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험보던 중.."기회 더 준다" 돌연 입시요강 바꾼 해사

고석현 2021. 10. 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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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의 모습(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사진 해군]

해군사관학교가 2022학년도 사관생도 선발전형을 진행하던 중, 돌연 입시요강을 바꿔 일부 체력검정 종목에 대해 추가 응시기회를 부여했다. 이를 두고 불합격 판정을 받았어야 할 응시자들이 추가 응시를 통해 기존 합격자들과 경쟁하게 되는 건 입시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구을)이 해군사관학교로부터 제출받은 '2022학년도 해사 제80기 사관생도 모집요강' 등에 따르면, 해사는 지난 8월 30일부터 2차시험 전형 '체력검정'을 시작해 진행하던 중 돌연 입시요강을 변경해 예정에 없었던 재검정 기회를 부여했다. 2차시험은 총 500점인데, 체력검정의 배점은 100점이다. 입시요강을 선발고사 진행 중 갑자기 변경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강 의원의 지적이다.

해사의 체력검정은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오래달리기' 등 세가지 종목으로 구성돼있다. 이중 오래달리기의 경우 당초 모집요강에 따르면 남성응시자는 1500m를 7분 36초, 여성은 1200m를 7분 30초 내에 들어오지 못하면 '불합격 판정'(40등급)을 받는다.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는 희망자에 대해 재검정 기회를 부여하지만, 오래달리기는 재검정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사는 지난 8월 30일 오래달리기 체력검정 시험을 시작한 뒤, 일부 응시자가 검정을 받고 있던 중인 지난달 6일 돌연 입시요강을 변경하고 사흘 뒤 이를 업데이트 공지했다. 해사 측은 입시요강 변경에 대해 "재검정 기회를 부여하는 다른 종목과의 형평성을 보장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장기화로 인해 활동이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수험생들은 "모집요강에도 나와있지 않은 사항을 갑자기 변경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 "열심히 땀흘리고 노력한 학생에겐 역차별"이란 불만을 제기했다. 해사의 입시전형을 모두 마치지 않은 상황이라, 입시요강 중도변경에 따른 수혜자 규모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 연합뉴스


"특정인원 선발 위한 응시요강 변경 아니냐"


강 의원은 "해사교장이 선발업무 관련자를 불러 면담한 날, 사관생도선발업무추진위를 열고 모집요강을 수정했다는 제보가 있다"며 "해사가 특정인원을 선발하기 위해 응시요강을 시험 도중에 변경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해사가 이유로 든 '코로나19에 따른 지원자들의 체력저하'는 이미 모집요강 최초 공고 때부터 고려할 상황이었는데도,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다가 체력검정이 실시된 뒤 갑자기 규정을 졸속개정했다"며 "모집요강 수정에 대해 해군본부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해사 "코로나로 불합격자 증가예상 탓 변경"


한편 해사 측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수험생들이 체력관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제한 돼, 오래달리기 불합격자가 과거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여 모집요강을 변경하게 됐다"며 "해사 입교를 희망하는 응시자들에게 더 기회를 주고,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려는 차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집요강을 수정한 지난달 6일까지 '오래달리기' 불합격률이 12%에 달했다"며 "최근 10년간 불합격률인 1.2% 대비 10배에 이르렀고, 코로나19 발생 뒤 처음으로 생도를 선발한 지난해에도 불합격률이 5.3%였는데 2배이상 높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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