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이라 여겼던 SF 대작의 영화화, 위대한 시작될까
[김준모 기자]
▲ <듄> 포스터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이후 '듄' 프로젝트는 수많은 감독들의 열망이었으나 방대한 원작의 규모를 어떻게 스크린으로 옮길지에 대한 고민으로 제작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거장 데이빗 린치마저 수모를 겪은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이 성공적으로 영화화되고 마블과 DC의 코믹스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는 시대에 <듄>의 영화화를 기대하는 팬들은 더욱 많았다.
이에 '듄' 프로젝트를 완성할 수장으로 드니 빌뇌브가 선정된다. 앞서 <블레이드 러너 2049>로 철학적으로 높은 수준을 선보인 SF 영화의 후속편을 완성시킨 그는 영상미와 깊이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감독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듄>의 영화화를 시리즈로 기획했다. <듄>은 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우주사회가 정립된지 1만 년 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스페이스 오페라다.
▲ <듄> 스틸컷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폴은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로 아버지 레토로부터 좋은 가문의 피를, 어머니 제시카로부터 예지된 자의 운명을 타고 난다. 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과거와 미래를 모두 볼 수 있는 꿈을 꾼다. 여성 초능력 집단인 베네 게세리트의 일원인 제시카의 피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런 폴의 존재는 아라키스의 원주민이자 외지인에 의해 매번 핍박을 받아 온 프레멘의 구원자가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폴의 캐릭터는 작품을 난해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예지몽 장면과 구원자가 지니는 종교적인 의미는 방대한 SF 세계관을 설명하기도 모자란 시간을 더 초조하게 만든다. 오락적인 요소에 집중하자니 원작이 지닌 의미가 희석되고 원작의 의미를 강조하자니 막상 관객이 즐길 요소를 감소시킨다. 때문에 드니 빌뇌브 감독은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분투하는 양상을 보인다.
▲ <듄> 스틸컷 |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
여기에 티모시 샬라메는 물론 레베카 퍼거슨, 오스카 아이삭, 제이슨 모모아, 조슈 브롤린 등 할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을 적재적소의 배역에 캐스팅해 매력을 이끌어냈다는 점 역시 시선을 사로잡는다. 단순히 스타 배우들을 대거 기용한 것이 아닌 그들에게 잘 맞는 배역을 부여하고 매력을 살리기 위한 장면들을 삽입하면서 다채로운 캐릭터 활용을 보여준다. 원작의 철학적인 요소로 지루해질 수 있는 전개를 끌어올리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여기에 철학적이고 난해한 대사를 최대한 지양하면서 이해하기 쉬운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감정적인 측면에서도 이런 노력이 보인다. 폴과 레토 사이 부자의 정, 후계자가 되어야 하는 부담감에 공포를 느끼는 폴, 가혹한 운명의 폴을 지켜주고자 하는 제시카의 사랑, 폴과의 우정을 보여주는 제국의 용사 던컨 등 관객이 캐릭터에 쉽게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이로 인해 <듄>은 완벽하진 않지만 가장 큰 난관이었던 도입부를 넘기는데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 초반 20분 가량을 설명에 할애했음에도 관객이 세계관과 폴의 캐릭터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철학과 오락의 균형을 적절하게 시도하면서 웅장함과 비장미를 살리는 미덕을 보여준다. 덕분에 시리즈물의 가장 큰 고민인 1편을 통한 후속편의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데 성공한다.
<듄>의 미래가 작품성과 오락성을 모두 사로잡은 <반지의 제왕>이 될지, 아니면 뛰어난 미장센에 비해 서사표현이 아쉬웠던 <호빗>에 그칠지는 두고 볼 바이다. 이번 작품은 시리즈물 자체로 보면 기대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스타워즈 에피소드4>처럼 한 편으로 완결된 재미를 주었다고 평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후속편에서 청출어람을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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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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