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바뀐다"..車산업 구조조정 '신호탄' [이슈플러스]
[한국경제TV 송민화 기자·임원식 기자·신재근 기자]
<앵커>
요즘 도로에서 파란 번호판을 단 전기차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불과 몇 년 뒤엔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내연기관차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전기차나 수소차 같은 친환경차 중심으로 사업구조 전환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플러스 시간에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송민화, 신재근, 임원식 기자가 차례로 짚어봅니다.
<송민화 기자>
"제 뒤의 이 차량은 제네시스의 순수 전기차 GV60입니다.
E-GMP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만든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전기차입니다.
이 차량의 탄생은 국내 자동차 산업 구조 전체를 바꾸는 신호탄이 되고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4년 뒤 내연기관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고 오는 2030년까지 모두 8개 차종으로 구성된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하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비단 국내 자동차 브랜드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폭스바겐이나 벤츠 같은 유럽 대표 브랜드들은 각각 MEB와 EQ로 불리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해 오는 2025년부터 1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기로 했고, GM, 포드 등 북미 차 브랜드들은 수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미래차 생산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의 60% 수준에 불과하고 조립공정도 단순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미 일본 닛산자동차는 1만 명 이상, 혼다자동차는 2천여 명, 포드는 1천여 명 규모의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강국 독일의 경우 앞으로 4년 뒤 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도 조만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10년 안에 구조조정을 일사불란하게 추진하지 못하면 중소 부품업체들의 줄도산과 함께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서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의 생존전략 찾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신재근 기자>
"하지만 전기차로의 산업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해결돼야 할 과제도 많습니다. 특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돼 버린 차량용 반도체는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장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누적 보급대수는 지난해 처음으로 1천만 대를 넘어섰고, 2030년에는 2억 3천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런 전망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얘기입니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는 금보다 더 구하기 힘든 존재가 돼 버렸습니다.
전기차 등 신차 출시로 차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반도체 재고가 바닥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공장까지 문을 닫으며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됐기 때문입니다.
차량을 구매해도 받는 데까지 길게는 1년까지 기다려야 하고, 심지어 전기차는 언제 받을지조차 가늠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기아 대리점 관계자 : (차량용 반도체 부족 때문에 EV6는 지금 주문하면) 2022년 출고 예정인데 그건 확실하지 않아요. 더 늦춰지거나 빨라질 순 있습니다.]
문제는 올해 끝날 줄만 알았던 반도체 수급난이 언제 해소될지 전문가들조차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차량용 반도체는 칩 한 개당 가격이 2달러(2,366원) 수준으로 수익성이 낮은 탓에 생산설비를 무턱대고 늘리기도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조철 /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문제가 되는 게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 쪽이 첨단공정을 요구하지 않거든요. (수익성이 안 좋기 때문에) 지금 당장 수요가 좀 늘어난다고 해서 (반도체 대기업들이) 투자를 하기에도 애매합니다. 전반적으로 시스템 반도체 쪽에 공급 부족은 계속 간다고 봐야 하거든요.]
이런 이유에서 최근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지난해 4월 반도체 개발사 `미라이즈`를 설립했고,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테슬라 등도 이미 반도체를 자체 개발했거나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현대차도 북미 본부 사장이 차량용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차량용 반도체 개발 각축전이 벌어지는 건데,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오는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지금보다 두 배 이상 커질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반도체 전쟁`에서 이기려면 국내에 일종의 차량용 반도체 기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갈수록 더 많은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부품 국산화를 통해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하는 겁니다.
[문학훈 / 오산대 스마트자동차과 교수 : 반도체 수급 상황을 해결하려면 국내에 차량용 반도체 업체를 발굴해서 개발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를 개발하는 업체를 복수로 발굴해야 합니다.]
일본 정부의 지난 수출규제 위기를 이른바 소부장 국산화로 극복했듯이 차량용 반도체의 안정적인 확보 또한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임원식 기자>
전기차를 사고 싶지만 망설여진다는 한 시민.
[김정춘 / 서울 성동구 : 장거리 운행 시 아무래도 급한 일이 생기다 보면 충전을 못 해서 차가 서게 되는 경우가 생기잖아요. 그러면 우왕좌왕할 것 같은 불안감도 있고...]
전기차를 몬 지 2년 7개월 됐다는 또 다른 시민.
[정현 / 경북 경산시 : (충전소 설치를 놓고) 전기차 유저들과 주민들과 마찰 같은 게 있어서 아파트 내에 충전소 설치가 매우 많이 필요합니다.]
행여 충전소를 못 찾을까 걱정, 설령 충전소가 있어도 이용이 불편하다며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자동차는 있는데 연료가 없어서 움직일 수 없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기 위한 또 하나의 중대한 과제는 바로 이 충전소를 비롯한 전기차 인프라의 확대입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보급대수는 19만여 대.
전기차 충전기는 9만 1천여 대로,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않습니다.
특히 전기차 한 대에 6~7대가 적정하다는 급속 충전기는 전기차 14대가 충전기 1대를 돌려써야 하는 형편입니다.
충전소만 많이 짓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닙니다.
15년 이상 된 아파트나 빌라 같은 노후 공동주택에 설치하는 경우 세대별 전력 사용 설계용량이 3kW 정도에 불과한 탓에 자칫 전력 과부하로 정전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어컨 사용빈도가 높은 7~8월, 공동주택 내 정전 사고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충전소 설치에 앞서 변압기 교체 등 전력설비 개선부터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들쑥날쑥한 전기차 구매 보조금 또한 전기차 시대를 더디게 하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올해 예산에 5천3백여 대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했는데 6개월도 채 안 돼 동이 나 버렸습니다.
가까스로 추경 편성을 통해 보조금 지원을 이어갔지만 보조금 규모는 4백만 원에서 2백만 원으로 반이나 줄었습니다.
전기차 구매 수요가 적은 일부 지자체의 경우 1천만 원이 넘는 보조금 혜택을 볼 수 있는 반면 서울에서는 200만 원, 그것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인 겁니다.
여기에 전기차 구매 이후 연관 산업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점 또한 걸림돌로 지적됩니다.
전기차 전문 수리나 정비를 위한 인력부터 전기차용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전기차 시장의 활성화를 넘어 질적 성장을 위한 정책적 고민과 규제 완화가 동시다발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김필수 /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사고가 났을 때) 부품비나 수리비가 수입차만큼 비싸다는 거죠. 시스템에 대한 밸류체인 형성이 아직 덜돼 있다고 보고 있고 또 제일 중요한 건 전기차 정비가 전혀 되지 못하고 있어요. 거의 대부분이 전기차 정비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일반 정비 업소에서 전기차를 완전히 수리를 못합니다. 전혀 손을 못 댄다는 거죠."
과거처럼 `따라 가기`가 아닌 `주도하는` 전기차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국내 완성차 업계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 또한 관련 인프라 조성에 팔을 적극적으로 걷어붙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한국경제TV 임원식입니다.
송민화 기자·임원식 기자·신재근 기자 mhson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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