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 혁신창업의 길] 자율자동차 '레이저 눈' 개발..글로벌 빅4 안착

이상재 입력 2021. 10. 15. 00:22 수정 2021. 10. 1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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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패러독스 극복하자 ⑧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


정지성 에스오에스랩 대표가 1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있는 사무실에서 라이다 제품과 성능 측정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정 대표는 광주과학기술원 박사과정생 3명과 공동 창업했다. 김성룡 기자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경기기업성장센터에 입주해 있는 에스오에스랩 사무실. 출입문을 열자마자 회의용 책상에 수북하게 쌓인 반도체 칩이 눈에 들어왔다. 정지성(35) 에스오에스랩 대표는 책상 한복판에 있는 가로 8㎝, 세로 10㎝ 크기의 주사위같이 생긴 시제품을 가리키며 “회사의 내년 캐시카우(현금 창출원)”라며 빙긋 웃었다.

시제품을 한 손으로 들어보니 제법 묵직했다. 중간쯤에 렌즈가 달려 있다. 에스오에스랩이 독자 개발한 라이다(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제품명 GL)다. 이르면 내년 초 삼성전자 평택사업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반도체 공장 천장에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자동운송장치(OHT)의 ‘눈’ 역할을 하게 된다. OHT는 반도체 웨이퍼가 담긴 보관용기(풉)를 공장 곳곳으로 운반해주는 자동화 핵심장치다. 정 대표는 “반도체 공장용 OHT에는 라이다가 두 개씩 들어간다”며 “OHT는 초속 5~10m로 빠르게 움직인다. GL 라이다가 사물·사람과 충돌 또는 위험상황을 인지해 OHT 급정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방 200m까지 물체 움직임 감지
경쟁제품보다 값싸고 크기도 작아
반도체공장 등 산업 전반에 활용
“세계 최고 수준, 2025년 양산 목표”

창업 5년 만에 삼성전자에 공급
반도체 생산라인에서는 한 번 사고가 나면 수백억원대 손해가 나기도 한다. 라이다는 OHT의 안전한 가동을 위한 필수장비인데, 지금까지는 일본 후쿠요에서 전량 수입해왔다. 정 대표는 “최종 테스트를 거쳐 삼성전자의 신규 반도체 라인에 라이다 2000~3000개를 공급할 계획”이라며 “대략 20억원대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에스오에스랩은 2016년 설립된 라이다 전문기업이다. 정 대표를 포함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출신의 엔지니어 4명이 창업한 전형적인 기술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와 계약이 성사되면 설립 5년 만에 첫 굵직한 성과를 거두게 된다. 반도체 공장에 들어가는 라이다는 에스오에스랩으로선 ‘전채요리’쯤에 해당한다. 라이다의 적용 범위가 넓고, 성장 잠재력이 커서다.

라이다는 레이저(빛)를 쏴서 주변의 물체를 인식하고, 3차원(3D) 입체지도를 그릴 수 있는 기술이다. 대상 물체까지의 거리, 속도와 방향, 온도 등을 감지할 수 있다. 악천후에서도 정밀 측정이 가능하다. 자율주행 기술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면서 라이다 또한 크게 주목받고 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 웨이모의 루프(지붕) 위에 단 라이다 센서를 연상하면 된다.

정지성 대표이사는.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에스오에스랩은 라이다 하나만을 보고 창업했다. 회사명은 ‘스마트 옵티컬 센서스(Smart Optical Sensors) 랩’의 줄임말이다. 국내에서는 사실상 유일한 라이다 전문업체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인 LED인사이드로부터 벨로다인(미국)·쿼너지(미국)·이노비즈(이스라엘)와 함께 세계 4대 라이다 업체로 선정됐다. 특허기술상 1등상(2020년), 미국 소비자가전쇼(CES) 2021 혁신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이 회사의 경쟁력은 소재 혁신과 월등한 광학 기술, 측정 거리다. 우선 기존 모터로 구동되던 라이다 센서를 반도체 칩으로 바꾸면서 진동 문제를 해결했다. 자동차 센서는 충격과 진동에 민감하다. 안전과 직결하는 문제여서다. 게다가 모터는 수명이 5년 안팎이다. 정 대표는 “회로기판에 반도체를 쌓는 방식이라 무엇보다 값이 저렴하고, 소형화가 가능하다. 제품 크기를 지금보다 10의 1 이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에스오에스랩이 주력하는 완전 고정형(솔리드 스테이트) 라이다는 ‘멀리, 폭넓게’ 보는 게 핵심이다. 전방 200m 이내의 장애물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전방 180도 인식, 42개 특허 등록
또 인지할 수 있는 시야각이 180도다. 기존 고정형 라이다 렌즈의 최고 사각이 60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회사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장준환 에스오에스랩 최고기술책임자는 “이제껏 우리보다 앞선 제품이 없어 수없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심지어 성능 측정 장비까지 자체적으로 만들었다”며 “덕분에 특허 42개를 등록하는 노하우를 갖게 됐다”고 했다.

