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탈원전론자 마크롱의 정책 선회, 타산지석 삼아야

입력 2021. 10. 15. 00:09 수정 2021. 10. 15.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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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원자력 신규 프로젝트 추진 계획이 포함된 '프랑스 2030'이란 이름의 산업혁신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AP]


“원전, 기후변화 대응에 최상의 무기”


차기 정부, 탈원전 전면 재검토해야


“우리는 앞으로도 원자력 기술이 계속 필요할 것이다.” 2017년 집권 초기만 해도 탈원전을 외쳤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엊그제 프랑스의 산업혁신 정책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그는 소형모듈화원자로(SMR) 개발 등 신규 원자력 프로젝트에 약 1조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분야 투자보다 많은 액수다. 2035년까지 원자력 비중을 75%에서 50%로 낮추려던 정책 기조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마크롱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은 아닐 것이다. 그는 지난해에도 “에너지와 환경의 미래가 원자력에 달려 있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을 하더라도 향후 수십 년은 원자력이 계속 기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뒤 에너지 수급 현실과 미래 전망을 세세히 들여다보고 내린 판단일 것이다.

마크롱의 발표에 하루 앞서 유럽연합(EU) 10개국의 경제·에너지 장관들이 연명으로 “유럽인은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발표했다. 여기엔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한 최상의 무기는 원자력”이라고 적혀 있다.

원자력 회귀 현상은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캐나다는 일찌감치 마크롱과 같은 길을 선택했다. 원전에 비판적이던 미국 민주당은 75년 만에 원전과의 동행으로 선회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했던 일본도 결국 원전 재가동을 선택했다. 전 세계의 원전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은 이와 같은 국제적 조류에서 동떨어져 있다. 탈원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아집 때문이다. 원전 없이 신재생 에너지만으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연목구어에 가깝다. 조력·풍력으로 부족하니 결국 천연가스 의존도를 높였고, 급기야 가스 가격 대란에 전력난까지 겪은 유럽의 사례가 반면교사다.

원자력이 궁극의 에너지원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럽 장관들이 밝힌 것처럼 적어도 현 시점에서는 가장 친환경적이며 가성비 높은 에너지원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 동안 인류와 원자력의 동행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 보유국이다. 마크롱이 개발 의지를 보인 SMR 개발에서도 한국은 앞서 있다. SMR이 상용화되면 기존 원전이 갖는 대형 사고의 리스크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국가의 백년대계인 에너지 정책은 이와 같은 과학기술의 진보에 대한 정밀한 판단에 근거해 수립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국민적 동의 과정을 거쳐 컨센서스를 이룬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가오는 대선을 계기로 국민적 논의를 거쳐 차기 정부에서 탈원전 정책을 지속할 것인지 여부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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