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한·미 '한 트랙' 꼭 도움 되나 시각도" 또 '동맹 논란' 발언

유지혜 입력 2021. 10. 14. 16:43 수정 2021. 10. 1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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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 주미 대사가 13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과 완전하게 한 트랙(같은 입장) 위에서 움직이는 것이 동북아 혹은 인도태평양 전략에 꼭 도움이 되는 것인가 하는 데에 조금은 다른 측면에서 보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수혁 주미대사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사는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주미 대사관 국정감사에서 “독특한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로 한국이 아주 미묘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이처럼 말했다.

이 대사의 발언은 한국의 ‘쿼드’(미국ㆍ일본ㆍ호주ㆍ인도 간 안보협의체) 가입 문제에 대한 박진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의원이 “쿼드 참여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대사는 “(9월)쿼드 정상회담 이후 미국의 관련 설명을 들었다”면서도 “쿼드가 당분간 회원국을 확대할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 대사는 또 “우리는 기술ㆍ기후ㆍ공공보건 3개 분야에 개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으면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 격”이라며 “미국이 쿼드를 확대할 생각이 없기에 시기상조 논쟁”이라고 말했다.

이 대사의 이날 발언은 한국이 미ㆍ중 간 갈등 상황에서 어느 한쪽 편도 들지 않은 채 고유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들린다. 그는 한ㆍ미 동맹만 강조해서 미국이 하자는 대로 가는 것이 꼭 미국의 이익이냐고 보는 이들도 있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다.

미ㆍ중 간 선택을 지양하고, 국익에 기반을 둔 외교로 한국이 움직일 공간을 넓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동맹의 의견이 모든 사안에서 일치하지는 않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치까지 거론하며 미국과 같은 입장을 취하는 게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식의 발언은 국익이라는 원칙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미ㆍ중 양쪽 사이에서 줄타기하겠다는 것처럼 들릴 우려가 있다. ‘미묘한 역할’이란 표현 자체가 색깔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미ㆍ중 사이를 오가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미 백악관에서 열림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 4개국 정상이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특히 이는 대한민국을 대표해 미국에서의 외교활동을 총괄하는 ‘특명전권대사’로서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특명전권대사는 외국 정부나 국제기구와 교섭을 할 때 정부 대표가 되는 자리다.

미국이 쿼드 확대를 원하지 않는 답변을 두고서도 대사로서 주재국의 정책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쿼드 정상회의 결과물만 보더라도 “입장이 유사한 다른 국가들의 참여를 환영한다”는 표현이 수차례 등장하는데, 이는 한국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에도 쿼드와 일치된 인식을 표명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공식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밀도 높은 외교활동을 통해 상대의 속내를 읽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사가 이처럼 동맹과 관련해 논란을 부른 발언을 한 게 처음도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국감에서도 “우리가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미국을 사랑할 수 있어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라며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언론들이 이에 대한 입장을 묻자 국무부는 “우리는 70년 된 동맹과 그 동맹이 미국과 한국, 그리고 지역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해온 모든 것을 극도로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논평을 냈다. 사실상의 반박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동맹국의 대사에 대해 미 정부가 이런 식으로 반응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편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이 대사의 국감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재외공관장의 구체적 국감 답변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한ㆍ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런 목표의 달성을 위해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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