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기정학(技政學) 시대..정부와 기업이 머리 맞대야"
기술적 우위가 국제정치의 패권을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의 시대’엔 정부와 기업 간 협력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나왔다.
서울국제포럼(김명자 회장)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혁신전략정책연구소(김원준 소장)는 13일 대전 KAIST에서 ‘글로벌 복합위기와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 탄력성장의 도전과 기회’라는 주제로 공동포럼을 열고 이 같은 논의를 나눴다.
‘복합위기와 탄력성장’ 주제 공동포럼
이날 포럼에는 국내 정상급 정치·외교·경제·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온·오프라인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제 질서가 급변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의 생존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이광형 KAIST 총장은 “과거 국제정치는 정치외교의 관점, 현재 국제정치는 경제 논리의 관점에서 접근했다”며 “미래 국제정치의 핵심은 기술이다. 지리적인 위치 관계가 국제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지정학(地政學)적 시대에서, 기술 패권이 국제정치를 좌우하는 기정학(技政學)적 시대가 온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는 배경엔 기술패권이 자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컨대 미국 상원 의회가 지난 6월 혁신경쟁법 등을 통과시켜 중국을 견제하자, 중국도 반외국제재법을 만들어 미국에 보복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중국이 6세대 이동통신(6G) 관련 원천기술을 절반 이상 보유하자, 미국은 이동통신망 등 각종 신기술에 2000억 달러(약 238조8000억원) 투자를 발표하는 등 사실상 두 나라가 과학기술 패권을 두고 다투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회복 능력 강화, 정부와 긴밀한 협력 등을 통해 위기를 넘어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은 “코로나19 같은 예기치 못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복 능력(resilience)과 적응 능력(adaptability)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격한 변화에 적응·회복하는 능력이 없다면 꾸준히 찾아오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성과 인센티브(SPC)’ 사례를 제시하며 정부·기업 간 협력을 주문했다. SK그룹은 정책적으로 기업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가치를 창출하면, 이를 정량적으로 측정해 보상을 제공하는 사회성과 인센티브(SPC·Social Progress Credit)를 운영하고 있다.
최태원 “사회성과 인센티브 확대” 제시
정부와 기업이 함께 SPC 제도를 응용하면 탄소중립 같은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는 오는 2050년까지 한국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정부가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측정하고, 배출량을 축소할수록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를 설계하면, 기업은 정부의 인센티브를 재원으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혁신 기술에 투자할 수 있다”며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기업은 기술 혁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한 김명자 서울국제포럼 회장은 “코로나19가 거의 모든 분야에 ‘파괴적 혁신’을 유발하면서 새로운 질서 구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과학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국가·기업이 혁신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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