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의 밥상에 가을이 담겼습니다 [코로나 베이비 시대 양육 고군분투기]

최원석 2021. 10. 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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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사 제안] 제철 음식 가득한 한상.. 돌을 맞은 아기의 건강의 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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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태어난 지 12개월을 맞은 아기는 많은 변화를 맞았다. 그 변화에서 제일 큰 두 가지를 뽑으라면 이렇다. 첫 번째 큰 변화는 우리 아들이 아기가 아닌 아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시기상 '한돌'이 지나면 아기가 아닌 아이로 구분하고 유아가 아닌 영아로 부르기 때문이다. 그다음의 큰 변화는 돌을 맞은 아기의 식탁이 예전보다 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졌다는 것이다.

아이는 드디어 분유를 끊었다. 아이가 모유수유를 4개월가량 했으니 약 8달을 먹어오던 자신의 '주식'을 드디어 변경한 셈이다. 이 큰 변화를 위해 아내와 아이는 무던히도 노력을 해왔던 터였다. 분유를 더 이상 먹지 않는 지금을 위해 이유식과 분유를 병행하다 분유량을 점차 줄이고 식사의 양과 횟수를 점차 늘려왔었다.

분유의 단유 후, 아이에게 시중에 파는 우유는 아이의 부식이 되었다. 더 이상 우유가 주식이 아닌 셈이다. 하루에 500ml로 그 양도 많이 줄였다. 거기에다 누워서 젖병으로 우유를 마시는 연습을 끝내고, 앉아서 이른바 '빨대컵'으로 우유를 마신다. 
 
▲ 빨대 컵 빨대 컵으로 앉아서 우유를 먹는 아기
ⓒ 최원석
   
분유를 졸업(?)시키며 고민이 하나 일단락되었지만 더 큰 고민이 부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분유에 들어있던 많은 양의 영양소를 이제 아이에게 직접 음식으로만 전달하고 채워 주어야만 한다는 고민이었다.

분유에는 아이가 자랄 수 있도록 여러 영양 성분이 들어가 있었지만, 우유는 그렇지 않았다. 이를 위해 아기 엄마는 아이의 식사에 들어가는 재료들을 많이 늘려가야 했고 일정하게 아이가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식재료와 식단 계획을 짜야했다.

그러다 보니 그 중심에 있는 하나의 핵심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제철'이었다. 아이와 아이 엄마가 태어난 10월 가을의 음식이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따라가다 보니 바로 가을이 있었다. 가을의 제철의 음식이 있었다.

나는 10월에만 두 번의 생일상을 차린다. 아이 엄마도 가을인 10월에 태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아내에게 생일 파티를 해주면서 이 계절에 대해서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었다. 아내의 생일을 맞아 생일 상을 차려줄 때에도 아이가 태어난 10월, 풍성한 가을의 논과 밭, 바다가 아이의 밥상을 차려 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었었다.

아기가 좋아하는 포도와 고구마, 옥수수, 블루베리도 가을의 제철의 음식이며 아이에게 돌 선물로 이웃 왕 할머니께서 선물했던 늙은 호박도 가을의 음식이다. 지난 기사에서 아이가 좋아한다고 밝혔던 토마토도 가을의 음식이며 아이가 사랑해 마지않는 삼치 그리고 고등어 같은 생선마저도 가을이 제철인 식재료다. 봄이 제철이라고 잘못 알려진 '문치 도다리'도 아기의 밥상에 구이로 오른다. 일명 도다리라고 불리는 이 생선도 가을에 살이 절정에 올라 수율이 최상에 이르는 제철 식재료다. 

아이의 돌상에 올렸던 사과와 배도 가을이면 살이 오른다. 엄마와 아기가 태어난 가을의 식재료는 이렇게나 풍성하다. 멀리 가지 않아도 풍성한 가을을 만날 수 있었다. 두 번의 생일 상을 차리기 위해 찾았던 시장에만 가 보아도 이 계절이 얼마나 풍성한 가을인지를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아이는 돌을 맞을 때까지 잔병치레를 하지 않았다. 하느님과 조상님들께 감사한 일이지만 '집콕 육아'의 폐해를 고스란히 겪은 아이가 건강할 수 있었던 건 제철의 과일들 덕분 아니었을까. 아이는 6개월이 되던 시점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제철의 과일들을 먹어 왔다.
 
