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사회·라이크커머스..김난도 교수가 꼽은 2022년 10대 트렌드
‘나노 사회’는 우리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적인 유대를 이루지 못하고 개개인, 나노 단위로 조각난다는 의미다. 공동체가 개인으로, 작은 무리들도 더 미세한 존재로 분해돼 서로 이름조차 모르게 된다. 김난도 교수는 “이는 다른 모든 트렌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나노 사회를 강화하는 요인은 스마트폰, 알고리즘, 기술만능주의 등이다. 이로 인해 개인은 더욱 고립되는 경향이 있다며 나노 사회로의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기술만능주의에서 탈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머니러시’는 투자와 투잡을 통해 수입의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꽂는 현대인을 표상한다. 대출을 끼고 투자하는 ‘레버리지’는 기본이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속물화 현상을 드러내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각자 ‘성장’과 ‘자기실현’ 수단으로 돈벌이에 나선다는 점에서 개인적 ‘앙터프리너십(기업가 정신)’의 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득템력’은 돈만으로 살 수 없는 것을 ‘획득’하는 역량이다. 시간, 정성, 인맥, 때로는 운까지 필요한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한다. 상품 과잉의 시대, 돈만으로는 부를 표현할 수 없는 현대판 구별 짓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러스틱 라이프’는 ‘촌’스러움이 ‘힙’해지고 있는, 자연친화적 삶에의 동경을 뜻한다. 논밭뷰, 불멍, 풀멍이 대표적이다. 날것의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 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시골향(向) 라이프스타일을 지칭한다.
‘헬시플레저’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선호하면서도 그에 따른 고통은 피하려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성향을 제시한다. 이들은 “좋은 약은 입에도 달다”고 입을 모은다. 이왕 운동할 거라면 즐겁게 하자는 주의라고. 성인병 예방을 위해 병원을 찾는 20대가 급격히 늘어나는 ‘얼리케어 신드롬’도 눈여겨봐야 한다.
‘엑스틴 이즈 백’은 MZ세대의 선배인 X세대의 귀환이다.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뜻에서 ‘X세대’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그들은 지금의 MZ보다 더 큰 충격으로 세대 담론의 출발을 알렸던 신세대의 원조였다. 기성세대보다 풍요로운 10대를 보낸 이 새로운 40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며, 자신의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엑스틴(X-teen)’이라고 부를 수 있다. X세대는 사실상 지금의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기둥이다.
‘바른생활 루틴이’는 자기 관리에 철저한 신인류를 의미한다. 루틴이의 자기통제 노력은 ‘업글인간’식 자기계발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힐링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미세행복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실재감테크’는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가상의 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하며, 인간의 존재감과 인지능력을 강화시켜 생활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기술을 말한다. 과거 잠시 나왔다가 사라진 사이버 가수 ‘아담’과 22살의 가상인간 ‘로지’는 실재감테크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그 경계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라이크커머스’는 커머스 인플루언서가 일상화된 시대를 보여준다. 그냥 SNS를 하다 태그를 따라 들어가서 구매하는 ‘상시’ 쇼핑 시대가 열렸다. 크리에이터들은 남의 제품을 파는 데서 더 나아가 자기가 만들어서 자기가 홍보하고, 자기가 판다. ‘좋아요’에서 시작하는 D2C커머스의 시대. 이를 ‘라이크커머스’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끝으로 ‘내러티브 자본’은 갈수록 커지는 서사(narrative)의 힘을 강조한다. 내러티브를 갖추는 순간, 당장은 매출이 보잘것없는 회사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값이 오를 수 있다. 테슬라가 대표 사례다. 테슬라 주가는 머스크의 꿈이 수치로 반영된 것이고, 그 꿈은 강력한 내러티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브랜딩이나 정치 영역에서도 자기만의 서사를 내놓을 때 단번에 대중의 강력한 주목을 받는다. 2022년에 치러질 두 번의 선거는 치열한 ‘내러티브 전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나만의 내러티브는 무엇인가?”
[노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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