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 '비꼬였다'는 이재명이 대권 잡으려면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후보는 지금의 이미지와는 달리 엄청나게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한 가정의학과 의사가 이 후보 성격을 분석한 적이 있는데, 이 의사는 분석 뒤 이 후보를 끌어안고 울었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느냐면서. 분석을 해봤더니 이 후보는 실은 아주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인데 이런 성격을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바꾸려고 무진 애를 써 왔다는 것이다. 속은 내성적인데 그걸 감추고 겉으로는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싸움닭이 되는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웠겠느냐는 진단이었다.
이 후보는 성장기 때 자기표현을 할 기회가 없어 내성적인 성격이 됐다고 한다. 그의 어릴 적 성장과정을 들여다보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초등학교 때 크레파스 같은 학습 준비물을 갖고 가지 못해 자주 회초리를 맞고 화장실 똥통 비우는 벌을 받았으니 아이가 얼마나 기가 죽어 있었겠는가.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들어간 공장에서 걸핏하면 얻어 맞고 쌍욕을 들었으니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찍소리 못하는 겁 많은 아이로 자랐을 것이다. 숱한 정치인들이 가난을 이야기하지만 이 후보가 겪은 가난과 고통은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 후보는 “우리 집 사내들은 뼈 빠지는 일은 다 했다. (아버지와 형제들이) 청소일을 많이 했다. 우리 집 여인들은 욕스러운 일은 다 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화장실 지키며 오줌값 받고 화장지 파는 일을 했다”고 자서전에 썼다. 그렇게 세상에서 낮아도 너무 낮은 곳에 오래 머물다 보니 자존감이 한없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 그가 집권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 10대 때 공장에서 6년을 일한 아이가 중졸, 고졸 검정고시로 대학에 간 것도 기특하지만, 이후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권변호사를 거쳐 성남시장과 경기지사에 이어 이제 대통령이 되려 한다. 기가 막힌 인생 반전이다.
이 후보를 두고 동전의 양면을 다 갖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양면적인 모습은 극과 극을 오간 그의 인생 역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 후보는 일 잘 하고 실행력이 뛰어나지만 동시에 뭔가 불안하고 예측 불가한 인물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대통령이 되면 국정 장악력은 뛰어나겠지만 본인 옳다는 건 무조건 밀어붙이고 이를 방해하면 찍어 누르는 이재명식 독재를 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무상교복, 청년수당을 비롯해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보듬는 일에 열정적이지만, 주류 인생을 살지 못해 주류에 대해 적대적이고 사소한 것 하나라도 그들에게 지지 않으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형수 욕설처럼 불만이나 화를 표출하는 방식도 거칠기 짝이 없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이런 이 후보를 ‘비꼬인 사람’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홍 의원은 “이 후보는 부자를 증오하고 남을 증오한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끔찍하다. 나도 가난 속에서 살았지만 이 후보처럼 비꼬이진 않았다”고 했다.
너무 부정적으로 바라본 측면도 없지 않지만 세상의 평가가 그러하기에 이 후보가 내년 대선 때까지 이런 것들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인생을 반전시켰던 것처럼 부정적 이미지들을 싹 걷어내야 한다. 이 후보는 제도권 정치, 특히 중앙정치에 늦게 뛰어들었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정치인으로서, 또 지도자로서 계속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성품도 마찬가지다. 성장 중이다보니 여전히 불안한 부분이 남아 있고 버럭 하는 모습도 보이고 정책 추진도 저돌적인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말이나 토론하는 모습도 공격적으로 비칠 때가 많다. 그럼에도 그는 꾸준히 긍정적 방향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성장만 계속할 순 없다. 국민도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다. 대선이 5개월 정도 남았는데, 이 후보가 그사이에 성장을 마치고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지도자로 바뀌어져 있어야 한다. 국민 전체를 품을 수 있는 포용력과 덕성도 갖춰야 한다. 적어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믿음이라도 줘야 한다. 그렇게 해서 비꼬였다는 평가에서 벗어나야 대권을 거머쥘 기회가 올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아서 이 후보가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특히 마음 바탕에 있는 것을 뜯어고쳐야 하기에 고통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가 그런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손병호 편집국 부국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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