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화천대유' 디벨로퍼 맞나? 땅 작업·인허가 난제 없이 1천배
경기도 성남 판교신도시에서 차를 타고 남쪽으로 1㎞가량 가면 성남 대장지구가 보인다. ‘남판교’라 불릴 만큼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좋은 데다 광교산 자락에 위치해 최적의 주거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입지가 워낙 좋다 보니 오랜 기간 개발 사업 특혜를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온갖 의혹이 쏟아지면서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두고 온 나라가 시끄러울 정도다.
대장동 개발 사업은 성남시가 100% 출자한 공기업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성남의뜰’과 함께 분당 대장동 일대 92만㎡에 총 5903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성남의뜰이 사실상 시행사이자 부동산 디벨로퍼 역할을 해왔다.
논란의 핵심은 성남의뜰 지분을 단 1% 보유한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가 어떻게 고수익을 누렸냐는 점이다.
▶화천대유 분양수익만 3000억원 달해
화천대유 수익은 크게 배당과 분양수익으로 나뉜다. 성남의뜰은 지난 3년간 전체 주주에게 5903억원을 배당했다. 이 중 4040억원이 화천대유와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에 돌아갔다. 이들이 보유한 성남의뜰 지분율은 화천대유 1%, 천화동인 1~7호 6%에 그친다. 우선주 50%+1주를 보유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원을 배당받았다.
화천대유는 배당수익뿐 아니라 분양수익까지 챙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화천대유는 2019년 대장동에 4029억원 규모 아파트를 분양해 821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와 올해 이후 분양수익까지 포함하면 총 분양수익만 3000억원에 이른다.
원래 대장지구는 공공택지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만 시행사인 성남의뜰이 민간 회사라는 이유로 민간택지 사업으로 바뀌면서 2018년 말 분양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피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했지만 이전에는 공공택지에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토지를 강제수용하면서 인허가 문제 없이 손쉽게 분양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화천대유가 거액의 배당, 분양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독특한 계약 구조 영향도 크다. 성남도시개발공사가 5500억원의 선순위 확정이익을 가져가고, 나머지 이익은 화천대유가 챙기는 방식이 적용됐다. 초과이익 상한을 두지 않다 보니 화천대유는 5000만원에 불과한 출자금으로 무려 1153배의 천문학적 수익(577억원)을 올릴 수 있었다.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부동산 디벨로퍼들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면서 디벨로퍼 역할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국내에서 디벨로퍼가 본격적으로 활약한 시기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다.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설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자 건설사에 몸담았던 베테랑들이 부동산 디벨로퍼로 대거 변신했다. 과거에는 건설사들이 직접 금융권 자금을 끌어와 땅을 사고 아파트를 분양했지만 디벨로퍼 등장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건설사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위험 부담이 큰 시행 사업에서 손을 떼고 시공만 전담하면서 디벨로퍼 역할이 차츰 커지기 시작했다. 디벨로퍼들은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땅을 매입하고, 정부·지자체 인허가 등 개발 과정까지 손수 도맡으면서 부동산 개발 사업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디벨로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토지 매입, 금융 등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온갖 비리에 휘말리는 사례도 적잖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선진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디벨로퍼들이 개발 과정에서 사업 속도를 높이려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장지구 개발 사업을 계기로 디벨로퍼 역할을 재점검해야 할 때”라고 귀띔했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9호 (2021.10.13~2021.10.19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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