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근원은 심장에".. 17세기 전까지도 믿었다

임세정 2021. 10. 1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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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대한 인간의 연구는 선사시대부터 계속되고 있다.

'뇌 과학의 모든 역사'는 맨체스터대 생명과학부 교수이자 동물학자인 매튜 코브가 인간의 뇌 탐구 활동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정리한 책이다.

뇌 연구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간이 뇌의 기능과 역할을 과학적으로 이해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서기 129년에 태어난 로마 시민 갈레노스는 해부학 연구를 통해 신체의 모든 신경이 심장이 아닌 뇌와 연결돼 있음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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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뇌 과학의 모든 역사
매튜 코브 지음
푸른숲, 620쪽, 3만3000원
게티이미지뱅크


뇌에 대한 인간의 연구는 선사시대부터 계속되고 있다. ‘뇌 과학의 모든 역사’는 맨체스터대 생명과학부 교수이자 동물학자인 매튜 코브가 인간의 뇌 탐구 활동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정리한 책이다.


뇌 과학의 역사를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눈 이 책은 인류가 뇌를 이해하는 방식의 변천사를 담고 있다. 뇌 연구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인간이 뇌의 기능과 역할을 과학적으로 이해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의 근원이 심장에 있다고 주장했다. 감각을 느끼는 것도 심장이라고 봤다. 고대 철학자들은 생각과 감정이 뇌에서 비롯되는지, 심장에서 비롯되는지를 두고 논쟁했다. 서기 129년에 태어난 로마 시민 갈레노스는 해부학 연구를 통해 신체의 모든 신경이 심장이 아닌 뇌와 연결돼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권위 있는 철학자들이 주장해 온 ‘심장 중심론’이 대중의 인식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인간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데 뇌가 핵심 역할을 함을 보여주는 실험은 17세기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8세기엔 전기의 발견과 함께 동물과 인체를 대상으로 한 비윤리적 전기 실험이 공공연히 이뤄졌다. 과학자들은 죽은 소의 머리에 전류를 흘려보내거나 교수형을 당한 시신의 머리에 전극을 부착했다. 뇌의 구조가 기능과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등장하면서 19세기 사상가들 사이에선 골상학이 퍼졌다.

20세기 후반에 뇌에 대한 엄청난 발견들이 쏟아졌다. 스위스 화학자 알베르트 호프만은 갑자기 시야가 흔들리고 사물이 뒤틀려 보이는 증상과 함께 극심한 불안감을 경험했다. 수년 전 자신이 무해하다고 생각하며 만든 분자 합성물을 다량 섭취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향정신성 물질인 LSD였다. 우연한 발견이었지만, 뇌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화학적 기제와 정신질환 치료법을 연구하는 계기가 됐다.

해마가 기억을 관장한다는 사실도 1950년대에 밝혀졌다. 미국인 헨리 몰레이슨은 기억과 관련된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9세 때 자전거에 치여 청소년기 내내 뇌전증 발작에 시달렸다. 몰레이슨은 27세였던 1953년 뇌전증 치료를 위해 해마와 편도체, 내후각 피질 등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은 뒤 극심한 기억 장애를 얻었다. 2008년 사망할 때까지 몰레이슨은 한 시간 전에 일어난 일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코브는 ‘생명의 위대한 비밀’ ‘세대’ ‘냄새: 아주 짧은 소개’ 등 교양서를 다수 집필했다. 유전학을 대중에게 흥미롭게 전달한 학자에게 수여하는 JBS 홀데인 강연상도 올해 받았다. 이번 책은 가장 뛰어난 논픽션 작품을 뽑는 영국 베일리 기포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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