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조례를 당신이 만든다? 이렇게 해보세요 [김소희·최지선의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

최지선 2021. 10. 1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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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선의 아주 가까운 곳의 정치] 필요하면 만들 수 있습니다, '주민참여조례'

[최지선 기자]

 지난주 <송파구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서명에 한 주민이 참여하고 있다.
ⓒ 최지선
 
"실례지만, 이거 왜 하시는 거예요?"

'송파구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제정 청구 신청서를 제출하러 갔을 때, 담당 공무원에게 이 질문을 받고 매우 당혹스러웠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바로 수리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20여 분가량 담당 공무원에게 왜 해당 조례가 필요하며, 왜 굳이 1만 명이 넘는 주민들의 서명을 통해 조례를 만들려고 하는지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했다. 담당 공무원도 "구정 이래 송파구에서 주민참여조례가 만들어진 적이 없어서" 또는 "이런 업무가 처음이어서"라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만큼 주민참여조례 사례가 많이 없기 때문이겠다.

최근에 들은 인상적인 말이 있다. 우리는 4~5년마다 돌아오는 선거를 통해 투표에 참여하는데 이건 더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고, 이는 대의 민주주의의 모순이기도 하다고 말이다.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당선된 이들에게 법을 만들거나 정책을 집행할 권력을 부여하며, 이들이 유권자 뜻대로 정치활동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뒷간 갈 때와 올 때 마음 다르다고, 당선 전후로 상반된 정치인들 모습을 우리는 반복적으로 봐 왔다.

그런데, 유권자들이 직접 법을 만들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어떨까?

담배자판기 금지, 안전 급식... 시민도 만들 수 있다, 필요하다면  

'주민참여조례(또는 주민발안조례)'라는 제도가 있다. 1999년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조례 제·개·폐 청구제도가 도입됐는데, 일정 수 이상 유권자의 서명을 통해 주민들이 지방의회에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발의할 수 있는 제도다.

'대표청구인' 주민이 조례안을 구청에 접수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서명을 요청한다. 일정 기간 이내에 일정 수 이상 서명이 모이면, 구청의 심사를 거쳐 지방의회에 부의된다. 끝으로 의회의 심의, 의결을 거쳐 조례가 만들어지게 된다.

주민들의 직접 참여로 조례가 만들어진 첫 사례는 1992년 '부천시 담배 자판기 설치 금지 조례'다. 이는 1999년 주민참여조례 제도가 도입되기도 전이다. 주민들이 청소년 보호를 위해 담배자판기 설치를 금지하는 청원을 하여 조례를 만든 것이다.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해당 조례에 대한 청원 운동이 확산되었다.

1999년 생긴 '주민참여조례'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학교급식지원 조례다.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 학교 급식이 처음 시행되는 과정에서 원산지 비리, 식중독 집단 발생, 질 낮은 재료 사용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이에 지자체 재정으로 안전한 학교 급식을 지원하는 학교급식조례 운동이 전국 100곳이 넘는 지역에서 일어났다. 일부 지자체 의원들은 적극적인 주민발의에 자극을 받아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 우리 지역 주민참여조례를 확인하고 서명할 수 있는 주민참여조례 사이트 우리 지역 주민참여조례를 확인하고 서명할 수 있는 주민참여조례 사이트
ⓒ 행정안전부
 
지난 2주간 '송파구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제정을 발의한 뒤 서명을 받고 있는데, 가장 많이 들은 질문 중 하나는 이것이다. '왜 구의원을 통해 발의하지 않고 이렇게 어려운 주민발의를 하냐.' 애초 송파구청에서 담당 공무원과 전화통화를 할 때 처음 들었던 말 중 하나도 '구의원을 통해 발의하라'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명 요건은 지자체 단위 또는 인구별로 다르지만, 현재 송파구의 경우 19세 이상 유권자의 1/50(2%) 인 1만1306명의 서명을 받아야 조례를 만들 수 있다. 서울 자치구 중 송파구 인구가 가장 많은 것이 한몫한다. 기간도 90일 이내다.

주민참여조례 살펴보니... 더 많이 참여할수록 이후 관심도 높아졌다 

하지만 해당 조례를 준비하며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사례가 있는 서울시 8개 자치구의 사례를 찾아봤는데, 단순 의원 발의로 조례가 만들어진 구보다 주민참여로 만들어진 곳의 경우 검사가 더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천 명 주민들이 직접 발의한 조례기 때문이다.

직접민주주의 실천의 장인 주민참여조례도 개선할 점이 있다. 작년, 경기 용인시 역사상 최초의 주민참여조례인 '반값등록금 지원 조례안'이 용인시민 1만1182명 서명을 통해 발의됐다. 하지만 구의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심의가 보류되고 있다. 아무리 주민들이 발의해도 구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이렇게 가다가 내년 7월, 해당 구의회 임기가 끝나면 아예 자동 폐기될 수도 있다.

최근 '주민조례발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주민참여조례 절차가 일부 개선되었다. 용인시의 사례처럼 지방의회 임기로 인해 주민참여조례가 폐지되지 않도록, 해당 의회의 다음 임기까지는 존속되게 하였고, 수리 후 1년 이내에는 의결하도록 했다.

또한 조례안도 구청장을 통해서 의회에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구의회에 직접 제출하게 되었으며, 온라인 행정절차도 보완된다고 한다. 서명절차도 완화돼 현재 만 19세 이상으로 돼 있는 서명 가능 주민 나이 제한도 만 18세로 하향됐다. 인구 50만 이상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서명 필요 유권자 수가 2%에서 1%로 낮춰질 예정이다.
 
 주민참여조례 온라인 서명 사이트(www.ejorye.go.kr) 첫화면
ⓒ 화면갈무리
여기에 추가로 어차피 구의회의 심의를 거치게 된다면 주민 서명 숫자를 좀 더 낮추면 좋겠고, 서명 기간도 지금처럼 3~6개월로 제한을 두기보다는 좀 더 길게 설정하게 하면 주민들이 참여하기 더 용이할 것 같다. 온라인 서명 시스템 또한, 지문 하나로 금융거래까지 할 수 있는 요즘 실태에 맞게 더 간소화 할 필요가 있다.

주민참여조례 온라인 서명 사이트(www.ejorye.go.kr)에 가보면 현재 진행 중인 각종 주민참여조례를 확인하고 서명할 수 있다. 지역도 서울(도봉, 송파, 광진, 노원)을 시작으로 해 부산, 울산, 대전, 전남, 전북, 전주, 제주, 시흥, 당진 등 다양하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해당 지역 유권자라면, 오늘 한 번 온라인 조례 서명에 참여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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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 최지선은 2021년 송파라 보궐선거에서 미래당 구의원 후보로 출마하였고, 현재 송파에서 환경과 성평등 관련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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