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 국립중앙도서관, 역사와 위인 그리고 시간의 창고
로마 학자 키케로는 ‘책은 청년에게는 음식이 되고 노인에게는 오락이 된다. 부자일 때는 지식이 되고, 고통의 순간에는 위안이 된다’고 했고, 몽테뉴는 ‘독서같이 값싸게 주어지는 영속적인 쾌락은 없다’며 독서 예찬론을 폈다. 하지만 일상에 필요한 대부분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는 지금 책을 언제 읽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이런 지경에 도서관의 존재는 그저 차창 밖 풍경이 아닐까.
서초구 반포동 법조타운 안에 웅장한 건물이 하나 있다. 바로 국립중앙도서관이다. 우리에게 현대 도서관의 역사는 1945년에 시작되었다. 해방 후 조선총독부도서관 출신 한국인 사서들이 주축이 되어 개관 작업을 시작해 그해 10월15일 중구 소공동에 국립도서관을 개관했다. 이후 도서관은 마포구 아현동과 남산을 거쳐 1988년 지금 자리에 정착했다. 2000년에는 자료보존관을, 2009년에 디지털도서관을 개관했다.
역사에서 도서관의 존재는 기원전부터 시작된다. 그리스 시대는 물론이고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왕조 시대에 문을 연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은 그 역사가 무려 23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 역시 삼국 시대부터의 도서관이 있었다. 고구려 소수림왕은 국립학교이자 도서관 역할을 담당할 태학을 설치했고, 고려 시대에는 교육기관인 국자감과 서적 간행을 목적으로 한 관청을 만들기도 했다. 조선 시대의 집현전, 규장각 등은 훌륭한 도서관의 효시다.
도서관은 한 나라의 문화적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800여 개 도서관이 있다. 이웃 일본은 3200여 개, 독일은 8000여 개, 미국은 1만7000여 개의 도서관이 있다. 특히 미국의 의회도서관은 “지구상의 모든 서책이 불타 버려도 미국 의회도서관만 건재하다면 인류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그 규모와 소장 책 수가 어마어마하다.
사실 국립중앙도서관은 도서관 본연의 의미보다는 아카이브 역할이 더 강하다. 중앙도서관은 본관, 사서연수관, 자료보존관, 디지털도서관, 세종분원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관은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로 690석의 열람실이 있다. 자료보존관은 자료보존센터, 일반서고, 고서고, 귀중서고가 있고, 디지털도서관에는 디지털자료실과 실감 콘텐츠 체험관이 있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는 국내서 952만, 외국서 160만, 비도서 180만, 고문헌 293만 등 총 1322만 권이 있다. 주제별로 구분하면 총류 96만5000, 인문과학 545만, 사회과학 350만, 자연과학 332만 등 총 1322만 권이다.
도서관 서고에는 국보 2종 26책, 보물 10종 17책, 서울시 유형 문화재 5종 8책, 등록 문화재 3종 18책이 보관되어 있다. 이 중 국보 제148-2호 『십칠사찬고금통요 권17』 1책은 중국 태고로부터 오대에 이르기까지의 17정사 중 요점만 뽑아 편찬한 책으로, 조선 최초의 동활자인 계미자로 인출한 점에서 가치가 크며, 고려와 조선의 주자술과 조판 발달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또 국보 제319-1호 『동의보감』 25책은 명의 허준이 광해군의 명에 따라 1613년 간행한 책이다. 한국인의 체질에 맞게 처방된 의서로 한의학의 종주국인 중국에까지 널리 소개된 명저다. 보물 제523-1호 『석보상절 권 6. 9. 13. 19』 4책은 1447년에 갑인자본으로 간행되었다. 수양 대군이 어머니 소헌 왕후 심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석가보 및 불경에서 뽑아 한글로 번역하여 산문체로 엮은 석가모니의 일대기로, 판본학 및 국어 음운학 연구의 귀중한 자료다.
도서관에 출입하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 하고, 이용증을 발급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입장 시 가방, 책 등은 물품 보관소에 따로 보관하고 반입이 허락되는 소지품은 투명한 가방에 넣어야 한다.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면 홈페이지 가입 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외워 두자.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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