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고 수영했을 뿐인데 "우울증 나았다"..새벽 5시의 마법

박형수 2021. 10.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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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일어나 영국 해군의 체육강사 크리스 리브스와 함께 운동하고 바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 [WTMWTD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사회적 거리두기와 칩거로 대응하면서 무기력에 빠진 이들에게 ‘어린아이같은 생기와 기쁨’을 되찾게 해준다는 ‘새벽 루틴’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새벽 5시, 조깅하고 바다에 뛰어들어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해군의 체육강사인 크리스 리브스가 설립한 ‘윈더모닝, 윈더데이(Win the Morning, Win the Day:WTMWTD)’에 대해 소개했다. 리브스는 지난해 영국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심화되면서 봉쇄 상황이 이어지자 생활 습관이 망가지고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을 느꼈다. 이후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팟캐스트 ‘WTMWTD’를 시작했다.

사실 WTMWTD는 미국의 라이프스타일 전문가이자 작가인 팀 페리스가 대중화한 문구다. 페리스는 “아침을 제대로 시작한 사람이 하루를 제대로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왔다. 페리스가 강조한 성공을 부르는 새벽 루틴은 침대 정리, 일기쓰기 등이다.

WTMWTD 팟캐스트로 인기를 모은 영국 해군의 체육강사 크리스 리브스. [WTMWTD 홈페이지 캡처]


리브스의 팟캐스트 WTMWTD에는 페리스와는 다른 ‘리브스식 새벽 루틴’이 업로드됐다.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나 그가 살고 있는 리버풀 거리를 조깅하고 근처 바닷가에서 수영을 한 일상을 공유했다. 그의 팟캐스트에는 어둑어둑한 새벽, 3㎞ 이상 숨을 헐떡이며 걷고 뛰다 바닷가에서 옷을 벗고 찬물에 뛰어들며 비명을 지르는 영상들이 게재됐다. 이 단순한 모습에 열광하는 구독자들이 순식간에 늘어났다.


"우울증 나았다" "피로·짜증 사라졌다" 체험담도


얼마 되지 않아 그의 팟캐스트 구독자들 사이에서 “영상을 보다보니 나도 뭔가 긍정적인 일이 하고 싶어졌다”며 “술을 끊었다”거나 “오늘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됐다”는 식의 ‘간증’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도 리브스의 새벽 루틴에 참여하고 싶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리브스가 지난해 구독자들과 첫 모임을 가졌을 때 참석자는 60명이었다. 최근 모임에는 오전 5시30분에 500명이 모여 20분 조깅을 한 뒤 해변으로 몰려가 바다 수영을 했다. 리브스는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이라며 웃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도 모임 참석자가 늘었다.

많은 사람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영국 해군의 체육강사 크리스 리브스와 함께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WTMWTD 홈페이지 캡처]


지난해부터 모임에 참석했다는 한 남자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WTMWTD가 내 인생을 바꿨다. 짜증과 피로 대신 활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계절성 정동장애(특정 계절에 시작되고 사라지는 우울증)를 앓고 있다는 한 여성은 “원래 매년 이맘때면 날마다 10~11시간 이상 자야했다”며 “내가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바다 수영을 한다는 건 나조차도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조기폐경과 코로나 팬데믹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는 또다른 여성은 “동이 트는 것을 보면서 새벽 산책과 찬물 수영을 하고 나면 내가 진짜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단순하고 즐거워…올빼미형과는 안 맞아"


리브스는 WTMWTD의 성공에 대해 “누구나 자신의 안락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 정신적인 회복력이 발달된다”면서 “일단 침대에서 벗어나 낯선 사람을 만난 것부터가 성공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전 6시에 어둠 속에서 찬물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단순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마냥 즐거워진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리브스와 함께 새벽에 산책과 바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 [WTMWTD 홈페이지 캡처]

리브스는 자신의 방식이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늦은 밤에 창의력이 샘솟는 올빼미형 사람이 나의 루틴대로 억지로 일찍 일어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나와 비슷한 ‘종달새형’이라면 찬물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기분이 좋고 ‘승리한 기분’을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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