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진 기자의 사모 몰랐수다] 사역지 이동 시작되는 10월, 우리 집은 어디에..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월간 KB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1.52%를 기록했다. 2006년 12월(1.86%) 이후 1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전셋값과 월세도 각각 2.4%, 0.9% 올랐다. 전세 가격 상승폭은 2017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세도 2014년 7월 이후 7년여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새로운 사역지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목회자에게도 큰 어려움이 되고 있다. 교회에서 제공하는 사택을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대부분의 교회는 일부 보조금을 지원한다. 이마저도 지원 안 되는 교회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부교역자들은 개인의 상황과 형편에 맞춰 집을 얻는다. 교회 근처로 집을 얻으면 좋겠지만 치솟는 집값에 수도권 외곽에서 거주하며 교회까지 왕복 2시간 거리를 출퇴근한다는 목회자들의 이야기가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비단 목회자뿐 아니라 평신도들도 매일 먼 길을 출퇴근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목회자들은 교회와 가까운 곳에 거주해야 성도를 더 잘 섬기며 돌볼 수 있고 기도하고 사역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다. 목회의 특성상 퇴근 이후에도 상담, 심방 등 여러 가지 일이 있는데 집이 멀면 체력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
얼마 전 A사모의 초대로 집들이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친한 사모들이 다함께 모이는 자리였다. 사모님 가정은 2년간 교회 근처에서 방 2칸짜리 반지하 월세로 살다가 SH가 제공하는 장기전세 임대아파트에 당첨됐다. 늘 곰팡이 가득했던 반지하 생활을 봐왔던 터라 햇볕 잘 드는 거실과 방 3칸짜리의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A사모는 “아이들과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어 좋지만 교회와 집이 멀어져 남편이 새벽 기도를 가기 위해 새벽 3시부터 나갈 채비를 한다”며 “요즘 들어 힘들어하는 남편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부교역자의 주거 문제는 교회에도 영향을 미친 듯했다. 담임목회를 하고 있는 B사모는 “교회에 지원하는 부교역자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교회에 지원하는 목회자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주거지원”이라며 “좋은 목회자를 모시고 싶어도 교회에서 지원하는 지원금만으로는 집을 얻기 어렵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사모들의 자기반성도 이어졌다. 최근 이사 문제와 전세자금 마련 등 어려운 상황을 놓고 기도 요청하는 성도들을 말씀으로 위로하고 기도하면서도 정작 사모인 우리도 현실과 믿음 사이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연약한 모습을 되돌아봤다.
유일하게 교회에서 제공하는 사택에 거주하고 있는 C사모는 “사택이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고 했다.
“사모들끼리 서로 음식도 나눠 먹고 주말에는 애들도 데리고 같이 놀러 다니고 삶을 공유하며 교제할 수 있어서 좋은데 아래층에 선임 목사 부부가 살아서 애들 발걸음 하나도 조심스럽고 부부 싸움이라도 하는 날에는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갈까 봐 목청도 낮춰야 해요.”
얼마 전 취재차 방문한 충북 충주에 있는 소태교회에서 유난영 사모를 만났다. 소태교회는 지난달 27일 천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예배당과 15평 남짓의 사택이 전소됐다. 22년 전 소태마을에 들어온 유 사모는 자비량으로 마을 사람들을 섬겨왔다. 하루아침에 사택을 잃고 마을회관에서 전기장판에 몸을 의지하고 있는 유 사모는 이런 말을 전했다.
“주신 이도 여호와시요, 거두신 이도 여호와이십니다. 내 뜻과 힘이 아닌 하나님께 순종하며 나아갈 때 하나님은 모든 것을 책임지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믿고 그저 순종하기만 하면 됩니다.”
부교역자 이동이 시작되는 10월이다. 하나님이 각자에게 주신 소명에 따라 인도하심을 기대하는 복된 가을이 되길 소망한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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