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분쟁에 인터넷 통제 강화..세계 '표현의 자유' 11년째 후퇴

김홍범 2021. 10. 13.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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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지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발해짐에 따라 원하지 않는 내용의 공론화를 막으려는 각국의 규제도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세계인권단체의 지적이 나왔다.

시민들이 지난 6월 24일 새벽 홍콩 빈과일보 사옥 앞에 몰려와 마지막으로 발간된 신문 1면을 펼쳐 보이며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 빈과일보는 지도부 체포 등 홍콩 당국의 연이은 규제로 폐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세계인권감시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전 세계 인터넷 사용자의 88%가 몰려 있는 70개국의 온라인 표현 자유도를 조사한 연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용자 권리, 콘텐트 제작 자율성, 안정적인 접속의 보장 여부 등 21개 지표를 통해 온라인 자유도를 평가한 결과, 각국의 인터넷 이용 보장 수준은 11년째 하락하고 있었다. 올해 조사에선 지난해보다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도가 낮아진 국가가 30개국,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 국가는 18개국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엔 선거와 관련한 분쟁으로 정부가 국민의 인터넷 사용을 제한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11월 열린 총선의 결과를 두고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가 대표적이다. 미얀마 군부가 시민 저항세력 근거지에 대한 대규모 인터넷 통제를 가하며 미얀마는 지난해보다 자유도 점수가 14점 급감했다.

부정선거 논란이 일고 있는 벨라루스와 우간다도 정부에 의한 소셜미디어(SNS) 감시, 반복적인 인터넷 접속 제한 등이 일어나며 점수를 잃었다. 특히 벨라루스의 경우 지난 5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야권 인사이자 언론인인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려고 전투기까지 동원해 여객기를 강제 착륙시키면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5월 벨라루스 당국의 지시로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한 라이언에어 여객기 앞에 공항 관계자들과 보안당국 인력이 몰려와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의 한 전직 공무원이 왕가에 대한 비판을 담은 글을 SNS에 올렸다 징역 43년을 선고받는 등 70개국 중 56개국이 SNS를 통한 메시지 전달 등을 이유로 개인을 체포하거나 유죄 판결을 내렸다. 41개국에선 개인의 온라인 활동에 앙심을 품은 사람들에 의한 물리적 폭력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가 차원에서 특정 SNS의 접속을 금지하는 중국이 7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중국 정권이 만든 왜곡된 인터넷 환경은 세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늘리며, 세계 안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더디플로맷은 이번 평가에서 5위를 차지한 대만을 언급하며 “홍콩에서 언론의 자유가 파괴된 것은 이전의 활기찬 정보 교류가 얼마나 빨리 파괴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지난 2월 신장위구르자치구 인권문제 등 금기 이슈 토론장 역할을 하고 있는 클럽하우스 접속을 전격적으로 차단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만 이번 조사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대표적 국가인 미국도 5년 연속 인터넷 자유도 하락세를 보였다. 온라인을 통한 가짜뉴스 전파 등 문제가 제기되며 국가 차원의 규제가 늘어났고, 지난해 11월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 게시글이 대규모 폭력 사태를 이끌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 계정이 폐쇄되는 사태를 겪으면서다.

이에 대해 프리덤하우스는 “점점 많은 국가가 기업에 온라인 검열과 감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인터넷 사용자들이 그런 움직임에 피해자가 되고 있다”면서도 “국가적 규제 추진은 부분적으론 (인터넷 사용자와 기업들의) 자율 규제 실패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구글‧애플 등 대형 기업들의 온라인 시장 독점에 적극적 문제제기를 한 점이 인정돼 지난해보다 1점 오른 전체 47위에 올랐다.

지난 1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사당 건물해 난입, 로턴다홀에서 미국 국기를 흔들며 소동을 피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번 프리덤하우스 보고서 내용은 올해 노벨평화상이 1935년 이후 86년 만에 처음으로 언론인에게 돌아간 것과 맞물려 경종을 울린다.

지난 8일 노벨위원회는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60)와 필리핀·미국 이중국적자인 마리아 레사(58)를 공동수상자로 발표하면서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저널리즘은 (우리를) 권력남용, 거짓말, 선동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올해 언론인에게 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기본권과 방어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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