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옛 폰 찾으려 각자 플레이한 검경..'핫라인' 무색해지나

박건 입력 2021. 10. 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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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이 연일 엇박자를 내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옛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검·경의 수사가 겹치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대장동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적극적으로 협력하라”고 주문한 상황에서 수사당국 간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오후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청 도시계획과 사무실 책상 위에 판교대장 도시개발사업 관련 서류들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유동규 옛 휴대전화, 검·경은 각자 추적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남부경찰청 전담수사팀(팀장 송병일)은 지난 13일 유 전 본부장의 옛 휴대전화를 그의 지인 A씨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수원지검에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신청했다. 그러나 영장이 발부되기 전인 15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이 먼저 A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날 성남시청에도 수사관 20여 명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과 경찰이 찾고 있는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2014~2015년에 그가 사용했던 것이다. 수사당국은 이 휴대전화를 유 전 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추적할 수 있는 단서로 보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내에 자신의 ‘별동대’인 전략사업팀을 꾸려 대장동 사업을 지휘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에 당시 정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검·경이 거의 동시에 이 휴대전화를 찾아 나서면서 충돌이 발생해 수사당국 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내부에선 ‘영장 청구권을 가진 검찰이 이틀간 청구를 미루다 수사를 가로챈 게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고 한다. 15일 오전에는 경찰의 영장 청구 신청을 검찰이 반려(기각)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정보를 가로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경찰의 영장 청구 신청을 반려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검찰 수사팀이 영장을 청구한 날짜는 경찰과 같은 13일인 것으로 확인됐다. 우연의 일치로 검·경의 수사 일정이 겹쳤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사전에 수사 대상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조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 수사상황 점검 등을 위해 1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을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속되는 줄다리기…“결과물로 협력 입증해야”


지난달 29일 각각 전담수사팀을 꾸린 검찰과 경찰의 미묘한 주도권 다툼도 이어지는 양상이다. 초기엔 검찰이 먼저 화천대유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하는 등 수사를 주도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경찰이 지난 7일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이 놓쳤던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하면서 검찰의 ‘부실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튿날 검찰은 “수사팀의 불찰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대장동 의혹에 대한 첫 공식입장과 함께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후 김오수 검찰총장은 “경찰과 핫라인을 구축해 협력하겠다”고 했고,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도 “검찰과 사안별로 협의체를 구성해서 협의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수사의 비효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검·경이 같은 사건에 대해 각자 수사를 진행하는 것에 법리상 문제는 없다”면서도 “수사가 중복되다 보면 다른 사건에 수사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승 연구위원은 “두 수사기관이 협조하고 있다는 게 결과물로 드러날 수 있게끔 실질적인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건 기자 park.k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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