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때리는 글 맞았다"..한밤중 尹캠프 발칵 뒤집은 서민

현일훈 2021. 10. 1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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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가 15일 새벽 서민 단국대 교수 글로 발칵 뒤집혔다. ‘윤 전 총장이 재직 당시 받은 징계가 정당하다’는 전날 법원 판결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이 “황당한 판결”이라고 대응하자, 서 교수가 한밤중 블로그에 “윤 전 총장에게 실망했다”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그가 ‘윤석열 TV’ 진행자이자, 공개 지지자였기에 내부 충격은 꽤 컸다. 캠프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벽부터 관련 기사를 검색·공유하면서 여론 동향을 유심히 살폈다”며 “오후 들어 서민 교수가 지지 의사를 다시 밝혔지만, 해당 글은 종일 내부에서 회자됐다”고 전했다.

서 교수가 쓴 글의 요지는 “윤 전 총장이 판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국민에게 사과 메시지를 내길 바랐는데 그 기대가 무너졌다"는 것이었다. 그는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뻔뻔함은 이 정권의 전매 특허였는데, 우리마저 사법부 판결을 무시한다면 조국을, 김어준을, 그리고 대깨문을 욕할 자격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를 받으며 참석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와 관련, 캠프에선 공개적으론 “사법부가 대장동 사건 물타기에 동원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김병민 대변인)라거나 “이 사법부, 지켜봐야겠다”(윤희석 공보특보)는 등으로 비난 기조를 그대로 유지했지만, 내부에선 다른 기류도 감지됐다. 익명을 원한 캠프 핵심 관계자는 “뼈 때리는 글이다. 문재인 정부가 입맛에 따라 사법부를 흔들어 왔는데, 우리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게 지지자에게 실망감을 주지는 않을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여기에다 윤 전 총장의 검찰 저격성 페이스북 글이 더해지면서 논란이 ‘윤석열 vs 법원·검찰’ 구도로 커졌다. 윤 전 총장은 “이재명 면죄부 수사, 좌시하지 않겠다”며 “검찰이 이대로 가면 이재명 캠프 서초동 지부라는 말까지 듣게 생겼다”고 썼다. 또 전날 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국회에서 “녹취록에 나오는 ‘그분’은 ‘정치인 그분’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을 두고는 “어떻게 수사 중에 이런 말을 하나. 이재명 대변인이나 할 수 있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정치 선언 후에도 현안 수사 관련 질문을 할 때마다 “직전 검찰총장이었다”며 언급을 꺼렸다. 그런데 대선 경선 국면에 들어선 뒤엔 “대통령이 되면 화천대유의 주인은 감옥에 갈 것”(9월 29일 SNS)이라거나 “검찰, 이따위로 수사하나”(10월 6일 회견)같이 강한 톤으로 비난 수위를 높여나가는 모양새다.

서민 단국대학교 교수. 오종택 기자


경쟁 주자들은 이를 겨냥해 “윤석열식 내로남불”이라는 취지로 공세를 편다. 그가 검사 시절 내 편 네 편 안 가리고 수사하는 원칙주의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데 반해, 지금은 이 지사 등에는 “수사가 지나치게 미온적”이라고 질책하면서도, 자신을 둘러싼 여러 수사에는 “수사가 지나칠 정도”라고 말하는 것 등을 비교해 지적하는 것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에 서 왔던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장 시절 검찰·헌법주의자를 내세우며 ‘정치 외풍이 개입해선 안 된다’고 해서 지지를 받았고, 대선 출마 때도 ‘공정’을 강조해 왔는데 자신에게 흠집이 가는 건 전부 문제라는 식으로 모는 것도 썩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검찰을 향해 “너희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대장동 주인을 구속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선 발언의 취지를 떠나 ‘정치보복을 하겠다’는 엄포로 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 본당을 찾아 예배에 앞서 기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야당 대선 후보가 국민적 의혹이 있는 사건, 특히 민주당 대선 주자가 거론되는 사건에 대해 철저한 수사 촉구를 하는 건 당연하다”며 “윤 전 총장 관련 사건을 봐도 지나치다는 지적이 언론에서도 나오고 있지 않느냐. 당사자 입장에서 이 정도로 대응하는 건 다른 대선 주자와 비교해 봐도 지나치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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