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이낙연 승복..스스로 승자가 되다

오병상 입력 2021. 10. 13. 20:45 수정 2021. 10. 1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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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 합동연설회 및 3차 슈퍼위크에서 정견 발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무효표’주장 근거 있으나 결국 승복..


어차피 어려운 상황..명분과 품위 지켜

1. 이낙연 후보가 13일 경선승복을 선언함으로써 민주당 경선이 진짜로 끝났습니다.
이낙연은 SNS에 올린‘사랑하는 민주당에 드리는 글’을 통해 ‘이재명 승리를 축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낙연이 ‘무효표 처리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구했던 당무위원회가 ‘이재명의 승리’로 최종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2. 무효표 처리와 관련해선 이낙연의 이의제기에 일리가 있습니다.
당헌당규상 ‘사퇴한 후보의 표는 무효’이지만..이번 경우처럼 정세균이나 김두관이 후보사퇴하기 이전에 얻은 표는 ‘유효’로 간주하는 것이 더 합당해 보입니다. 투표할 당시 정세균ㆍ김두관은 엄연히 후보였고, 선관위는 이들을 찍은 표를 유효로 계산해 공표했으니까요..그래서 당무위원회는 ‘차후 논란 여지 없도록 당헌당규 개정한다’고 의결했습니다.

3. 논리나 명분상 유리함에도 불구하고..이낙연은 ‘당무위원회의 유권해석’이란 절차상의 문제만 제기하고, 그 결과가 나오자 두 시간만에 ‘승복의 글’을 올렸습니다.
미리 이렇게 될 것을 예상하고 준비해두었던 겁니다. 그게 바로 이낙연 스타일입니다.

4. 사실 이낙연은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되기엔 3가지 점에서 부적합했습니다.
첫째, 이낙연은 싸움꾼이 아니라 ‘영국신사’입니다. 말과 행동이 느리고 신중합니다. 과거엔 훌륭한 장점이 될 수 있지만..요즘같은 SNS정치, 양극화된 정치판엔 어울리지 않습니다. 싸움 잘하는 사이다 이재명이 더 요즘 스타일입니다.

5. 둘째, 이낙연은 기본적으로 이재명보다 보수적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이명박근혜 사면론’입니다. 이낙연이 대선출마 분위기를 띄우기위해 2021년 신년인터뷰에서 던진 ‘회심의 카드’였습니다. ‘통합의 정치’란 명분은 좋았습니다만..완전 실패작입니다. 친문을 중심으로 진보세력이 돌아서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낙연은 젊은 시절 20년을 보수언론 동아일보 기자로 일본특파원을 지냈습니다.

6. 셋째, 결정적으로 이낙연은 전남 영암 출신입니다.
이 지역 20년간..국회의원에 연속 4번 당선됐고, 이어 전남지사까지 지냈습니다. 이후 대권에 도전하기위해 국무총리를 지내고 서울 종로에 출마해 당선되고, 당대표까지 지냈지만..누가 봐도 그는 지역 확장성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호남 유권자들까지 이재명을 밀었습니다. 본선승리를 위한 전략적 집단선택입니다. 노무현과 문재인처럼..

7. 이런 측면을 감안하면..사실 이낙연의 승복은 ‘이낙연식 승리’나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후보가 되고 대통령까지 되었으면 더 좋겠지만..사실상 여러가지로 맞지않는 상황에서..이낙연은 ‘민주당의 단합과 승리’에 최대한 기여하는 마무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영국신사로 남았습니다. 이만하면 성공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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