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가족애와 도덕성 사이의 갈등

데스크 2021. 10. 14.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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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미국인 유학생이 룸메이트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의 교환학생으로 유학을 간 아만다 녹스는 남자친구를 사주해 영국인 룸메이트를 살해한 혐의로 26년 형을 선고받았다.

영화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를 벗어나 본 적 없는 빌(맷 데이먼 분)이 딸의 살인 혐의 때문에 프랑스 빈민가로 들어간다.

영화는 가족애가 인간의 도덕성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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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틸워터'

2007년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미국인 유학생이 룸메이트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의 교환학생으로 유학을 간 아만다 녹스는 남자친구를 사주해 영국인 룸메이트를 살해한 혐의로 26년 형을 선고받았다.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만다 녹스’ 사건이다. 청순하면서도 뛰어난 미모를 지닌 금발의 그녀는 사건 발생 8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고 2020년에는 넷플릭스가 이 사건을 드라마로 제작하기도 했다. 최근 토마스 매카시 감독은 법원의 최종 판결 이후에도 여전히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 ‘스틸워터’를 연출해서 개봉했다.


이야기는 이렇다. 영화는 미국 오클라호마주를 벗어나 본 적 없는 빌(맷 데이먼 분)이 딸의 살인 혐의 때문에 프랑스 빈민가로 들어간다. 아빠의 그늘을 피해 프랑스로 유학간 앨리슨(아비게일 브레스린 분)은 룸메이트를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갇히게 되고 빌은 딸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진범을 찾으러 다닌다. 버지니(카밀 코탄 분)모녀의 도움을 받으며 사건에 다가서는데 그는 예기치 못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 ‘스틸워터’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빌은 평생 미국 오클라호마주를 벗어나 본 적이 없었으며 공사장만을 전전하며 살아왔다. 석유 채굴 기술자지만 정리해고된 후 지금은 건설 현장을 옮겨 다니는 노무자 신세다. 배운 것이 없다 보니 다른 일을 할 수도 없고 알코올에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빌은 가정에는 소홀한 실패한 아버지였다. 딸마저도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영화는 딸을 위해 헌신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늦었지만 모든 것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고 싶은 회한과 깨달음을 그리며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가족애와 도덕성 사이의 갈등도 느낄 수 있다. 버지니 모녀는 프랑스 말을 하지 못하는 빌을 도와주는 따뜻한 사람들이다. 선의를 베풀며 함께 생활하는 버지니에게 빌은 그동안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낀다. 책임과 의무를 깨닫게 된 빌은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딸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려 한다. 그러나 미궁에 빠진 사건을 추적하면서 진실을 마주하게 되자 빌은 도덕성과 가족애 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영화는 가족애가 인간의 도덕성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민족 사회의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문제들을 날카롭게 드러낸다. 영화는 프랑스의 인종, 문화, 정치 등 사회적 문제를 비춘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던 앨리슨은 레즈비언이다. 청바지를 입은 영락없는 미국인 빌은 프랑스인들에게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 다양한 국적의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마르세유에서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백인들과 자국민 보호가 최우선인 국가 그리고 이민자들의 범죄행위 등 다양한 사회문제들을 통해 다민족 사회의 사회문제를 조명한다.


우리에게 삶이란 무엇인가는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화두다. ‘스틸워터’는 가족관계를 통해 삶의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영화가 ‘딸의 무죄를 입증한 아버지’라는 상투적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숨겨진 의미는 세상의 무게를 어깨에 얹고 살아가는 아버지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미국 오클라호마의 소도시 스틸워터(stillwater), 영화는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관객들에게 조용하면서 묵직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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