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며느리 부엌살림 뒤지는 시아버지" 野 비판 노림수는

한영익 2021. 10. 13.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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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국감 자료제출 거부를 이유로 경기도청을 항의 방문한 데 대해 “상식적으로 대장동 자료가 경기도에 있을 수 있느냐”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민주당 상임고문단과 상견례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관련 사업은 성남시 자료라서 경기도에 일체 있을 수 없다. 있으면 당연히 협조해드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당 경선 과정에서 도정 공백을 이유로 자신의 연차휴가 내역을 공개하라는 국민의힘 요구에 대해서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는 그런 지방사무에 대해서는 감사 권한이 없다. 법을 만드는 분들이 법을 지켜야지, 어기면 안 된다”며 “마치 분가한 자식 집에 가서 시아버지가 며느리 부엌살림을 뒤지는 것과 같다”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비판했다.


국감 정면승부 앞두고 기선제압 나서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대통령 후보-당대표-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의 이런 발언은 18일(행안위)·20일(국토위) 예정된 경기도 국감을 앞두고 야당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후보 선출 컨벤션 효과를 누리며 경선후유증 수습에 전력하는 대신 “원래 계획대로 경기도 국정감사를 정상적으로 수감하겠다”(12일 기자회견)며 정면승부를 선언한 만큼 국감에서 득점 포인트를 올리는 게 이 후보 입장에선 중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다만 예상 성적표를 놓고는 정치권 내 반응이 엇갈렸다. 캠프 내에서 국감 수감을 찬성했던 인사들 사이에선 “정면돌파가 이재명의 특기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위험한 사안이란 걸 알고 있었고 직원들에게도 주의를 줬기 때문에 돌파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정성호 민주당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의원들이 야당 의원들보다 국감장에 다수 포진한 만큼, 방어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후보 입장에선 긍정 요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경우에 따라 '눈살 찌푸리게 하는 국회, 차별화된 이재명' 이런 그림까지도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민주당 내부에는 “정면승부·정면돌파라고 하는데 정면충돌로 갈 것”(박용진 민주당 의원)이란 회의론 역시 공존한다. “우리차(대선 후보)가 더 비싼 차인데 정면충돌 하면 우리만 손해다. 후보를 소모전에 노출시키는 건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캠프 출신 한 의원 역시 “'역시 이재명'이란 생각이 드는 결정이었지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이회창 대선 후보가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해소하겠다며 TV에서 7분간 발언한 뒤 오히려 의혹이 더 확산된 전례가 있다”며 “결정적 반전을 만들어낸다면 모를까, 기존 논리를 답습한다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상임고문단 오찬서 “4기 민주정부 창출 최선”


1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당 대표,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가 김원기 전 국회의장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원회를 열고 '무효표 논란'을 촉발한 특별당규에 대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회와 최고위원회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뉴스1
한편, 이 후보는 이날 당 상임고문단과 오찬을 겸한 상견례 자리에서 “4기 민주정부의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내년 대선은 민주개혁 진영의 승리가 중요한 선거”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이해찬·문희상·김원기·오충일·이용득·임채정·이용희·추미애 상임고문 등 과거 당 대표들이 대거 참석했다. 경선 후보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는 개인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참석한 상임고문들은 이 후보에게 원팀 구성을 통한 정권 재창출을 당부했다.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문희상 고문은 “당 경선이 훌륭히 마무리된 데에는 이낙연 후보가 끝까지 경쟁해줘서 만들 수 있었던 일이다. 앞으로도 경쟁자를 넘어서 훌륭한 파트너로 역할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후보 당선 이후 걱정스러운 모습이 있었는데 빨리 정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빠른 수습을 해주길 바란다”(오충일 고문)는 의견도 나왔다.

이해찬 고문은 “앞으로 다섯 달 기간이 남았는데 굉장히 힘든 여정이 될 것이다. 여러 번의 위기가 올 것”이라며 “그 위기를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위기 때 혼연일체가 돼서 극복해나가길 바란다. 후보로서 늘 귀를 열고 진인사대천명이 아닌 진인사대국민을 하라”고 조언했다. 한 참석자는 “전체적으로 단결을 강조하는 분위기였고, 쓴소리라고 할 만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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