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지식생태학자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한양대 유영만 교수는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라는 책에서 우리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에 대해서 귀가 솔깃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유 교수는 만나지 말아야 할 유형을 10가지로 소개한다. 첫째, 귀 막힌 사람이다. 귀를 닫고 듣지 않는 사람은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이미 자기 안에 모든 답과 결론을 내린다. 타협하거나 재고의 여지를 두지 않는다. 대화가 지속될수록 소통의 문은 닫히고 불통만이 남는다. 둘째, 필요할 때만 찾고 구하는 사람이다. 이런 인간은 모든 인간관계를 거래로 보기 때문에 정작 내가 필요할 때는 고개를 돌리거나 꼭 필요한 때는 자리를 피한다.
셋째, 오직 나뿐인 사람이다. 사람은 주고받으며 사는 존재인데, 자기 중심인 사람은 함께할 수 없다. 넷째, 365일 과시형이다. 지나친 과시는 무시를 불러오고 멸시를 낳게 된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경험과 성과, 지식만을 강조한다. 결국 다른 사람의 생각은 인정하지 않게 된다. 창조적 생각은 다른 생각을 만나 충돌할 때 탄생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다섯째, 말문을 막는 사람이다. 말문을 막는다는 것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전에 틀렸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적게’ 말하면 ‘적’도 그만큼 없어진다. 여섯째, 과거지향적인 꼰대다. 입만 열면 ‘옛날’만 들먹이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미래가 없으며, 현재도 없다. 오직 과거만 있을 뿐이다. 과거의 추억은 상상력의 재료가 되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매몰될 경우 현재와 미래까지 삼켜 버린다. 유 교수는 “꼰대는 과거로 돌아가려 하고, 리더는 미래로 향한다”고 말한다.
일곱째, 감탄을 잃은 사람이다. 감탄을 잃은 사람은 도전을 회피하고 현재 삶에 안주하고 싶어한다. 인간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현실 안주가 아닌 낯선 것을 경험해야 한다. 그래야 감탄도 할 수 있다. 여덟째, 책(冊)을 읽지 않고 책(責)잡히는 사람이다. 공부는 일종의 지적 호흡이다. 호흡을 멈추면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하듯 지적 호흡을 멈추면 정신적 성장도 거기서 멈추게 된다. 공부를 멈추는 순간 사람은 늙기 시작한다.
아홉째, 단점만 지적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긍정보다 부정, 장점보다 단점을 보는 눈을 지속적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모든 사람과 이야기할 때마다 꼬투리를 잡고 물고 늘어진다. 뒤에서 험담하고 비난하는 사람보다 칭찬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인생이 풀린다. 마지막은 대접은 잘 받고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이다. 이들은 물심양면으로 자신을 도와준 이들의 은혜를 잊어버리는 탁월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만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선 이런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유 교수는 “나는 곧 내가 만나는 사람입니다”라고 말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관계 맺기가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인연 함부로 맺지 말라는 말이 있는가 보다. 자신이 단단하고 무슨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을 가졌으면 괜찮지만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타입이라면 사람을 만나는 걸 아주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사람은 만남을 통해 변화된다. 인생은 만남이 중요하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크게 바뀌기 때문이다. 한번의 좋은 만남이 인생을 180도로 바꿔 버린다. 모압의 이방 여인이었던 ‘룻’은 ‘나오미’와의 만남으로 인생 역전을 경험했다. 룻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시어머니 나오미를 따라갔다. 그 결과 그녀는 예수 그리스도의 조상이 될 수 있었다. 반면 룻과 이름이 비슷한 ‘롯’은 자신의 삼촌 아브라함이 아니라 소돔을 선택했다. 소돔 사람들과의 만남은 롯의 인생을 비참하게 바꿔 놓았다. 남에게 귀(貴)한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내 귀(耳)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은 성경에도 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 6:31)
윤중식 종교국 기획위원 yun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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