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합격·취업 등이 1순위인 시대.. 복음 회복에 힘쓸 것"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고명진 신임 총회장은 지난 1일 제111차 총회 첫 공식 일정을 인천 중구에 있는 한국기독교100주년기념탑에서 시작했다.
인천을 출발점으로 삼은 건 130여년 전 말콤 펜윅 선교사가 현재 인천항인 제물포항을 통해 한국에 들어온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서다. 복음과 선교의 열정을 품는 총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펜윅 선교사는 한국 침례교회의 역사적 태동을 이끌었다.
이 자리에서 고 총회장은 “팬데믹 속에서 우리 교단은 성경 중심으로 복음의 열정을 품고 있었다”면서 “펜윅을 비롯해 수많은 선교사가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헌신하셨음을 기억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기침은 지난달 16일 대전 서구 디딤돌교회 등 전국 24개 구역에서 제111차 정기총회를 분산 개최하고 단독 후보로 나온 수원중앙침례교회 고 목사를 대의원들의 박수로 추대했다. 고 목사의 총회장 1년 임기는 지난 1일 시작됐다.
고 총회장이 임기 중 목표로 삼은 건 교단이 희망을 선포하며 교회의 회복을 꾀하고 다음세대를 육성하는 일이다.
고 총회장은 수도침례신학교와 성결대학교를 졸업하고 댈러스침례대학과 리버티대학에서 명예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6년 수원중앙침례교회 전도사와 부목사로 활동했고 2005년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 침례신학대학교 특임교수, 예닮학원 이사장과 국민문화재단 이사로도 섬기고 있다.
12일 서울 영등포구 총회본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고 총회장은 복음 회복을 첫 과제로 꼽았다. 교단은 물론이고 한국교회 전체에 해당되는 과제라고도 했다.
고 총회장은 “지금 한국교회는 복음을 전하지 않고 있다. 로마서 1장을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복음의 시작인데 시험 합격, 취업, 월급 인상 등 복음이 아닌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복음을 제대로 전하지 않으니 전도도 어렵게 됐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로 앞당겨진 비대면 시대에 복음 회복을 위한 과제도 제시했다.
고 총회장은 “유튜브나 메신저로 교회를 쉽게 옮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올해 아흔인 우리 어머니도 카카오톡을 하실 정도”라며 “설교 말씀을 듣다가 귀에 거슬리면 다른 교회로 옮겨가니 목회자들은 듣기 좋은 말만 한다. 성도들이 좋아하는 말만 하지 말고 하나님께 끊임없이 물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다음세대를 훈련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에 노력도 기울일 계획이다.
그는 지난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 통계’를 언급하며 “60년 전 100만명이 태어났는데 지난해는 27만명이 태어났다. 인구절벽과 함께 기독교 복음화율도 5분의 1로 떨어졌는데 베이비붐 세대 때 100명당 25명이 복음화됐다면 지금은 4명도 안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출산 문제에 관해 한국교회의 책임도 무겁다. 가정사역에 중점을 두고 다음세대 부흥을 위해 총회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미 다음세대를 위한 구상에 들어갔다. 전국 134개 지방회 회장, 총무들과 다음세대 전도붐을 일으키기 위해 고민할 계획이다.
고 총회장은 “성경대회 같은 바이블 올림피아드 진행을 검토 중”이라면서 “우리 교회가 자체적으로 교단 소속 교회를 대상으로 진행해 봤는데 성도 40명 교회에서 중·고등부, 아동부 1등이 나왔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집에 안 가고 교회로 와서 공부했다더라”고 말했다.
여성 목사와 전도사, 사모 등 여성 사역자의 권익을 증진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고 총회장은 “총회에서 여성 사역자들이 목회하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인사한 뒤 단상을 내려왔다”면서 “한 여성 사역자가 다가와 ‘20년간 기도한 거 오늘 응답받았다’고 말하더라. 나도 ‘여성 총회장도 나올 수 있다. 한번 해 보자’고 했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또 “성경 속에도 수많은 여성 이야기가 있다”면서 “침례교가 늦었지만 여성 인재를 키우는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여성 사역자를 행복하게 섬기는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평등법 등 한국교회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반기독교적 가치에도 맞서겠다는 각오다. 다만 죄는 미워해도 죄인은 사랑해야 한다는 게 고 총회장의 입장이다.
그는 “한국교회는 동성애 자체를 배척하는 프레임이 짜인 상태”라며 “태양이 동에서 떠 서로 지듯 성경은 불변의 진리지만, 진리를 거스르는 이들을 긍휼히 여기고 사랑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단 차원에서 환경 보호에도 힘을 보탠다. 고 총회장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창세기 말씀은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게 아니라 책임지고 잘 운영하라는 뜻”이라며 “저탄소운동에 동참하고 플라스틱을 줄이는 등 실천적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대를 알고 백성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알았던 성경 속 지도자들처럼 우리 시대 상황을 정확히 보고 교단 목회자들과 함께 위대한 역사를 개척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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