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자가주거비

김현예 입력 2021. 10. 15. 00:16 수정 2021. 10. 15.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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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예 P팀장

금 달걀, 은 상추, 그리고 파 테크. 올해 들어 참 많은 신조어가 생겨났다. 물가(物價) 탓이다. 올봄 대파값이 무섭게 오르자 차라리 “키워 먹자”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러면서 파에 재테크를 붙인 합성어 파 테크 열풍까지 불었다. 대파 값이 좀 내려가나 싶었더니 곧이어 바통을 달걀이 건네받았다. 계란 한판에 1만원, 상추 몇장만 집어도 1000원이 훌쩍 넘어가는 무서운(?) 경험을 하고 났더니 라면에 돼지고기, 이젠 기름값도 오름세다. 말 그대로 월급 빼곤 줄줄이 오르는 모양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 물가 지수는 108.83으로 전년 동기보다 2.5% 올랐다. 6개월째 2%대 상승세다. 정부 물가상승 목표치인 1.8%를 뛰어넘는 수치다. 그런데 물가가 오르고 있군! 이라고 남의 일 보듯 여길 수만은 없는 발언이 하나 나왔다. 지난 12일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말이다.

“최근 유럽중앙은행이 유로 지역 소비자물가 지수에 자가주거비를 반영키로 결정했는데 실제 운용은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서 2026년부터 공표하겠다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에 반영하는 이슈에 대해서 좀더 검토하고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가주거비는 집을 소유하는 데 쓰이는 비용을 말한다. 이 총재의 말을 풀이하면 집을 사며 받은 대출 이자,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같은 세금과 감가상각비는 물가 측정에 빠져있으니, 이제는 우리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월세나 전세는 물가에 반영이 되지만 자기 집을 소유하며 사는 데 드는 비용은 여태 하나도 물가에 반영을 못 해왔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의 주거 점유형태 통계를 보면 지난해 기준 자가 비율은 57.9%. 집값이 안정적일 때야 문제없지만 요즘처럼 폭등할 땐 얘기가 달라진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이번 정부 5년간 서울에서만 재산세가 30% 이상 오른 가구가 20배 이상 늘었다. 집값과 공시지가가 모두 오르면서 서울의 재산세 총액은 지난 2017년 8979억원 규모에서 올해 1조7266억원으로 불어났다. “내 집에 살면서 나라에 월세 낸다”는 하소연마저 나온다. 물가 2%대 숫자에 우리네 팍팍한 삶의 감도가 반영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었다.

김현예 P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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