에스오에스랩은 어떤 회사.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에스오에스랩은 2025년께 차량에 들어가는 고정형 라이다 양산이 목표다. 연구개발용 제품이 1세대, 최근 볼보·BMW 등에 적용된 2세대에 이어, 3세대 라이다를 선보일 작정이다. “이제 제품화가 남았습니다. 크기를 보다 소형화하고 가격을 현재의 5분의 1 아래로 낮추면 차량 루프나 범퍼, 사이드미러 등 차량 한 대에 여러 개를 설치할 수 있습니다.”

라이다의 활용 범위는 ‘스마트시티 인프라’로 넓어진다. 대표적인 게 자동주차다. 운전자가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서 내리면 라이다가 최적의 주차 공간을 찾아주고, 자율주행 기능과 연동해 자동 주차가 가능해진다. 자동차가 스스로 발레파킹(대리주차)을 하는 셈이다.

에스오에스랩은 2023년께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168억원을 투자받았다. 자동차부품업체인 만도와 산은캐피탈, 유안타증권 등이 참여했다. 스타트업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퓨처플레이는 2017년부터 4회에 걸쳐 20억원을 투자했다. 권오형 퓨처플레이 파트너는 “전 세계 라이더 시장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에스오에스랩 측에) 사업 아이템을 조언하고, 인재를 추천했다”며 “시장이 유망한 만큼 일단 궤도에 오르면 성장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연수서 창업의 어려움 실감
정 대표는 대학에서 기계제어공학을 전공했다. 학부 시절 자동로봇 경진대회에서 수상하면서 성취욕을 느꼈고, 창업에 대한 어렴풋한 희망을 품었다. 2013년 광주과학기술원(GIST) 박사과정에 입학하면서 창업에 도전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 탐색 프로그램인 ‘아이코어(I-Corps)’에 참여해 보라는 대학 측의 추천이 있었어요.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8주간 연수할 기회도 생겼고요. 미국에서 공대생은 취업이 아니라 창업부터 고민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이코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운영하는 사업이다. 정 대표는 미국 연수 중 창업·기술 전문가 100명을 만나 페인 포인트(pain point·가장 불편한 지점), 즉 가장 필요한 기술을 사업 아이템화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그는 “‘내 물건을 사주세요’가 아니라 소비자의 고충을 묻고, 이 문제를 기술로 해결하라는 메시지였다”며 “사업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걸 체감했다”고 했다.

창업은 서두르지 않았다. 2014년 창업사관학교에 다니면서 세무회계와 마케팅을 따로 배웠다. 그런 다음 연구실에서 기술 이전비로 확보한 1000만원과 코딩교육·기술용역 등을 통해 마련한 4000만원 등 5000만원을 초기 자본금 삼았다. 법인을 만든 건 2016년이다.

김태완 GIST 창업지원센터 실장은 “대학 내 실전 창업 프로그램인 ‘캠퍼스 CEO 챌린지’에서 수상하면 시제품 제작비 지원, 사무실 1년간 무상 제공 등이 혜택을 준다”며 “에스오에스랩은 창업동아리부터 차근차근 사업화 단계를 밟은 사례”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에도 사무실 차려
“공동 창업자들끼리 논의를 통해 서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했고, 각각 비즈니스 총괄과 제품·기술 개발, 전략 등으로 전문 분야를 나눴습니다. 그게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니, 성공한 셈이지요.”(장준환 기술책임자)

현재 에스오에스랩엔 48명이 근무 중이다. GIST 본사에 20여 명, 판교에 20여 명 등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사무실이 있다. 정 대표는 “처음엔 조용한 기술 스타트업이었지만 지금은 용광로 같아졌다”고 소개했다. 이름이 알려지면서 창업을 희망하는 젊은 실력파 인재들이 몰려들었다. 삼성이나 대신증권, 독일 콘티넨털, 스위스 ABB 등에서 옮겨온 이들도 있다. 정 대표는 “기술 개발은 물론 전략·기획·재무 부문도 탄탄하다”고 자랑했다.

그렇다고 호시절만 있었던 건 아니다. 투자 유치가 늦어져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할 뻔한 적도 있다. 이때 공동 창업자가 담보 대출을 받고, 간부 직원이 자동차 사려고 모아뒀던 목돈을 내놓기도 했다.

김용래 특허청장은 “융복합 기술의 결정체인 자율주행차 시장은 아직 확실한 강자가 없는 단계”라며 “지난 4월 에스오에스랩 본사에서 들은 ‘세계 무대를 겨냥해 창업했다’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며 말했다. “앞으로 핵심부품 업체 및 완성차 업체와 협력 체인을 만들고, 우수 인재를 체계적으로 관리·육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판교=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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