난 풍미로 다가온다. 화이트 와인이나 슈냅스와 특히 궁합이 좋다.

스위스 사람은 하늘 아래 같은 퐁뒤는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치즈의 주재료는 우유다. 젖소 품종에 따라, 나아가 젖소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자라냐에 따라 우유의 맛이 달라진다. 우유를 치즈로 만드는 방식도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지역에 따라 다른 치즈가 나고, 식당마다 나름의 레시피(주로 2~3가지 치즈와 와인을 섞는다)가 있으므로 퐁뒤의 맛과 향도 미묘하게 다르다. 하여 스위스 사람은 치즈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한 가지 퐁뒤만 먹지 말라고 권한다. 퐁뒤만 먹고 다녀도 일주일이 모자라다. 세상은 넓고 퐁뒤는 많다.

스위스 취리히의 명물로 통하는 퐁뒤 트램. 사진 스위스관광청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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