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필의 북 칼럼] 신의 화살이 향한 작은 바이러스

2021. 10. 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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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발생 이후, 인류가 어떻게 변화된 삶으로 살아가야 할지 답을 찾으려는 학자들의 담론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시작되고 발표됐다.

저자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백신 그 이후의 일상'에 대해 명확한 팩트 체크와 예측을 선보이는 한편, 2020년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지나온 상황을 생물학적·사회적으로 깊숙하게 조망하고, 인류가 과거에 비슷한 재난들을 어떻게 겪어냈는지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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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이 바이러스와의 타협점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나 그전까지 많은 이들의 회생이 불가피하다. 새로운 병원체는 이미 인간 세상에 자리 잡았고, 어떤 형태로든 영원히 우리 곁에서 돌게 될 것이다. (66쪽)”

코로나 발생 이후, 인류가 어떻게 변화된 삶으로 살아가야 할지 답을 찾으려는 학자들의 담론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시작되고 발표됐다.

‘신의 화살’이란 제목으로 등장하는 이 책도 그런 관점이지만, 주목할 것은 저자가 의사이자, 사회학자로서 혼돈이 지나간 자리에서 인류의 길을 묻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연초부터 우리를 혼란으로 몰아간 코로나 등장의 사건은 인류가 처음 겪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모두 마치 ‘일리아스’ 속 트로이전쟁처럼, 신이 쏘는 죽음의 화살을 맞이해야 했고, 2021년 여름 현재 400만 명이 사망했다.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바이러스가 주는 물리적인 아픔은 물론, 산발적으로 흩어진 부정확한 지식과 거짓 정보에 의존하는 현실에 고통을 겪으며, 우리 사회의 어둠과 민낯을 고스란히 봐야 했다.

저자는 모두가 궁금해하는 '백신 그 이후의 일상'에 대해 명확한 팩트 체크와 예측을 선보이는 한편, 2020년부터 현재까지 우리가 지나온 상황을 생물학적·사회적으로 깊숙하게 조망하고, 인류가 과거에 비슷한 재난들을 어떻게 겪어냈는지를 들여다본다.

의학자, 사회학자, 생물학자, 공중보건학자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그만이 볼 수 있는 아주 포괄적인 시선으로 팬데믹을 진단한다.

코로나19의 역학적 특성을 들어 이전의 신종바이러스와는 다르게 범지구적인 재앙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분석하고, 유전학 기술을 통해 확산의 과정을 파악해나간다.

또 데이터과학의 측면에서 각 나라에서 시행했던 비약물적 개입이 유행병 확산을 제지하는 데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아본다. 이처럼 전염병의 인과관계를 하나하나 정교하고 치밀하게 분석하는 일은 단순히 코로나19의 사실적 기록 그 이상이다.

저자는 전 세계적 쇼크 상황을 정돈된 언어로 우리 앞에 펼쳐 보이며 우리 사회와 구성원들이 나아갈 생각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그동안 우리가 뉴스를 통해 접했던 산발적이고 단편적인 지식을 넘어, 의학, 사회학, 유전학, 데이터과학 등의 학문적 여과장치를 통과한 가장 핵심적인 지식이 여기 있다.

우리가 겪은 팬데믹을 지적으로 통찰한 단 한 권의 역작으로, 하비드 교수인 스티븐 핑커는 이 책을 두고 “세상과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은 바이러스를 이해하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책이다”라고 평했다.

이제 코로나19는 백신접종과 치료제를 통해 극복의 대상이 됐다.

이번 팬데믹을 잘 마무리한다고 해도, 우리가 처리해야 할 근본적인 조치들은 아직 남아 있다. 다음번에는 과연 더 잘 대비할 수 있을까? 다음 범유행을 일으킬 병원체는 얼마나 치명적일까? 새로운 범유행이 잎으로 얼마 후에 닥칠 것인가?

우리는 어쩌면 더 거대한 지구적 재앙에 앞서 일종의 연습을 치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제 협력체의 필요성, 인접국 간 비용 부담 문제, 과학에 기반한 전문가의 의견 존중, 복잡한 정치적 요인에 대해 언급하는 저자의 제언을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북 칼럼리스트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객원기자 최경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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