▲ 요거트  엄마가 아기를 위해 만든 요거트
ⓒ 최원석
 
아이의 하루 일과의 시작이자 첫 식사는 엄마가 만들어 준 '과일 요거트'이다. 요거트에 제철을 맞은 각종 과일을 넣어서 버무려 주거나 때론 고구마와 바나나를 혼합해서 버무려 주면 아이가 잘 먹었다. 오늘은 아기의 요거트에 귤도 추가가 되었다. 겨울이라고 알고 계시는 분도 많으시지만 귤도 가을부터 제철인 과일이다.

음식 전공자라 유별나게 아이의 식탁을 차릴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돌아서면 밥 차려야 하고 또 돌아서면 밥 차려야 한다는 단어가 유행할 정도인 '돌밥 돌밥'인 코로나의 육아에서 우리의 집밥은 일반 가정의 음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이는 이제 여느 가정의 아이들처럼 아빠 엄마가 먹는 된장국에 밥을 먹고 엄마가 정성껏 만든 카레와 자장에 밥을 먹는 등 평범한 식사를 한다.

다만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아이의 밥상을 경남 함양과 진주, 그리고 전남 고흥의 친지들이 보내주신 재료들로 차린다는 것이었다. 제철의 농산물로 친지들의 사랑이 전달되고 있었다. 때론 농산물로, 때로는 과일들로 신선한 상태에서 직접 생산한 식품들은 아이에게 전달되었다.

그중에 특히 가을을 맞아 식재료가 유독 풍성한 곳이 전남 고흥이다. 아이 할머니의 고향인 전남 고흥은 해물과 과일 그리고 곡물 등이 가을이면 풍성해지는 곳이다. 아이에게 이제 주기 시작한 해산물을 전남 고흥에서 공수하는 이유다. 제철의 해산물인 굴과 전복, 홍합과 꼬막 등도 풍성한 곳이며 아이 엄마가 즐겨 먹는 유자차의 재료인 유자도 난다. 게다가 아이가 좋아하는 참다래도 이곳의 특산품이며 아이가 즐겨 먹는 감자와 고구마도 이번 가을, 고흥에서 왔다.  

이 가을이 아이의 건강을 지켜 주고 있음을 감사해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가을의 길목인 10월,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왔지만 그럼에도 코로나의 육아는 여전하다. 이 시국의 육아에서도 집이라는 공간에서 아기와 함께 '돌밥 돌밥'을 하며 최선을 다하고 계실 모든 분들께 감사를 보낸다.
 
▲ 아기 자장 아기가 좋아하는 자장밥으로 식사를 하는 모습
ⓒ 최원석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부부처럼 이 가을의 밥상을 누구보다 풍성하게 정성으로 아이들한테 전달해 주고 계실 모든 엄마 아빠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전한다. 우리 아이처럼 모든 아기들이 건강하기만을 진심으로 기도한다. 그 진정이 어린 기도와 함께 아이의 요거트에 담겨지는 제철 과일의 신선함을 담은 존경과 위로도 함께 건네는 바다.
아이와 아이 엄마의 생일상을 준비하며 떠올렸던 류원선 시인의 <가을>이라는 시 일부를 독자들께 바치며 글을 마친다.
 
      가을
                  -류원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파아란 가을 하늘
싱그럽게 웃어주지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두둥실 가을 구름
느릿느릿 지나가지요
고개를 돌려 옆 논을 보면
황금빛 벼이삭
출렁출렁 춤추며 웃지요
고개를 돌려 과수원 보면
풍성한 가을 과일
고개 들고 웃어주지요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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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추후 기자의 브런치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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