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무효표' 이의제기 당무위가 기각하자 2시간만에 이낙연 "경선 결과 수용"

김효성 2021. 10. 1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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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서울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가 최종 후보로 확정되자 이낙연 전 대표와 손을 맞잡고 있다. 임현동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사퇴 후보의 ‘무효표’ 논란을 제기했던 이낙연 전 대표가 경선 종료 사흘 만인 13일 “경선 결과를 수용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민주당 당무위원회가 이 전 대표 측의 이의제기를 기각하자 2시간만에 승복 메시지를 낸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사랑하는 민주당에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입장문에서 “대통령 후보 사퇴자 득표의 처리 문제는 과제를 남겼지만, 그에 대한 당무위 결정은 존중한다”며 “경선에서 승리하신 이재명 후보께 축하드린다. 이 후보께서 당의 단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민주당이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고 국민의 신임을 얻어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숙고하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는 지지층 분열 양상에는 “동지 그 누구에 대해서도 모멸하거나 배척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우리가 단합할 때, 국민은 우리를 더 안아 준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원팀’이란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단합’ ‘포용’ 등의 단어로 자신의 지지층에게 이재명 후보 지지를 당부했다.

10일 경선 종료 직후 서울 종로구 교남동 자택에 귀가한 이 전 대표는 12일 “당분간 지방에서 조용히 머물겠다”는 뜻을 측근에 밝혔다고 한다. 13일 아내 김숙희씨와 강원 인근으로 향했지만, “결정적인 시기이니 칩거는 적절치 않다”는 의원들의 만류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잠시 서울로 돌아와 입장문을 냈다. 이 전 대표가 승복 메시지를 내기 전에 부인 김씨는 “대통령은 하늘이 만드는 것이니 억지로 애쓰기보단 순리를 따르자”고 조언했다고 한다.

이 전 대표의 승복 메시지에 대해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 “존경하는 이낙연 후보님께서도 흔쾌히 함께해주시기로 하셨다. 대의를 위해 결단 내려주신 이낙연 후보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이낙연 후보님과 함께하셨던 분들도 다른 후보님과 함께하셨던 분들도 모두 민주당의 자랑스러운 동지”라고 적었다. 송영길 대표도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한마음으로 더 큰 전장에서의 승리, 제4기 민주정부 수립에 더욱 매진하게 됐다”며 환영 메시지를 냈다.


대리인들의 ‘명·낙대전’된 당무위


이에앞서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종료(10월 10일) 하루 뒤인 11일 “후보자 사퇴 전의 투표는 유효득표로 인정해야 한다”며 당에 이의를 제기했다. 민주당 특별당규 59조(후보자가 사퇴하는 때에는 해당 후보자에 대한 투표는 무효로 처리한다)에 따라 무효표 처리된 정세균(2만3731표), 김두관(4411표) 후보의 표를 유효득표로 처리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렇게 되면 이 지사 최종 득표율이 50.29%에서 49.32%로 내려가 과반이 되지 못하므로 1위 이재명 후보와 2위 이 전 대표가 다시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들의 무효표 논란을 안건으로 다룬 13일 당무위를 앞두고 송영길 대표가 당대표실로 들어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1시간30분가량 진행된 13일 당무위에선 이 문제를 놓고 이 전 대표 측과 이 후보 측이 팽팽히 맞섰다. 이낙연 캠프 총괄본부장인 박광온 의원은 “무효표로 처리하는 것은 결선투표를 도입한 당 경선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문을 뗐다. 그러자 이재명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변재일 의원은 “문제가 있었다면 이 전 대표가 당 대표였을때 특별당규를 손봤어야하지 않나”고 반박했다.

이에 이 전 대표를 돕는 전혜숙 최고위원이 “당이 ‘원팀’이 되려면 결선투표를 하는게 맞다”고 주장하자, 이 후보를 돕는 진성준 의원은 “현재의 해석이 맞다. 지난해 특별당규를 만들 당시 이견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외에도 이 전 대표측에선 김영배·박영순·허영 의원이, 이 후보측에선 윤후덕·민형배 의원 등이 잇달아 나서 논쟁을 벌였다.

중립지대에 속한 김민석 의원은 “경선 결과가 이미 나온 상황에서 결론을 바꾸긴 어렵다”고 말했다. 강훈식 의원도 “지금 있는 힘을 모아서 본선에 가도 이기기가 쉽지 않다. 이 사안을 표결에 부치면 이견이 있는 것처럼 보여 ‘원팀’ 기조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경기지사(오른쪽 셋째)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참석자들의 의견을 들은 송영길 대표는 “해당 규정은 법문상으로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결선투표와 상충하는 규정은 차후 해결하도록 하겠다”며 “오늘은 합의로 이의제기를 기각하는 것으로 처리하는 게 어떻겠느냐”라고 마무리 발언을 했다. 이를 참석자들이 수용하면서 ‘이의제기 기각’으로 결론이 났다. 한 참석자는 “계속 분열하면 안된다는 위기감에 이 전 대표 측이 결론을 수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낙연의 빠른 수용…원팀 가능할까


이낙연 전 대표가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 경선에서 참석하면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가 빨리 경선 승복 선언을 한 것은 시간을 더 끌 경우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무위의 판단마저 거부하고 계속 경선 불복을 주장하면 해당 행위로 비판받으며 당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표를 돕는 한 초선 의원은 “지금 승복하지 않으면 이 전 대표가 나중의 책임까지 다 뒤집어쓸 수 있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원팀 여부는 이재명 후보에게 공이 넘어갔다.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을 해소하고 향후에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면 민주당 진영의 결집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남수현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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