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장동 의혹, 특검법 안 만들어도 특검할 수 있다

2021. 10. 13.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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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규 변호사,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

‘대장동 게이트’가 터지면서 국민의 가슴도 터질 지경이다. 많은 국민은 몇백만원을 벌어 생계를 꾸리려고 몸부림치는데 대장동 연루자들은 1100배의 폭리를 챙겼다. 고단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생 헛살았다”며 자조한다. 그러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성난 민심에 기름을 퍼부은 격이다.

국민이 뒷목 잡을 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의혹의 중심에 명망 높았던 고위 법조인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50억 클럽’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그 안에 승승장구해온 법조인들 이름이 잔뜩 들어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인물이 권순일 전 대법관이다. 그가 화천대유로부터 월 1500만원의 고액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이미 드러났다.

「 2014년 상설특검법 이미 제정돼
이 지사와 민주당 반대 근거 없어

게다가 화천대유자산관리회사의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이재명 경기지사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원에서 진행되던 무렵 8차례나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기록이 폭로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하던 권 전 대법관은 꺼져가던 이 지사의 정치 생명을 극적으로 살려낸 그 재판에 참여했다.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국가기관은 재판 청탁 의혹을 풀어줄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다루는 수사기관의 태도를 보면 국민의 분노만 키운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상한 자금 흐름을 통보했지만, 경찰은 5개월이나 뭉갰다. 압수수색 한다던 검찰은 빈집이나 털었고, 중요한 증거물인 휴대전화를 못 찾아 허둥댔다. 녹취록을 통째로 갖다 준 내부고발자가 검찰과 경찰 수사를 대신하는 착각이 들 지경이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수사한다며 하루가 멀다고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압수수색을 남발했다. 지금 야당 대선 후보 관련 의혹 수사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나섰던 검찰은 같은 태도를 대장동 게이트 수사에서는 보여주지 않는다. 검찰이 불신받으니 특검 얘기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다.

토지수용권이라는 도깨비방망이로 만든 일확천금을 극소수 부패 세력에 몰아준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에 대해 이재명 경기지사는 ‘단군 이래 최고 치적’이라며 억지를 부리고 있다. 이 지사와 민주당은 온갖 요설을 동원해 대장동 의혹을 ‘국민의힘 게이트’로 포장하면서도 정작 특검에 반대하고 있다. 특검법을 만들려면 시간이 너무 걸린다든가, 정치적 논쟁으로 빠져든다고 둘러대지만 단지 핑계일 뿐이다.

알고 보면 특검법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전혀 없다. 그동안 개별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를 13명 임명했지만, 특별검사의 임명에 반드시 개별 특검법의 입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2014년에 제정한 ‘상설 특검법’에 따라 국회나 법무부 장관의 결정만 있으면 별도 입법 없이 특별검사를 임명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4월 임명된 세월호 진상규명 특검은 상설특검법에 따른 선례다. 이 법률을 활용하면 입법에 필요한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 국회든 법무부 장관이든 특검을 하기로 결정만 하면 즉시 특검 구성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특검 수사가 결정되면 대통령은 ‘특검 후보 추천위원회’에 즉시 후보 추천을 의뢰하고, 추천위는 5일 이내에 2명의 후보를 추천한다. 대통령은 추천받은 후보 중 1명을 3일 안에 특검으로 임명한다. 특검 임명에 불과 8일밖에 걸리지 않는다.

특별검사는 임명된 후 20일 동안 시설 확보와 특별검사보 임명 등의 준비 기간을 갖고, 그 후 60일 동안 수사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수사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지만, 그 기간도 30일에 한한다. 여당은 정치적 논쟁을 우려하지만, 특검 필요성이 대두된 이유는 수사기관이 정치적 유불리를 고려해 수사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정치적 고려가 진실 규명이라는 수사의 목적보다 앞설 수는 없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태규 변호사,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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