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시간 줄여라..배터리 기업들 '이것'에 사활건다는데

문병주 입력 2021. 10. 14. 16:27 수정 2021. 10. 15.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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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몰던 준중형 승용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구입하려는 회사원 김경민(49)씨는 최근 몇 달 고민을 거듭했다. 은퇴할 때까지 출퇴근용으로 타고 다닐 차인데다 각종 할인과 세금 감면 혜택을 생각하면 미래형 친환경차인 전기차를 사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전기와 휘발유를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맘을 돌렸다. 김씨는 “휘발유 주유 시간과 충전 시간이 큰 차이가 없다면 전기차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전기차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배터리의 ‘충전 시간’ 줄이기 경쟁이 가속화화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ㆍSK온ㆍ삼성SDI 등 ‘K-배터리’ 3사가 집중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양극재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야하지만, 충전 시간을 줄이는 데는 음극재 기술이 중요하다. 음극재는 배터리가 충전될 때 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한다.


급속 충전 돕는 저팽창 흑연 음극재 개발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음극재는 흑연 음극재로 국내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이 독보적이다. 이 회사는 최근 급속 충전을 돕고 수명을 늘리면서도 생산 원가가 낮은 ‘저팽창’ 흑연 음극재를 독자 개발해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합작해 설립한 얼티엄셀즈(Ultium Cells)에 공급하기로 했다.

인조흑연 음극재 역시 개발하고 있다. 이요한 포스코케미칼 팀장은 “인조흑연 음극재는 안정성이 높고, 리튬이온의 이동 속도를 높여 충전 효율에 강점이 있으나 원료와 공정상의 이유로 생산 원가가 높아지는 한계점이 있다”며 “제품은 생산 원가까지 낮출 수 있는 방향으로 연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2023년 완공 목표로 연간 1만6000t을 생산할 수 있는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세종시 포스코케미칼 음극재 공장. 5층건물 높이 설비가 들어서 있다. [사진 포스코케미칼]


이와 더불어 포스코는 원자재인 흑연 확보를 위해 1월에 탄자니아 마헨지 광산을 인수했으며, 9월에는 음극재의 중간원료인 구형흑연 회사 청도중석의 지분 13%를 인수했다. 탄자니아 광산에는 흑연 약 8300만t이 매장돼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흑연은 지금까지 중국산에 전량 의존했다.

포스코는 장기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50% 이하로 낮출 계획이다. 음극재 생산능력도 2020년 4만4000t에서 2025년 17만t, 2030년 26만t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리튬이온배터리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지난 8월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상업화와 생산량 등을 고려한 105개의 음극재 회사가 등록돼 있는데, 국내에서는 포스코케미칼이 유일하다. 중국은 82개, 일본 10개, 미국 6개사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음극재에 실리콘 함량 높이기 경쟁


‘K-배터리’ 3사는 실리콘 음극재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기존 흑연에 실리콘을 첨가하면 전기차 배터리의 충전속도를 3~4배 이상 늘릴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최초로 실리콘음극재를 생산한 대주전자재료와 손잡았다. 2019년 세계 최초로 포르쉐의 전기차 ‘타이칸‘에 탑재된 배터리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다. 실리콘 5%가 포함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5분만 충전해도 최대 100㎞까지 주행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대주전자재료는 실리콘 햠량을 7%로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실리콘 음극재가 함유된 배터리를 장착한 포르쉐 '타이칸'. [사진 포르쉐코리아]


최근 배터리사업 전담을 위해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SK온도 실리콘 5%가 함유된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 김우경 밸류크리에이션센터 팀장은 “현재 배터리에 흑연 음극제를 사용하고 있는데 효율성 측면에서 실리콘 배터리가 낫기 때문에 계속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며 “실리콘 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얼마나 가격 효율적으로 생산해 내는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관련사인 SK머티리얼즈는 지난 8월 실리콘 음극재 기술 및 특허를 보유한 미국 그룹14테크놀로지와 합작사를 설립하고 경북 상주에 제1공장을 짓고 있다. 음극재 공장 설립에 5500억원을, 실리콘 음극재 주원료인 실란(SiH4) 공장 설립과 부지 매입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

삼성SDI는 지난달 양산에 돌입한 배터리 신제품 ‘젠(Gen)5’에 실리콘 음극재를 사용했다. 이 배터리는 BMW의 전기차 등에 탑재된다. 송치헌 삼성SDI 그룹장은 “업계 전반적으로 5% 내외 실리콘 음극재를 개발하고 있지만 실리콘 비율이 높을수록 효율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비율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실리콘의 특성상 외부 환경에 의해 부풀어오르는 특성이 있는데 이 때문에 배터리의 안정성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충전을 반복할수록 에너지 방전이 잘 되기도 한다”며 “이런 기술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올해 4000t에서 2030년 20만t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2차전지 핵심소재 해외의존도.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음극재는 배터리 제조원가에서 약 12%를 차지한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경만(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음극재의 해외 의존도는 77.6%나 됐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8.3%에 지나지 않았다. 김 의원은 “K-배터리 핵심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핵심소재 기업에 대한 세제, 금융, 연구개발, 인력 등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차전지 핵심소재 국내기업 시장점유율.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병주 기자 moon.byung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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