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금융그룹 이사회 쏠림현상..말 뿐인 '디지털'(종합)
186명 중 디지털 전문가 2명 불과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국내 6개 금융복합기업집단 내에서 내부통제의 핵심 역할을 하는 이사회의 구성원 10명 중 6명이 금융·경영 전문가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기관들이 저마다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이나 IT 전문가는 단 2명에 그쳤다.
이사회의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을 위해 공통 배경을 갖거나, 특정 이해관계를 대변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사외이사를 포함시키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형식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복합기업집단의 올 상반기 그룹 공시에 따르면 삼성(대표회사 삼성생명), 한화(한화생명), 교보(교보생명), DB(DB손해보험), 미래에셋(미래에셋증권), 현대차(현대캐피탈) 등 6개 그룹의 전체 이사회 구성원은 모두 186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금융분야 전문가가 65명으로 34%를 차지해 가장 많았으며, 경영 전문가 52명(28%)으로 집계됐다. 금융과 경영 전문가가 전체 이사회의 6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회계분야 전문가가 30명(16%), 경제분야 전문가는 21명(11%)을 기록했으며, 법률분야 전문가는 10명(5%)에 그쳤다. 특히 IT(디지털)분야 전문가는 미래에셋과 현대차가 각각 1명씩 차지했다.
그룹별로 삼성금융그룹의 이사진 수가 43명으로 6개 그룹 가운데 가장 많았다. 사내이사가 23명, 사외이사가 20명을 차지했다. 이 중 17명(40%)이 금융 전문가였으며 경영 11명(26%), 경제 6명(14%), 회계 5명(12%), 법률 3명(7%), 기타 1명 순이었다.
32명의 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는 현대차는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 전문가(4명) 보다 경영 전문가(14명)가 더 많이 포진했다.
한화는 31명의 이사 가운데 금융 전문가가 15명(48%)으로, 금융그룹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았다. 경영 7명(22%), 회계 4명(13%), 법률 1명 등을 기록했다.
교보와 DB는 각각 이사 28명 가운데 금융 전문가가 10명(36%), 11명(39%)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은 24명 중에 금융 전문가는 8명(33%), 경영 4명(16%), 회계 4명(16%), 경제 3명(12%), 법률 2명, IT 1명 등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금융그룹의 내부통제에 있어서 이사회 역할은 중요해지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시행된 ‘금융복합기업집단 감독에 관한 법률(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에 따라서 내부거래가 50억원 이상일 경우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각 금융그룹 소속 금융회사 위험관리책임자는 자체 위기상황분석을 실시해 결과 및 대응방안을 이사회 등에 보고한 후 대표 금융회사의 위험관리전담부서에 제출해야 한다.
또 금융그룹들이 실시해야 하는 위험관리 실태평가에서도 내부통제 권한이나 운영 등 이사회의 권한 및 역할이 주요 평가항목으로 포함된다.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함에도 금융사 이사회를 둘러싼 ‘거수기’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사회 구성과 운영과 관련해 변화가 있어왔지만 국민 눈높이에 충분히 오지 않은 점이 있다"며 금융지주 이사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미 금융지주의 이사회는 사외이사들이 '찬성' 위주의 의견을 내며 내부통제나 견제의 역할은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결 사안에 '반대' 의견을 낸 사례는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에서 6건, 하나금융지주(회장 김정태)에서 1건 등 총 7건에 불과하다.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 농협금융지주(회장 손병환),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 사외이사들은 반대 의견이 단 한 건도 없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금융이라는 특수성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도 감안해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다"며 "최대한 객관성을 가진 이사회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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