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증시 유독 곤두박질치는 이유..고유가· 반도체 약세·지친 개미들

송화정 2021. 10. 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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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에너지 수입, 원가 부담
중간재 제조업 중심, 증시 영향
의존도 큰 반도체 업계 약세
개인 매수세 악화도 악재 작용
빚투 규모 5개월만에 최저치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 이민우 기자]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최근 동반 약세를 보인 가운데 국내 증시가 유독 더 하락한 것은 유가 상승에 취약한 구조, 의존도가 큰 반도체의 약세, 그리고 그동안 증시를 지탱해온 개인 매수세의 약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급락으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상승 추세 전환은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증시 왜 더 빠지나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9월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15년 수준 100)는 124.58로 8월(121.61)보다 2.4% 올랐다. 2014년 2월(124.60) 이후 최고치다. 유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수입물가를 끌어올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가격은 전일 대비 1.5% 상승한 80.52달러로 마감해 2014년 10월31일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80달러선을 돌파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유가는 주식에 있어 할인율 상승과 원가 부담 두 가지 형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고유가는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며 금리 상승에 따른 할인율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며 대부분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기업에 있어 원가 부담이 가중돼 중간재 제조업이 중심인 국내 증시에 불편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의 의존도가 큰 반도체의 약세도 국내 증시 하락의 주요인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최근 7만원선이 무너졌고 SK하이닉스도 이달 들어 10만원선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고점 대비 최대 하락폭 기준으로 봤을 때 코스피가 12% 하락하는 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8% 넘게 급락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독 시장이 약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반도체 대표 기업 부진 탓이 크다"면서 "반도체 기업의 높은 시장 영향력이 이유지만 코스피 대비 이들 기업의 차별적인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증시를 지탱해 온 개인의 매수세가 약화되고 있다. 이달 들어 전일까지 개인은 코스피서 1조6618억원을 순매수했다. 지난달 같은 시기에는 2조2791억원을 사들였고 8월 같은 기간에는 5조9164억원을 순매수했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순매수세 약화 배경은 개별 종목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신용잔고 출회 부담"이라며 "국내 주식시장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율은 지난달 30일 9.2%를 기록한 후 지난 6일에는 11.3%까지 상승했다. 실제 반대매매까지 가지 않고 미리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개별종목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신용융자 잔고 출회 압력은 더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빚투도 뚝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빚투’ 규모가 5개월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증시 하락에 따른 반대매매 여파로 한 달 만에 3조원 가량이 줄어들었다.

1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고는 22조8069억원이다. 지난 5월10일 22조7818억원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규모다. 지난달 13일 25조65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까지 약 4개월 가량 꾸준히 증가했지만 최근 한 달 만에 다시 3조원 가량이 줄어든 것이다.

최근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반대매매가 급증,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반대매매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이들이 정해진 기한 내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증권사가 이들이 산 주식을 강제로 파는 행위를 말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금액은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총 3조991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전체 3조9212억원을 이미 700억원 가량 넘어선 규모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3조5042억원과 비교해도 5000억원 가량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빚투 옥죄기' 방침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소비자 경보, 증권사 리스크담당임원(CRO) 회의 등을 통해 빚투 자제와 신용공여 한도 등을 당부했다. 이후 25조원대를 유지하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빠르게 감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8일에는 하루에만 6071억원이 감소할 정도였다. 이는 올해 들어 하루 최대 감소폭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달러 대비 원화 약세와 함께 외국인이 다시 매도세를 확대했고 금융당국의 신용공여 한도 관리를 주문까지 겹쳐 개인 수급에 영향을 끼쳤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추가적인 신용 거래가 제한될 수 있는 환경에서 증시 조정까지 나타나자 향후 수급적으로 개선될 것이 없다고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반등은 가능

전반적인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근 급락으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10시20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35.19포인트(1.2% )오른 2979.60을 기록했다. 이틀째 강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나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 확대에 이어 경기불안이 가시화되고 있어 추세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기술적 반등을 리스크 관리 강화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유준 연구원은 "향후 급격한 실적 하향 조정이 전개되지 않는다면 현주가 수준에서의 급락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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