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2.7억 인도네시아, 왜 웹툰 안먹히나.."범인은 오토바이"

백일현 입력 2021. 10. 13. 15:28 수정 2021. 10. 1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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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생태계 활성화의 기반이 되는 국민소득, 스마트폰 인프라, 교통수단 측면에서 성장성이 높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3일 내놓은 ‘아세안 웹툰 시장 동향 및 진출전략: 인도네시아, 태국을 중심으로’ 보고서 내용이다. 웹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속화된 콘텐트 경쟁 속에서 원천 지식재산권(IP)으로 주목 받으며 차세대 한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 웹툰 산업 규모는 6401억원(2019년 기준) 수준으로, 지난해 웹툰을 포함한 만화 수출액은 전년 대비 40.9% 증가한 6482만 달러(774억원)를 기록했다. 문화콘텐트 전체 수출증가율(6.3%)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보고서는 “웹툰은 스크롤 방식으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콘텐트인데다 남녀노소 모두에게 접근성이 높다”며 “특히 아세안 시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자료 무역협회]

작품 현지화, 시너지 전략 필요


보고서는 우선 2억7000만 명의 인구에 중위연령 29.7세의 젊은 국가인 인도네시아에 주목했다. 보고서는 “웹툰의 주요 소비장소는 출퇴근길 지하철이지만 인도네시아는 오토바이 이용률이 높다보니 웹툰 시장의 성장이 더디다”며 “그러나 향후 오토바이를 대체할 대중교통 인프라가 확대될 경우 웹툰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실제 인도네시아에서는 19년 3월 첫 개통한 지하철 MRT가 2025년 확장 개통할 예정이다.

이미 라인웹툰,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 등 웹툰 플랫폼 기업은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라인웹툰은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담은 웹툰 ‘세이브 미(Save me)’를 인도네시아에서 동시 연재하며 현지 K-팝 팬의 관심을 웹툰으로 끌어들였고, 집단지성을 이용한 크라우드 번역을 진행해 불법유통을 줄였다.

무협 보고서는 “K-팝 등 한류와 연계해 팬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인구의 86.7%가 무슬림임을 감안해 정서에 맞도록 폭력성, 선정성을 조절하는 등 작품의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웹툰 생태계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태동하고 있어 현지 작가를 발굴해 시너지를 내는 전략도 제안했다.

[자료 무역협회]

현지 콘텐트 산업과 시너지 모색해야


보고서는 태국에 대해서도 1인당 GDP가 높고 대중문화가 개방적이며 만화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기회가 많다고 평했다. 보고서는 “출판만화가 전체 만화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 출판만화의 독자층을 흡수하면 웹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태국 법인은 흥행한 현지 드라마 같은 IP를 웹툰화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라인웹툰은 번역가를 모집해 작품을 현지화하고 공모전을 열었다. 카카오웹툰은 태국에 출시된 지 3개월 만에 월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태국 대중문화는 제3의 성에 개방적이어서 BL(Boy's Love) 장르를 중심으로 공략하는 전략, 인기가 높은 일본 만화와의 공동진출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며 “그러나 태국 정부가 왕실이나 군부에 대한 비판을 담은 온라인 콘텐트는 강력하게 검열하는 등 보호주의 기조가 작용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보고서는 VR 웹툰, AI 활용 맞춤형 추천, 메타버스와 결합한 팬 플랫폼 사업 등도 제안했다. 실제 네이버웹툰은 웹툰 세계관을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에 구현해 웹툰 팬덤을 확장하고 있다. 또 코믹스브이는 VR 갤러리를 만들어 블록체인을 활용한 대체불가토큰(NFT) 시장을 통해 웹툰의 특정 컷을 판매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다.

[자료 무역협회]


보고서는 특히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한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공감하는 이유 중 ‘자국 콘텐트 산업 보호 필요’가 각각 1, 2위를 기록했고, 정부 차원에서도 자국산 콘텐트 비율을 높이려 한다고 언급했다.

양지원 무역협회 연구원은 “해외 진출 시 한국 웹툰 생태계 자체를 그대로 이식하기보다 현지 콘텐트 산업과 시너지를 낼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며 “웹툰 불법유통 피해 규모가 3183억 원에 달하는 만큼 정부가 해외진출 기업과 협력을 통해 현지 지식재산권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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