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간병, 5년 지나면 사회적으로 큰 문제 될 것"
[이영광 기자]
저출생 문제가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지속됨으로 인해 사회 곳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청년이 부모를 간병하는 현실적인 문제 또한 저출생에서 파생되는 문제로 꼽힌다. 예전엔 자녀가 여럿이었기 때문에 부모가 아파도 돌아가며 간호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자녀가 한둘이다 보니 부모를 간병하는 일도 그들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청년 간병의 그늘,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8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나는 효녀가 아니다-청년 간병' 편이 방송되었다. 아픈 부모를 간병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청년 간병의 문제점과 다른 나라의 사례를 통해 대안까지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3일 '나는 효녀가 아니다-청년 간병' 편을 취재 연출한 이유심 PD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 MBC |
- 이번 방송에서 청년들의 부모 간병 문제를 짚으셨는데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나요?
"지난 5월에 방송한 청년 고독사 이후로 청년 문제를 좀 더 취재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처음에는 저도 잘 모르는 부분이었어요."
- 취재하시면서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굉장히 어려웠어요. 청년들의 간병에 대해 아직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어요. 실제로 지금 국내에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 같은 사람도 없고요. 그리고 용기 내어 이 상황에 대해 말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런데 청년 간병 문제가 5년만 지나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거라는 생각이 취재하면서 강하게 들었어요."
- 처음 취재는 어디부터 하셨어요?
"처음에는 자료조사를 했어요. 일본은 이미 이런 문제들이 만연하니깐 일본에서 쓴 기사나 일본에서 온 르포, 책들을 많이 읽었고 그 다음에 섭외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어요. 어떤 섭외는 한 3주 정도 걸리기도 했어요. 한 사람을 세 번 넘게 찾아가기도 했었고요."
- 청년 간병이란 용어가 좀 새로운데, 40·50대 부모님이 그들의 부모를 간병하는 것과 차이점이 있을까요.
"본질적으로 힘들다는 건 같은 것 같아요. 다른 점은 아직 물질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마음적으로나 준비가 되지 않은 이들이 갑자기 간병을 하게 된다는 것이에요. 또 간병하면서 부딪히는 어려운 점들이 있잖아요. 너무 어린 나이에 그런 것들을 경험하고 평생 간직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인 것 같아요."
- 통계적으로 청년 간병인 수치가 어느 정도 되나요?
"통계를 한번 내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끝까지 통계를 내지 못했어요.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청년 간병이 어느 부서의 소관인지 명확하지 않았고, 통계를 내려면 범위를 정해야 되는데 청년 간병인의 나이를 몇 세부터 몇 세까지라고 정의해야 하는 지 기준도 없었어요. 그만큼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 예전부터 부모를 간병하는 청년들은 있었을텐데, 왜 통계가 없는 걸까요.
"청년간병이 과거부터의 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이게 저출산이랑 고령화랑 맞물리면서 생겨난 파열음 같은 문제거든요."
- 방송에 강단예씨(26살) 이야기가 나오잖아요. 이 분을 섭외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강단예라는 사람이 좋았어요. 아빠랑 오랜만에 만난다며 설레하는 표정이랑 아빠에게 이야기하는 과정 등이 너무 좋아서 인상이 강하게 남았어요. 저는 이 방송이 슬픈 게 아니라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쁘고 못 생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이 방송 자체가 아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단예씨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이 제 생각에는 정말 예뻤어요."
- 근데 청년 간병이라는 게 예쁠 만한 주제는 아니지 않나요?
"간병이라고 하면 우울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잖아요. 사회가 간병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렇다고 봐요. 그런데 결국 우리는 언제가 간병을 할 건데 이것이 무섭고 잔인한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문제는 분명히 심각하지만 그렇다고 두렵고 가망없는 이야기로만 풀고 싶지 않았어요. 그럴수록 간병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로 남아 있을 테니까요."
- 간병을 했었거나 현재 하고 있는 청년 네 명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이렇게 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이 방송이 지금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방송에 출연한 청년들이 방송에 출연함과 동시에 스스로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또 저희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병의 경험을 어떻게 나눌 건지도 궁금했었고요. 저는 무엇보다 간병이 '집의 우환'이나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아니라 '나도 간병하는데, 너도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간병하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이야기도 아니고 비밀도 아니기에 내 경험과 내가 느낀 것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처음 그분들에게 제안했을때 반응이 어땠나요?
"처음에 안 올 줄 알고 좀 걱정했거든요. 근데 다 참여하겠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 취재해보니, 청년 간병인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간병은 철저히 혼자인 경우가 많았어요. 혼자라는 게 진짜 어려운 거 같아요. 상의할 사람도 없고, 같이 이야기를 할 사람도 없고, 개인이 혼자 짊어져야 된다는 게 제일 어려워 보였어요. 또 그 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것이 힘든 것 아닐까요."
- 간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잖아요. 청소년이나 취업하지 않은 청년들은 수입이 없어서 힘들 것 같아요.
"맞아요. 간병을 하지만 또 생활비도 필요하니깐 아픈 환자가 주무시는 새벽에 아르바이트하는 청년도 있었어요. 모아둔 돈이 없다는 것이 다른 연령대가 처한 현실보다 어려운 것 같았어요. 또 취업 때를 놓치면 이분들은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도 한국 사회에서는 어렵죠. 이런 것들이 문제인 것 같아요."
- 방송을 보면, '간병하는 청년들은 효자 효녀란 말을 듣기 싫어한다'는 표현이 나와요.
"이게 그렇더라고요. 그 말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이채림이라는 분이 '효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고 엄마가 차라리 건강했으면 좋겠다'라고 하거든요. 효녀 효자라는 말이 결국에는 이 문제를 개인의 책임, 개인의 문제로만 가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이분들을 효자 효녀로 부르는 것은 우리 사회가 무책임하다는 방증 아닐까 생각했어요."
- 앞으로 우리 사회가 청년 간병 문제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져 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최소한 삶을 시작할 시기에 있는 분들을 우리가 좀 더 배려해 줬으면 좋겠어요. 단순히 스무 살 넘은 성인이니까 알아서 하라는 게 아니라 따뜻하게 바라봐 줬으면 좋겠어요."
- 취재하면서 느끼신 게 있다면.
"다른 회차보다 정말 섭외가 잘 안 됐었거든요. 그럼에도 방송에 나와서 자기 얘기를 해 주는 분들이 있어서 이 방송을 만들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런 분들 덕분에 그래도 세상이 조금씩 좋게 변한다고 느꼈어요. 이 방송을 통해 아주 획기적으로 간병에 대한 좋은 지원제도가 생기진 않겠지만, 이런 문제들이 조금씩 사회에 드러나는 것만해도 가치있는 것 같아요. 다 이분들의 용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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