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금강산' 文정부 임기말 불쑥..북한 호응할까 [Q&A]

박현주 입력 2021. 10. 13. 17:43 수정 2021. 10. 1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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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지낸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1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가 납득할만한 대북 제재 완화 ▶종전선언 ▶개성공단과 금강산 개별관광 재개 지지 등 세 가지에 역점을 두고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가 당장 북한에 줄 수 있는 선물 보따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돌고돌아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재개 카드가 또 등장한 셈이다. 북한이 이에 호응할지, 현실적으로 추진이 가능할지 등을 Q&A로 짚어봤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해 11월 공개한 금강산 만물상(萬物相)의 절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천선대(天仙臺)의 가을 풍경.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Q : 금강산 , 개성공단 잊을 만하면 왜 자꾸 나오나.


A : 애초에 금강산ㆍ개성공단의 문을 닫은 주체는 한국 정부다. 유엔 안보리 결의 등을 통한 다자 제재가 아니라 한국의 독자 제재 성격이 짙다는 뜻이다. 따라서 남북의 의지에 따라 어느 정도 사업을 원상 복구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박왕자 씨가 피격 사건 뒤 중단됐다. 이어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사건 후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제외한 방북 불허, 대북 신규 투자 금지 등을 골자로 한 한국의 독자 제재인 '5ㆍ24 조치'를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2016년 2월 정부는 "개성공단 임금 등 북한으로 유입된 현금이 대량살상무기에 사용된다는 우려가 있다"며 공단 전면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Q : 북한이 관심을 보일까.


A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9년 1월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2018년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구두 합의된 금강산 관광지구 내 한국 자산에 대한 몰수 조치가 풀릴 거란 기대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재개가 북한이 바라는 비핵화 상응 조치로는 분명 충분하지 않지만, 적어도 대북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자주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될 거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직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측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뤘다는 이야기도 있다.
지난 2019년 경기도 파주시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개성공단과 개성시내. 연합뉴스.


Q. 지금껏 왜 진전 없었나.


A : 2019년 2월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가 이어진 탓이다. 김 위원장은 급기야 지난 2019년 10월에는 "금강산 관광사업을 남측을 내세워 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말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3월 금강산 국제관광국 폐지를 경고했다. 다만 아직까지 북측의 가시적인 후속 조치는 없었다. 이와 관련, 향후 금강산 관광 사업을 이전의 형태로 재개할 여지를 남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남측 기업의 시설과 장비가 남아 있는 개성공단도 재개 가능성이 상존한다.

Q : 남북만 합의하면 재개 가능한가.


A : 두 사업이 2008년, 2016년 한국 정부의 결정으로 중단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획기적으로 진화했다. 더 많은 분야에서 더 촘촘한 그물망을 덧씌웠다.

개성공단 재개의 경우 공단에 반입되는 물자 하나하나 제재 저촉 여부를 따져야 한다. 북측 노동자에 대한 임금 지급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북한과의 금융 거래나 북한을 위한 계좌 개설은 안보리 제재가 모두 금지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현 제재 체제에서도 '개인의 개별 관광'까지 막지는 않는다. 하지만 관광 사업의 대가로 북한에 대량의 현금, 즉 '벌크 캐시'가 유입되는 경우엔 문제가 달라진다. 또 관광을 위해 비용을 지불하는 과정이 금융 제재를 위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국 유엔 안보리의 판단이 관건이란 분석이다. 김진아 한국외대 LD 학부 교수는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가 어느 정도 규모의 현금을 '벌크 캐시'로 볼지, 어떤 경우에 특정 자금이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기여한다고 판단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뚜렷한 정의를 내린 적이 없다"며 "개성공단의 경우 금융 서비스와 전략 물자 반입 관련 사안 대부분이 유엔 안보리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에 서명하는 모습. 판문점선언에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담겼다. 청와대사진기자단


Q : 인도주의 차원의 남북 협력은 대북 제재의 예외 아닌가.


A : 맞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인 지난 2018년 금강산에서 남북 간 대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렸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한ㆍ미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한 장비, 물자 반출에 대한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독자 제재 면제가 이뤄지기도 했다. 미측이 인도적 차원의 남북 교류는 제재 예외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다만 어느 범위까지 '인도적 사안'으로 판단할 지에 대한 한ㆍ미 간 이견은 꾸준히 존재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은 금강산 관광 등 남북 간 인적 교류를 수반하는 광범위한 활동을 인도적 차원의 사업이라고 인식한다면, 미국은 같은 사안이라도 어디까지를 인도적 사업으로 볼지 훨씬 더 좁게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 재개가 제재의 '약한 고리'를 건드리는 일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또 '인도주의적 차원에 국한된 남북 교류'란 바꿔 말하면 북한에게 별로 '돈이 안 되는 사업'이란 뜻이기도 하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을 주요 외화벌이 수단으로 여겨온 북한이 호응하기 힘든 선택지다.

이에 더해, 북한은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에 따라 얼마든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걸 전임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경험으로 학습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남북 경협 사업에 대한 개별적인 제재 면제보다 민생 부문 전반에 대한 제재 해제에 매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Q :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정부 입장은.


A :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한ㆍ미가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담 뒤 공개된 협의 내용에도 관련 언급은 없었다.

금강산 관광ㆍ개성공단 재개는 무엇보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이어지는 북한의 '자발적 고립'이 해소돼야 하는 문제다. 다만 정부는 당장 사업 재개는 아니더라도,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게 향후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의미 있다는 판단 하에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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