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北피살 공무원 자료 공개 거부..이유는 "대통령기록물 지정 예정"

강태화 입력 2021. 10. 15. 19:58 수정 2021. 10. 16.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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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대통령기록물 지정이 예정됐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22일 서해에서 북한군의 총격에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에 대한 재판 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해상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당국은 해당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하며 표류했고, 이후 북측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연합뉴스


15일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14일 정보공개청구 재판부에 제출한 소송 의견서에서 “대통령기록물은 국가안전보장, 국민경제 등 여러 측면에서 민감한 정보를 담고 있다”며 “향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인 정보도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에 따라 보호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안전보장 등과 관련한 정보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결정될 경우 최장 15년(사생활 관련은 최장 30년)간 자료 제출에 응할 의무가 없는 비공개 자료가 된다. 보호기간은 대통령 임기가 끝난 날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현재 피살 공무원 관련 자료는 아직 지정기록물로 분류된 상태가 아니다. 이 때문에 유족들은 향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될 예정의 정보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자료 공개를 차단하기 위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오른쪽)이 지난 8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해양경찰청장에 대한 형사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청와대를 비롯해 국방부와 해경도 “중요한 국방 정보”라는 이유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소송 의견서에 따르면 해경은 “성명불상 북한 해양경비군인을 살인죄의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법무부와 미국 국무부를 통한 국제형사사법공조, 중국 해경국을 비롯한 관계기관의 협조 요청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제공조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피살된 공무원을 사살한 대상을 특정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련국과의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는 주장에 의구심이 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청와대는 처음부터 사건 당시 자료에 군의 주요 정보망과 첩보 수집 경로, 대응 체계 등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기밀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국가 안위를 위해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지금도 이러한 입장이 달라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 지정이 예정됐다는 점을 새로운 근거로 제시한 점에 대해서도 “국가기밀이 포함된 자료로 추후 당연히 지정기록물이 될 것을 추가로 적시한 것일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했다.

이번에 청와대가 제출한 의견서에도 “첩보의 입수 경위, 관련 부서의 대응, 군의 군사작전상황 등 군사적 비밀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 있어 이를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안보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기존의 주장을 반복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공개한 문재인 대통령의 편지. 문 대통령은 유족의 고등학생 아들이 쓴 편지에 대한 답장을 우편으로 유족 측에 발송했다. 연합뉴스


해당 사건을 조사한 해경은 지난해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 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출석한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경은 월북인지 순직인지 (최종 결과를)발표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자 “여전히 조사 중”이라며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청와대는 지난해 해수부 공무원의 피살 사실이 확인된 직후 극히 이례적으로 북한 통일전선부 명의로 보내온 사과문을 비롯해, 사건 발생 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고받은 친서의 내용까지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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