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에 동물 사체까지 뒤진다..브라질 '미친 물가' 쇼크
브라질 시민들이 트럭 안에 가득 쌓인 동물 사체 더미를 뒤지고 있다. 식료품 매장에서 쓰고 남은 고기의 뼈·내장들로 동물 사료로 만들거나, 비누 공장에 보내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닐봉지까지 준비해와 부산물을 담아 간다. 애완동물이 아닌, 사람이 먹기 위해서다.
브라질의 유명 사진작가 도밍고스 페이소토가 촬영한 이 충격적인 사진은 지난달 29일 현지 매체 1면에 '브라질 2021: 배고픔의 고통'이란 제목으로 실렸다. 이 사진은 브라질의 경제난과 이로 인한 기아 사태의 심각성을 알려준다.
최근 남편을 잃은 51세 여성 데니스 다 실바도 고기 부산물을 가져간 이들 중 하나다. 5명의 자녀와 12명의 손주를 먹이기 위해서였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이후 오랫동안 고기를 구경도 못 했다"면서 "고기 부산물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부산물 트럭의 운전사는 "예전엔 사람들이 개들에게 줄 뼈 한 조각을 달라고 했는데, 이제 음식을 만들 뼈를 달라고 부탁한다"면서 "(마음이 아파서) 어떤 날은 울고 싶다"고 말했다.
'60만 사망' 코로나19가 불러온 기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브라질 통계청 IBGE는 브라질의 지난 9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10.2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7년 만에 최고 수준이며 5년여 만에 처음으로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 브라질은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인한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유독 브라질의 경제난이 심각한 이유는 브라질의 코로나19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브라질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는 약 60만 명으로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코로나19가 휩쓰는 가운데 경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브라질의 실업률은 13.7%에 달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현재 굶주림에 내몰린 이들은 약 19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커피·목축업의 나라가 입은 타격
글로벌 가스 가격 상승 여파로 지난 9월 가정용 가스비도 전년 동월 대비 35% 치솟았다. 가스비 감당이 어려운 일부 시민들은 주변에서 폐목재나 나뭇조각을 구해와 음식을 익혀 먹고 있다. 브라질 시민 레이드 로렌티노(73)는 AP통신에 "가스로만 요리하면, 충분히 먹지 못할 것"이라며 "심지어 커피 한 잔도 장작으로 끓인다. 비가 내리면 (목재에 불이 붙지 않아) 그냥 차가운 음식을 먹는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가스비가 올라 커피를 나뭇조각을 태워 끓여 마신다는 이야기다.
가뭄은 브라질의 자랑인 목축업과 농산물 작황에도 타격을 입혔다. 닭고기와 붉은 고기(소고기,돼지고기 등) 가격은 1년 사이 각각 약 29%, 25% 상승했다. 브라질의 주식인 쌀은 같은 기간 값이 11% 이상 올랐다. 시민 프란시엘 드 산타나(31)는 "과거 10헤알(약 2158원)이면 닭고기를 넉넉하게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3~4조각 밖에 사지 못해 가족 3~4명이 먹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수세 몰린 대통령, 탄핵 여론 고조
지독한 물가 상승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여론도 악화시켰다. 그는 내년 재선을 노리고 있으나, 브라질의 현 상황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2일 브라질 전역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고, 야권 대선 주자들은 그에 대한 탄핵까지 추진하고 있다. 탄핵 찬성(56%) 여론이 반대(41%)보다 높은 상황이다.
수세에 몰린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미국과 브라질 물가를 비교하며 "물가 상승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브라질 정치사엔 물가 상승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다. 2016년 인플레이션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거리 시위가 벌어진 몇 달 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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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서구 선진국도 '물가 상승'
브라질과 이웃인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서도 물가 상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WSJ에 따르면 멕시코·칠레·콜롬비아의 지난달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각각 6%, 5.3%, 4.51% 올랐다. 골드만삭스의 경제학자 알베르토 라모스는 WSJ에 "중남미 거의 모든 나라의 경제 활동이 활발해졌다"면서 "높은 백신 접종률로 일상 복귀가 빨라지면서 대유행 기간 억눌렸던 물가, 특히 서비스 가격이 상당한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구 선진국도 물가 상승을 피하지 못했다. CNN 등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달 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5.4% 올랐다. 이는 2008년 8월 이후 최대폭 상승으로 미국은 지난 6월 이후 물가 상승률이 5%대로 고공행진 중이다. 독일도 지난달 물가가 1년 전과 비교해 4.1% 올랐는데, 이는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영국도 지난 8월 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일상 회복에 따라 수요는 급증한 반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물류 대란과 공급난이 물가 상승의 요인이란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전 세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올가을 정점을 찍은 후 내년 중반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선진국의 물가 상승률은 올 가을 약 3.6%로 정점에 도달한 뒤 내년 중반 2%대로 안정을 되찾지만,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은 올 가을 6.8%까지 올랐다가, 내년에도 4% 정도로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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