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환적 만추의 서정.. 신비한 마법에 빠지다

남호철 2021. 10. 13.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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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같은 가을 단풍 명소 7곳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지난달 28일 설악산 대청봉에서 시작된 단풍이 전국으로 퍼져가고 있다. 산림청 국립수목원 ‘2021년 산림 가을 단풍 예측지도’에 따르면 전국 평균 단풍 절정 시기는 10월 26일로, 지난해보다 3일가량 늦다. 온난화의 영향으로 현장 관측이 시작된 2009년부터 우리나라 산림의 단풍 절정 시기가 연평균 0.4일씩 늦춰지고 있다. 이달 또는 다음 달 큰 힘 들이지 않고 찾아볼 수 있는 그림 같은 단풍 명소를 소개한다.

인제 ‘시크릿 가든’·방태산 폭포

올해 단풍 절정 시기는 지난해보다 3일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한 박자 여유를 두고 그림 같은 단풍 명소를 찾아가보자. 사진은 서리와 어우러져 몽환적 풍경을 펼쳐놓은 강원도 인제 '시크릿 가든'.

강원도 인제군 남면 갑둔리 122-3에 ‘시크릿 가든’(비밀의 정원)이 있다. 주변엔 특별한 건물도 없다. 다물교차로에서 446번 지방도를 따라 6~7분 정도 이동하면 왼쪽에 위치한다. 큰 수고 없이 도로변에서 바로 볼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호사스러운 풍경이다.

멀리 낮은 구릉지에 작은 나무들이 비밀스럽게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 사이로 S라인을 이루는 길이 신비의 세계로 향하는 것처럼 구불구불 지나간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만 해도 아름다운데 습도가 높으면 물안개가 잔잔히 내려앉는다. 일교차가 큰 날에는 단풍 위에 하얀 서리가 내린다. 몽환적인 풍경이 황홀감을 안겨준다. 멀리 S라인 길에는 고라니 등 동물도 지나간다.

또 한 곳은 방태산 ‘이단 폭포’다. 방태산자연휴양림에 자리한 각각 10m, 3m쯤 높이의 2개 폭포다. 폭포 주변에는 단풍나무를 비롯한 각종 활엽수가 화려한 가을날 풍광을 펼쳐놓는다.

단양 보발재·영동 도마령

단양군 가곡면 보발리와 영춘면 백자리를 잇는 보발재 정상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따라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이 알록달록 가을의 향연을 펼친다. 3㎞ 도로변을 수놓은 단풍은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루며 가을 색채를 내뿜는다. 가파른 산길에 곱게 물든 가로수 잎들이 눈을 호강시킨다.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와 용화면 조동리를 잇는 국가지원지방도 49호선 고갯마루인 도마령 전망대에서 조동리 방향으로 굽어보면 울긋불긋 물든 가을 단풍 사이로 S자·U자 등 꾸불꾸불 이어진 도로가 환상적이다.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24굽이를 따라 진하게 물든 형형색색 단풍이 맑고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만추의 절경을 펼쳐놓는다.

‘만산홍엽’ 청송 주산지

왕버들 고목이 자욱한 물안개 속에 화려한 오색단풍을 수놓은 경북 청송 주산지.

경북 청송군 부동면 주산지는 국내 물안개 감상의 대명사 격이다. 물속에 반쯤 잠긴 20여 그루 왕버들 고목이 자욱한 물안개 속에 화려한 오색단풍과 어우러져 형형색색 물감을 풀어놓은 듯 매혹적인 풍경을 펼쳐놓는다. 나무들의 오색찬란한 빛이 물 위에 그대로 반영되며 주산지는 호수 안에도 아름다움을 펼쳐놓는다. 이곳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촬영지다.

주산지 물안개 감상의 최적 포인트는 산책로 왼편 끝자락 수중 왕버들이 서 있는 곳이다. 왕버들과 단풍이 곱게 물든 산자락은 물론 탁 트인 저수지도 함께 넣을 수 있다. 물안개 이상으로 물속에 뿌리를 수백 년씩 내리고 서 있는 왕버들의 생명력도 신비롭다.

‘데칼코마니’ 공주 불장골저수지

한적한 시골인 충남 공주시 반포면 송곡리에 ‘불장골 저수지’(송곡 소류지)가 있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축조된 저수지는 규모는 아주 작지만 큰 풍경을 선사한다. 여명이 어둠을 밀어내면 잔잔한 수면 위로 스멀스멀 안개가 핀다. 그 너머로 저수지 정면에 원뿔처럼 우뚝한 메타세쿼이아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주변 빨간 단풍나무와 황금빛 나뭇잎을 떨구는 은행나무, 주렁주렁 달린 감들도 가을 풍경을 더한다.

시간이 지나 왼쪽 산 능선 위에서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면 저수지의 모습은 시시각각 변한다. 울긋불긋 가을옷을 입은 먼 산도 호수 속에 담긴다.

진안 모래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원추 모양 나무 사이 굽은 듯 돌아가는 전북 진안 모래재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전북 완주군 소양면과 진안군 부귀면을 잇는 고갯길이 모래재다. 과거 분주하던 길은 새로운 길에 역할을 넘겨줬다. 이후 느리게 달리기 위해, 천천히 걷기 위해, 그리고 잠시 멈추기 위해 일부러 찾아드는 길이 됐다.

부귀면 세동리 큰터골 마을에서 원세동 마을까지 1.5㎞ 남짓한 거리에 조성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묘한 매력을 지녔다. 원추 모양으로 도열한 나무 사이로 굽은 듯 여유 있게 돌아가는 모양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움푹 파인 길에 달려오던 차량이 살짝 내려앉아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나는 모습이 신비롭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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